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고향가는길] 조상 기리는 차례상 '다문화 한마음'

시계아이콘02분 1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조율시리…좌포우혜…두동미서…반서갱동…


[고향가는길] 조상 기리는 차례상 '다문화 한마음' 사진제공=롯데주류
AD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 중에 '옷은 시집 올 때처럼 음식은 한가위처럼'이란 말이 있다. 여기에는 옷은 시집갈 때 가장 아름답고 곱게 입을 수 있고, 음식은 한가위에 가장 풍성하게 잘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잘 입고 잘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인륜지대사라는 말처럼 시집가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였으며,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한가위는 오랜만에 일손을 놓고 온 가족과 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재미있는 놀이를 즐기기도 하고 따뜻한 마음과 인정을 나누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추석 상차림은 음식을 통해 햇곡식과 햇먹을거리를 조상에게 바치며 감사의 예를 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게 좋다.


음양오행 표현한 차례상 = 차례는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지내는 조상 즉 기제사를 지내는 조상께 지낸다. 조상의 제사 를 모실 때 배우자를 함께 모시듯이 차례에서도 조상들의 배우자를 같이 모신다. 이를 합설(合設)이라고 한다. 차례하면 복잡하고 지켜야 할 규칙도 많은 것으로 생각하나 그 유래와 원리를 가만히 살펴보면 조상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다.

우선 차례 상차림을 보면 5열로 진설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각 열은 과거의 조상들이 먹어 왔던 음식을 순서대로 표현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수렵, 채집시대에 먹었던 음식을 의미하는 제일 앞쪽의 과일과 둘째 줄의 나물과 채소, 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먹었던 음식 전, 농경시대에 들어서면서 먹었던 주식과 반찬을 의미하는 탕, 적, 메(밥), 갱(국) 등이 순서대로 올려진 것이다.


차례상차림은 제수를 놓는 위치와 수가 그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주나 인간사회의 모든 현상과 생성소멸을 설명하는 음양오행설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어 차례상은 신위는 북쪽에 놓고, 생선을 놓을 때 머리는 동쪽으로, 꼬리는 서쪽에 놓는다는 일정한 방위 규칙을 갖고 있다. 또 땅에 뿌리를 두고 얻어진 음식은 음(陰)을 상징한다고 해서 종류의 수를 짝수로 맞추려고 했고, 그 이외의 음식은 하늘에서 얻어진 것이라고 해 양(陽)의 수인 홀수로 맞췄다.


대추, 밤, 감, 배는 상서로움, 희망, 위엄, 벼슬 = 제일 앞줄에 놓는 과일의 진설 방법은 이설이 분분하다.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대추, 밤, 감, 배 순으로 놓는다고 주장하는 조율시리(棗栗枾梨)가 있다. 대체로 현대에 들어서는 조율시리를 많이 따른다.


자연의 맛에 가깝게 = 두번째 줄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간다. 이때 삼색 나물의 삼색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이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는데 그 이유는 깨끗하고 순수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조상에 대한 예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대개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이는 제사 상차림이 양념이 발달 하기 전부터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것과 가능한 모든 음식을 자연의 맛에 가깝게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 = 세번째 줄에 오르는 전과 적은 술안주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었다고 하는데 그 이 유는 장어가 용(龍)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므로 올릴 수 없었다고 한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를 올릴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를 따른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設)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 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다.


탕은 하늘에서 내린 음식 = 네번째 놓인 탕은 어탕, 육탕, 계탕 이렇게 3가지 탕을 올렸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天産) 것이기 때문에 같은 줄에서는 양(陽)수인 홀수로 놓는다. 그리고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조상들이 잡수시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생사 구분하는 밥과 국의 위치 = 다섯번째는 메(밥)와 갱(국)을 신위 수대로 올린다. 제사 때 신위에 바치는 쌀밥을 메라 하 고 국은 갱이라고 한다. 메는 특별히 되게 하는데 이것은 쌀의 본래 모습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 되게 만든다. 이 때 메와 갱을 올리는 위치는 우리가 밥과 국을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추석과 같은 차례에는 메와 갱 대신에 송편을 올리고 설에는 떡국을 올린다.




조강욱 기자 jomar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