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좌절은 두 번으로 충분하다. 이제 남은 것은 영광뿐이다.
'산소탱크'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2전 3기 끝에 유럽 무대 정상에 몸소 설 준비를 마쳤다.
맨유는 29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런던 웸블리 구장에서 FC바르셀로나(스페인)를 상대로 2010/2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박지성은 이미 두 차례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경험했다. 두 번 모두 쓰라린 기억이었다. 첫 경험이었던 2007/2008시즌 첼시와의 결승전에서 그는 교체 명단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조별리그와 토너먼트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온 그였기에 언론과 전문가를 포함한 대다수가 그의 출전을 예상했다.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퍼거슨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결과적으로 팀은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지성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듬해인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와의 결승전, 박지성은 마침내 선발로 출장했다. 꿈을 이루는 듯했지만 허망한 패배가 그를 기다렸다. 팀은 0-2로 완패했고 박지성도 후반 21분 교체아웃됐다. 결장보다도 쓰라린 결과였다.
이번만큼은 다르다. 두 차례의 아픔을 딛고 선발 출장은 물론 직접 팀 우승을 견인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는 각오다. 분위기도 좋다.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 능력은 이미 정평이 난 상태. 여기에 최근 블랙풀전 1골 1도움을 비롯, 올 시즌 8골 6도움을 올리며 공격력도 물이 올랐다.
현지 언론과 동료 선수들도 박지성을 결승전 베스트 11으로 지목하고 있다. 특히 바르셀로나의 간판 공격수 리오넬 메시를 봉쇄할 키 플레이어로 그를 주목하고 있는 것.
스페인 지역지 '문도 데포르티보'는 "박지성이 메시를 숨도 못 쉬게 괴롭힐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스날 '신성' 잭 윌셔는 "맨유에는 끊임없이 뛰며 공격수를 막아내는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있다"고 말했고, 전 맨유 미드필더 니키 버트 역시 "박지성이 결승전 키 플레이어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더 선'은 특집 기사를 통해 "박지성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리오넬 메시의 두 발에 재갈을 물릴 것"이라며 그를 "맨유의 비책"으로 꼽았다. 특히 지난 '엘 클라시코'에서 메시를 꽁꽁 묶었던 페페(레알 마드리드)를 언급하며 "가장 뛰어난 체력과 수비를 자랑하는 박지성이 메시를 전담하는 특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성 본인 역시 이러한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침착하고 신중하다. 그는 미국 'ESPN 사커넷'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는 내가 메시를 막을 수 있다고 격려하지만 듣기 좋은 소리일 뿐"이라며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다. 수비수 혼자 그를 막기 어렵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나뿐 아니라 팀 전체가 메시의 모든 점을 감시할 것"이라며 메시 봉쇄가 승리의 열쇠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한편 맨유는 경기 하루 전날인 28일 결전지인 웸블리 구장에서 훈련을 가졌다. 이날 박지성은 웨인 루니,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라이언 긱스, 루이스 나니, 리오 퍼디난드 등 '주전조' 12명에 속해 훈련을 치르며 결승전 선발 출장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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