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전날 코스피지수는 소폭 상승하며 2010선을 회복했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수급적으론 기관이 3000억원 넘게 순매도한 것이 원인이 됐는데 공교롭게도 워런 버핏의 한마디도 때를 맞춰 시장에 알려졌다.
버핏은 지금까지 IT주를 사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IT주의 하락과 버핏의 말이 단지 '오비이락(烏飛梨落)'이었는지, 기관들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버핏의 이 말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버핏은 자기가 잘 모르는 주식을 거들떠 보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기술주다. 그는 재산의 대부분을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만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할 정도로 게이츠와 친하지만 MS에 투자는 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주도의 다국적군이 연일 리비아를 공습하고 있다. 카다피의 대공망은 완전히 무너졌다. 덕분에 막판까지 몰렸던 반군은 기사회생했다. 그래도 카다피는 건재하고, 여전히 카다피군은 반군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며 유가도 상승 추세다.
일본 엔화는 G7 국가들의 약세 합의로 지진 이후 초강세 분위기가 꺾였다. 하지만 엔화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전히 엔화 약세와 강세에 대한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강세론자들은 1995년 고베 지진의 사례를 들고 있고, 약세론자들은 지금은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수가 2000대를 넘어 2010선까지 회복하며 2000선 안착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여전히 시장을 둘러싼 대외변수들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2000대 중후반까지 상승할 것이란 강세론자들이나 2000선도 부담스럽다는 약세론자들이나 단기간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최악의 상황은 면한 일본이나 럭비공 같은 카다피의 행보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리비아 사태는 언제든 시장에 단기 충격을 줄 수 있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2010을 넘어선 지수는 다수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박스권의 상단에 근접해 있다. 박스권을 뚫을 정도의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 상승세가 이어지더라도 탄력은 둔화될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
다른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지금은 12월 결산법인의 사업보고서 제출 기간이다. 실적이 나쁜 부실주들의 퇴출 얘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좋은 기업들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좋은 실적이 기대되는데도 일본 대지진으로 급락한 후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종목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KB투자증권은 버핏과 반대되는 업종을 주목했다. 전기전자 및 보험업종은 2011년 순이익 전망이 상향되는 가운데 3월 수익률이 순이익 변화율을 하회하면서 투자매력이 부각됐다고 했다. (보험은 버핏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 중 하나다.)
SK증권은 실적예상치가 상향되고 있는 에너지, 화학, 음식료 업종이 기술적 반등 이후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나흘만에 소폭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0.15% 내린 1만2018.63으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대비 0.36% 하락한 1293.77로, 나스닥지수는 0.31% 떨어진 2683.87로 장을 마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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