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인상했다. ECB는 7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금융통화정책회의를 갖고 유로존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라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1.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금리인상은 2008년 7월 이후 33개월만에 단행된 것으로 1%의 역대 최저 금리를 23개월간 유지한 끝에 이루어졌다. 이로서 ECB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 중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출구전략’을 단행한 은행이 됐다.
ECB는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총재는 에너지·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면서 “유로존 인플레이션 동향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3월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를 기록하면서 2월 2.4%에 이어 ECB의 관리목표치 2.0%를 넘어섰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공행진중인 원자재 가격을 감안할 때 올해 여름까지 3%까지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닉 매튜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이번이 첫 번째 인상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면서 “이르면 6월에 추가 금리인상이 예상되며 하반기 두 차례 더 올려 연말 2%까지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포르투갈 재정적자 위기가 심화된 가운데 ECB의 금리인상이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포르투갈은 긴축재정안 의회 부결로 결국 6일 유럽연합(EU)에 구제금융 신청 의사를 공식화했다. ECB의 기준금리는 다양한 형태의 모기지 파생상품과 연계되어 있기에 부채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카르스텐 브르제스키 ING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금리 인상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에 모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리에 디런 언스트앤영 이코노미스트도 “이 시점에서의 금리인상은 정책적 실수”라면서 “일부 국가에서의 실업률이 여전히 두 자리수를 기록하는 등 유로존 경제는 여전히 취약하며 금리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리셰 총재는 ECB의 금리 인상이 유로존 경제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단일 통화시장인 유로존의 금리는 인상을 감안해도 낮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토마스 마이어 도이체방크 책임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인플레이션을 최대 이유로 지목한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면서 “하나는 ECB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유럽 재정위기국들의 부담을 각오하고서라도 유로화의 약화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