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5개 금융지주 회장들을 긴급 소집한 뒤 "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지원이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금융권의 지원을 요청했다. 소집된 회장 중 4명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금융계에서 '4대 천왕'으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금융거물들을 갑자기 불러놓고 당부할 만큼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절박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은행을 믿지 못해 법정관리 절차로 직행하고, 은행들은 '당할 수만은 없다'며 대출을 회수해 시장 불안이 커지자 당국이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의 지적은 한마디로 '비 오는 날 우산을 뺏는 은행이 되지 말라'는 요청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PF대출을 줄이고 충당금을 쌓을 것을 강조해 왔다. 이제 180도 방향을 전환해 금융지원을 강조하기에 이르렀다. 행동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정부는 저축은행 부실 때도 은행들로부터 공동기금을 조성해 부담시킨 바 있다. 이제 건설사의 부실까지 떠안으라는 식이어서 은행들로부터 '우리만 봉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권 원장의 제안으로 은행들은 총 10조원 규모의 배드뱅크(Bad Bank)를 만들되 먼저 4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은행마다 PF대출 규모가 다르고 여기에 따라 출자방법 등에 대해 이견이 많아 배드뱅크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점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배드뱅크 설립은 은행과 저축은행 그리고 건설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철저한 의견 조정을 거쳐 설립의 토대가 마련되면 되도록 빨리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기업 내용이 괜찮으면서도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는 구제해 주어야 한다.
은행들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 만기가 되면 무조건 대출 회수에 나서 기업을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 또 이번 기회에 PF대출을 당초 취지대로 정상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담보를 잡고 돈놀이하는 데 치중했다. 앞으로는 은행들도 PF사업의 일정 지분에 참여하는 등 리스크를 나누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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