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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축구가 '아름다운' 이유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6월, 대한민국이 남자 축구 얘기로 온통 들떠 있었다면 7월은 20세 이하 여자 축구들의 얘깃거리로 풍성하다. 바야흐로 여자 축구가 황금기를 맞으며 축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20세 이하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독일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 사상 첫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일구며 29일 오후 10시 30분 개최국 독일과 운명의 준결승전을 갖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한국 여자축구가 이토록 대한민국을 다시 흥분시키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지소연(한양여대)과 이현영 김진영 김나래(이상 여주대) 정혜인(현대제철) 등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월드컵 키드'들의 선전이 무엇보다 눈부셨다. 또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난 최인철 감독의 철두철미한 준비와 마치 퍼즐처럼 꼭 들어맞는 '맞춤형 전략'도 이들을 빛나게 했다.


여기에 팬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여자축구연맹의 특별한 선수 관리였다.

2003년 이의수 전 연맹 회장이 취임하면서 여자축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축구를 보고 공 차는 재미를 느낀 월드컵 키드들이 서서히 꿈틀대던 시기였다.


여자축구를 성장시키기 위해 한국여자축구연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국제대회 성적 포기’였다. "무작정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고질적인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병폐에서 과감히 탙피했다. 대신 여자축구 선수들을 늘리는 걸 1차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숙제는 ‘예쁘고 똑똑한 선수 키우기’였다.


유영운 전 연맹 사무국장은 “2006년 피스퀸컵 국제여자축구대회 때 FIFA 랭킹 1위의 미국 대표팀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모든 선수가 정말 예뻤고, 즐겁게 공을 찼다"며 "이제까지 여자축구 선수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개념을 완전히 깨뜨렸다. 멍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당장 내 딸아이에게 여자축구를 시키고 싶도록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우선 선수들이 선머슴처럼 머리를 자르지 못하도록 했다. 운동에 방해되지 않는 한 머리도 기르고 염색도 하고 외출할 땐 가급적 화장도 하게 했다. 안익수 전 대표팀 감독은 “남자친구가 ‘내 애인이 여자축구 선수’라고 자랑할 만큼 아름답고 지적인 여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똑똑한 선수’를 만들기 위해선 초등학교 선수들에게 학습지를 보급했다. 여자축구단을 갖고 있는 ㈜대교눈높이가 6년 전 부터 각 초등학교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영어와 한자 학습지를 무료로 제공하고 교사 방문도 무상 지원했다.


또 초등학교 감독들에게 체벌을 일절 금지시켰다. 하루 훈련 시간도 2시간30분을 넘지 못하게 했다.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모든 학교 수업을 받도록 권고했다. 대다수의 감독들이 “연맹이 미쳤다”고 성토했지만 연맹의 의지는 단호했다. “내 딸처럼 키우자"는 게 연맹의 가장 큰 목표였기 때문이다. 눈앞의 성적보다는 많은 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게 몇백 배 중요한 과제였다.


그 결과 비록 눈에 띄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조금씩 축구를 하겠다는 여자 선수들이 늘어났다. 예전엔 육상, 하키, 핸드볼에서 전향한 선수들이 100% 가까이 됐지만 이젠 처음부터 여자축구로 시작한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여전히 연맹 등록선수는 1400명을 겨우 넘지만 황금기를 맞은 만큼 의미있는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선 고명딸처럼 귀하게,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선 누구보다 혹독하게 선수들을 길러낸 한국 여자축구. 이제 아름다운 축구로 화답하고 있는 이들이 또하나의 기적을 추가할 지 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범자 기자 anju1015@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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