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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반쵸' 기요하라와 '형님'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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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K] '반쵸' 기요하라와 '형님' 최용수 [사진=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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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기요하라 가즈히로는 90년대 일본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2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과 1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대표적인 거포이자 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슈퍼스타였다.

기량뿐 아니라 선수시절 내내 화통한 성격과 거침없는 언변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예가 있다. 2007년 평소 그와 절친했던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반칙패를 당했다. 언론과 팬, 심지어는 동료들까지도 추성훈을 향해 일방적인 비난과 모욕을 보냈다. 그 때도 기요하라만큼은 그를 옹호했다. 그만큼 의리파였다.


특히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행동 덕분에 일본야구의 '반쵸'(番長)란 별명도 얻었다. '반쵸'란 대장 혹은 조직의 중간보스란 뜻으로 우리 식으로 해석한다면 '형님'이란 단어에 가깝다. 일본에서 그는 의리의 상징이자 본보기였다.

최근 K리그에도 '형님'으로 주목받는 이가 있다. 바로 최용수 FC서울 감독 대행이다. 선장을 잃고 좌초하던 팀의 지휘봉을 잡으며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아 냈다. 리그에선 3연승을 질주했고 14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는 7위로 치솟았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선 극적인 조 1위 16강 진출도 일궈냈다.


불과 보름여만에 팀을 몰라보게 변화시킨 원동력은 최용수의 '형님' 리더십이었다. 기요하라의 '반쵸'와 다른 듯 하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형님 같은 친밀함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간다. 하대성은 "코치님이 원래 선수단에서 가장 유머러스한 분이다.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시다 보니 훈련장에도 웃음꽃이 핀다. 마치 옆집 형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도자로서의 덕목도 갖췄다. 그는 선수부터 코치까지 10년 넘게 서울을 지켜온 덕에 누구보다도 서울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성격까지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훈련 시간을 제외하면 선수와 의사소통에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팀을 위한 헌신'을 솔선수범하는 모습의 한 단면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서울에겐 더더욱 필요한 리더십이다.


주장 박용호는 "코치님은 선수들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인다. 개개인의 습성을 비롯해 사소한 것도 놓치는 법이 없다"고 전했다.


적재적소에 선수를 배치한 이후에는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로 보답한다. 미드필더 고명진은 "감독님이 믿어주시는만큼 부담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다. 자신감도 생기다보니 성적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쇼맨십도 갖췄다. 최 대행은 늘 경기가 끝나면 녹초가 돼 기자회견에 임한다. 골이 터지면 선수보다 더 열광하는 '난동 세레모니' 탓이다. 그는 "평정심을 찾으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며 "경기에 몰입하다 보면 선수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90분 동안 아이들과 교감하며 함께 뛰는 것이다. 좋은 것 아니겠느냐"며 '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파했다. 실제로 그의 열정적인 세레모니는 팀 분위기 향상은 물론 팬들까지도 흥분시키는 묘한 힘을 갖고 있다.


[스토리K] '반쵸' 기요하라와 '형님' 최용수 [사진=FC서울 제공]


선수들도 그에게 다가가는데 거리낌이 없다. 대놓고 농담까지 한다. '주장' 박용호는 "선수시절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고 계셨다. 쌍욕도 많이 들었고, 물건도 많이 뺏어가셨다"고 '폭로'했다.


지난 주말 경남과의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비롯해 두 골을 몰아친 고요한은 최 대행에 대해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지만 부산 사나이 특유의 까칠한 면도 갖고 계신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신경질 내실 때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농담 속에 최 대행을 향한 믿음이 묻어 나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 대행 자신도 롤 모델을 기요하라로 꼽는다는 점이다. 최 대행은 2001년부터 5년간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교토상가FC, 주빌로 이와타 등에서 선수생활을 경험했다. 기요하라와는 종목이 달라 친분은 없다. 그렇지만 그의 명성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다.


"일본시절부터 기요하라를 참 좋아했다. 프로의식과 승부욕이 대단했다. 특히 스타 플레이어로서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팬들에게 늘 이슈를 제공하는 선수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이 굵었지만 잔정도 많아 늘 감동을 선사했다. 은퇴 당시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이들이 기자들일 만큼 언론과의 관계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일까.최 대행 스스로는 "말주변이 없다"고 하지만 누구보다 화끈한 입담을 자랑한다. '최용수 어록'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취임 기자회견 당시엔 "원래 코치로 있으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라지만 눈은 감고 있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설파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의 "서울과의 맞대결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도발에는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 반응을 안 할 뿐이지 기다리고 있겠다"며 맞불도 놓았다.


'착한 모범답안' 인터뷰 외엔 찾아보기 힘들었던 K리그에서 팬들이 기다려왔던 이슈 메이커로서 손색이 없다. 이는 고스란히 선수단 사기 상승과 동기 부여는 물론 팬들의 관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남전이 열린 15일은 스승의 날이었다. 당일 아침 선수들은 감사함의 표시로 최 대행에게 꽃바구니와 백화점 기프트 카드를 건넸다.


그는 취재진에게 "내가 이런 걸 받아도 되나 싶다. 아직 많이 부족해 스승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겸손해 했다. 지금 그의 모습은 스승보다 형님에 더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형만 한 아우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형은 동생에게 스승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있는 가르침을 주는 존재다. 최 대행은 이미 서울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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