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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첨단기술...'방심에 공든탑 무너질랴'

기술 유출 관련 기소 건수 연간 300건 육박...시스템보다는 관리상의 허점 커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이 협력사를 통해 경쟁사에 무더기 유출된 사건을 계기로 국내 기업에 '보안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일련의 기술 유출 사고는 특히 자동차ㆍ전자 등 우리 기업들의 기술을 주도하는 부문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업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불법적인 기술 유출 사고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기술 유출 사건으로 기소된 사례는 2007년 191건에서 2008년 270건, 지난 해에는 1~7월까지 148건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같은 기술 유출 사고가 자동차, 전자, 조선업 등 우리 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에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 걸려 개발한 기술이 외국 회사로 유출되는 것은 그 회사의 존립 여부를 넘어 국가 경제의 기틀을 뒤흔드는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잇따르는 기술 유출 사고
지난 해 11월에는 쌍용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최대 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유출된 사건이 발생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앞서 2006년에는 GM대우 전 직원이 러시아 자동차 업체 타가즈(Tagaz)의 한국 법인 '타가즈코리아'로 이직하면서 자동차 설계도면 등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전자 업계도 자동차와 함께 기술 유출 사고가 유독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업군에 속한다.


2005년에는 삼성전자 연구원들이 스마트폰 회로도와 소스코드 등 핵심기술을 빼돌려 중국 내 법인을 설립하려다가 적발됐다. 이듬 해에는 카자흐스탄 유력 통신사에 핵심 기술을 팔아넘겨 목돈을 챙기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선임연구원이 구속됐다.


세계 정상을 지키고 있는 조선업계도 기업 정보 유출 사고로 홍역을 앓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6년에는 컨테이너선 등 선박 69척의 제조 기술을 개인 컴퓨터에 저장해 빼돌린 뒤 중국 업체에 넘기려던 직원이 출국 직전 경찰에 체포됐다. 2008년에는 국내 조선분야 7대 국가 핵심 기술 중 하나인 LNG(액화천연가스)ㆍLPG(액화석유가스) 운반선 설계 기술이 범죄 브로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 보안 대책 마련에 부심
기술 유출 사고가 잇따르자 기업들은 사내 보안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수원 사업장 내에서는 자사 휴대폰만 사용토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


휴대폰 카메라로 사업장 내 주요 정보를 몰래 촬영하는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휴대폰은 간단한 소프트웨어 조작만으로 카메라 기능을 끌 수 있어 보안 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타사 휴대폰은 그렇지 않다"면서 "삼성 휴대폰을 사용토록 한 것은 보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도 평택 공장에 드나드는 모든 차량의 트렁크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보안 절차를 철저히 거치고 있다.


개인이 공장 내 진입하려면 검색기를 통과해야 하며, 카메라는 반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LG전자측은 "휴대폰도 비닐팩을 씌워야 하는 등 사내 직원들조차 불평을 늘어놓을 정도로 보안 시스템이 강력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외부 업체와 신차 개발 프로젝트가 빈번한 만큼 인력이나 정보 공유시 발생할지 모르는 기술 유출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관계자는 "외부와 공유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서류 한장도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이 퇴근할 때 책상에 서류를 남기지 않도록 보안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시스템보다는 관리상의 문제 커  
전문가들은 기업 내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더라도 기술 유출 사고를 100%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사고가 기술이 아닌 관리상의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이유에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성배 수석 연구원은 "기술 유출 사고의 대부분은 기업 내 보안 시스템이 허술해서라기보다는 사람에 더 큰 책임이 있다"면서 "핵심 정보나 기술을 다루는 인력들에게 로열티를 부여하고 보안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등 인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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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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