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차 강세에 일본차 '내우외환'...미국차는 바닥 찍고 부활 준비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자신만만' 미국차 vs '의기소침' 일본차.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차에 이어 2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업계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본사의 실적 개선으로 자신감을 얻은 미국차와 달리 일본차 업계는 '3·11 강진' 여파에 발목이 잡혀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코리아와 포드코리아 등 미국차들은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보다 대폭 늘려 잡는 등 실적 개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5000대를 판매해 점유율 4%대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포드도 5000대 판매가 목표다. 지난 해 크라이슬러와 포드는 각각 2638대와 4018대를 판매했다.
미국차 업계 관계자는 "2009년 미국 본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면서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으나 최근 본사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한국 시장에서도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고 있다"며 "올해 수입차 시장은 역대 최대인 12만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차 판매도 전년대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크라이슬러는 21.2% 성장한 1022대를 기록했다. 포드는 1366대로 2.4% 감소했으나 일본차의 하락세에 비하면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일본 수입차 브랜드의 대표주자인 토요타와 혼다는 지난 4월 판매량이 403대와 2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40.4%와 54% 폭락했다. 일본차 전체 시장 점유율도 전년 4월 31.3%에서 올해 15%로 1년 새 무려 반토막이 났다. 그 새 유럽차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0%p 급증한 48.2%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차의 공세가 거센 가운데 일본 강진으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일본차가 미국차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미국차는 이미 바닥을 쳤지만 일본차는 하락세가 좀더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제로 미국차는 올 들어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크라이슬러는 올해 '지프' 브랜드 탄생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뉴 컴패스, 랭글러, 그랜드 체로키 등 신차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포드도 오는 13일 중형 세단인 '퓨전'을 처음 공개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반면 일본차는 강진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일본차 업계 대리점 관계자는 "일본내 공장 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물량 수급을 우려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크다"며 "부품 공급 차질 걱정도 판매 하락의 한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도 악재다. 미국차보다는 일본차가 유럽차와 시장이 겹치는 가운데 FTA 효과로 유럽차 가격이 최대 1000만원 가까이 떨어지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일본차에 가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질적인 엔고 현상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일본차가 최악의 해를 보내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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