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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다시 무상급식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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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다시 무상급식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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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은 로켓 과학자로 태어나고, 전생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경제학자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로켓 과학자는 달에 우주선을 보내 인류사에 이정표를 만들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다. 반면 경제학자는 빈발하는 경제위기를 간과하거나 방조한(?) 사람들로 백안시되거나 첨예한 갈등의 주역이 된다.


경제학의 본질은 유한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인데,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 배분방식인가를 둘러싸고 경제주체들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시장만능주의자와 시장실패를 지적하며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개입론자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현대 경제사의 썰물과 밀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경제의 (그리고 경제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의) 가장 큰 비극은 대대손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중요한 경제정책에 정치가 개입할 때 발생한다. 정치라는 휘발성 물질이 첨가되면 경제적 이슈는 효율성과 관련된 토론의 영역에서 갑자기 이데올로기 과잉의 사회문제로 비화돼 파국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정치가 노골적으로 개입하면 양보와 타협도, 지적 담론과 경제적 토론도 의미가 없어지고 오로지 누가 헤게모니를 잡느냐의 서바이벌 게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치 메커니즘이 가지는 이 같은 폭발력 때문에 경제적 토론이 실종되어버린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의 무상급식 논쟁이다. 무상급식이 누구를 위해 필요한지, 왜 이 시점이어야 하는지,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다른 데서 예산을 줄여 전용할 여지는 없는지 등등의 신중한 검토와 토론은 실종된 채 갑자기 정치 이슈로 점화되고 만 것이다. 모든 국민복지의 핵심이 무상급식에만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쪽과 무상급식을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쪽의 의견이 이분법적으로 팽팽히 맞서더니 느닷없이 차기 대선과 시장직을 건 투표로까지 이어지고 말았다. 선거 후유증도 만만치 않아서 무상급식을 주장하던 교육감이 구속되는가 하면 차기에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누구인지의 논쟁으로까지 번져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폭풍노도처럼 휩쓴 정치해일에 휘말려 정작 이 논쟁의 시작이었던 무상급식 자체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도 관심을 갖거나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문제가 첨예한 여야 갈등의 상징으로 떠올라 찬반 의견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꺼릴 당시 어떤 모임에서 일과 자녀양육을 병행해야 하는 한국사회의 고달픈 워킹 맘(working mom) 가운데 한 사람이 이렇게 물었다.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애 도시락 싸지 않아도 되나요? 급식을 무상으로 할 때 애를 믿고 맡겨도 될 만큼 질 좋고 안전한 단체급식이 제공될 수 있을까요?" 일하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출산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그 결과 인구재앙이 우려된다면서도 마음 놓고 아이 점심을 학교와 정부에 맡겨도 되는지를 묻는 일하는 엄마의 소박한 의문에는 그 누구도 대답해주지 않은 채 무상급식은 시장직과 총선과 대선 이슈로 변질되어 버렸다.


다행히 정치권의 관심이 무상급식에서 멀어진 만큼 이제 본격적인 경제 이슈, 국민들의 관심사로 되돌려 다시 한번 신중하게 생각해 볼 때가 아닐까. 정말 일하는 엄마가 새벽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는지, 영양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마음을 놓아도 되는 정도의 질 높은 단체급식이 제공될 것인지, 그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전면적인 무상급식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은 무엇인지 등등. 자녀를 둔 부모들의 이 같은 소박한 물음에 대답해줄 수 있다면 경제학자나 경제정책 입안자들도 로켓 과학자 같은 존경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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