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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제본 보상금제, 대학 때문에 '반쪽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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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대학가 교재 제본을 일부 합법화해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이하 보상금제)'가 대학들의 소극적인 태도 때문에 '반쪽 신세'를 못 벗어나고 있다. 수업 목적이라면 사전 허락 없이 저작물 일부를 복제해 쓴 뒤 대학이 저작권 단체에 보상금을 주는 게 이 제도의 뼈대인데, 제도 시행 뒤 보상금을 실제 지급한 대학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본지 20일자 22면 기사 참고


22일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산업과에 따르면, 1986년 저작권법 전면 개정 때 처음 생긴 보상금제는 2006년 저작권법을 다시 한 번 개정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물 '일부'를 복제하는 경우라면 이용자의 편의를 봐줘 음성복제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에서다. 보상금제 취지대로라면 대학들은 저작물 일부를 복사해 수업에 쓴 뒤 한국복사전송권협회에 보상금을 줘야 하지만 보상금 지급이 이뤄진 적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다. 각 대학들이 내세운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2년 동안 보상금 기준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국복사전송권협회 송재학 팀장은 이와 관련해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제도를 처음 도입했을 때는 이를 잘 모르는 대학들이 많아 일일이 설명을 하고 보상금 기준 관련 연구를 하느라 합의가 어려웠지만, 대학들이 보상금제의 취지를 모두 이해하고 관련 연구가 충분히 이뤄진 뒤에도 이렇게 합의가 잘 안되는 건 아예 보상금에 관한 협상을 하지 않으려는 대학들이 일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 팀장은 이어 "이전까지는 대학들이 보상금을 안내고 수업에 저작물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저작물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보상금제 시행으로 결국 최대 수혜를 입는 건 대학임에도 대학들 스스로가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들과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우여곡절 끝에 올 1월 A4 용지 1매당 7.7원으로 계산하는 개별이용 방식이나 학생 1인당 4190~4474원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매기는 포괄이용 방식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방안에 합의했고, 현재 포괄이용 방식 기준 금액을 합의하는 과정에 있다. 합의가 끝난 뒤 보상금 기준이 고시되면 각 대학은 한국복사전송권협회와 개별 협의한 수준에 맞춰 보상금을 지급하고, 한국복사전송권협회는 보상금을 개별 저작권자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400개 대학이 내야 할 보상금은 80억원 규모다. 하지만 대학들이 계속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보상금제는 '없던 일'이 돼버릴 수 있고, 대학가 제본은 명백한 '불법행위'로 전락해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보상금제는 호주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호주 유한저작권기구(CAL)는 1985년부터 대학들이 어문 저작물을 복제해 쓴 뒤 1인당 38호주달러(약 4만원)를 내도록 하는 보상금제를 운영해 왔다. 호주의 40개 대학들이 저작물을 복제해 수업에 사용하는 명목으로 1년에 지불하는 보상금은 모두 260억원이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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