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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서 100%승률'원전수출 대역전극 계속된다

[한국전력 글로벌 톱5를 꿈꾼다]<2>세계가 주목하는 한국형 원전기술력


도전! 워룸 개설후 현지관계자들도 놀란 홍보 강행군
결실! 작년 12월 佛 美 日 제치고 기적의 승부수
기대! 2020년까지 최소 10여기 원전 신규 수주 자신감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한국전력(사장 김쌍수)이 지난해 12월 27일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초대형 원전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성공한 것은 한편의 드라마와 다름없다. 원전 수출경험이 전무한 나라에서 원전 수출강국인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을 누른 것은 5%의 작은 가능성에서 출발한 대역전극이었다. 우리나라가 국제원자력기구(IEA)에 가입한지 50년만에 한국형 원전을 최초로 수출하게 된 국가적 쾌거였다. 지난해 5월 이후 숨가빴던 7개월은 12월 27일 화려하게 끝맺었다. 이날 오후 7시경 삼성동 한전 본사 지하 2층 비밀장소 워룸에서는 긴장감 감돌았다. 7개월간의 피말리는 노력의 결과를 기다리는 얼굴에는 초조함이 묻어났다. 전화가 울렸다. "여러분 드디어 우리가 해냈습니다"는 낭보였다. 현장의 워룸 드림팀 멤버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렸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2008년 12월 31일 사업참여로 시작..80명 워룸 가동
시계바늘을 돌려 과거로 돌아가자. 2008년 12월 31일 아랍에미리트(UAE)측이 한전의 사업 참여를 공식 요청하면서 한전의 원전수주업무는 시작됐다. 바로 다음 달부터 태스크포스를 조직했다. 이들은 입찰사전자격심사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연수원 합숙에 들어갔다. 이어 2009년 3월까지 총 5권, 1200페이지에 이르는 영문본 입찰자격 제출서류를 완성했다. 5월 6일 입찰자격을 획득했다. 원전 최소 수출을 위한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드림팀도 꾸려졌다.


주 계약자인 한국전력을 비롯,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건설, 미국 웨스팅하우스, 백텍, 영국 AMEC 등 국내외 11개사의 원자력 전문가 80여명으로 드림팀을 꾸렸다. 이름하여 KEPCO팀이다.

KEPCO팀은 한국형 원전 수출이라는 목표를 설정해 입찰준비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전 본사 지하 2층에는 445㎡규모의 워룸이 마련됐다. 김쌍수 사장은 10개에 이르는 컨소시엄 사업자간 협의가 빈번해지고 사업내용에 대한 보안유지 필요성이 높아지자 "이번 수주전을 전쟁에 나가는 자세로 치르라"는 의미로 명칭도 직접 '워룸'이라 지었다. 워룸을 수십차례 방문한 UAE원자력공사 관계자들은 "한국인들은 정말 하드워커(hard worker)다. 이렇게 워룸까지 만들여 일하는 조직은 처음봤다"고 감탄했다고 한다.


워룸의 벽에는 온갖 전투 구호들로 채워졌다. "나가자 APR, Yes We Can Do It(우린 할 수 있다)","UAE원전수출! We Must Do it(우린 해야만 한다)" "원전수출 한방에 끝내자!" 등등. 워룸에 참여했던 한전 직원은 "쉴새없이 UAE에전화를 하고 이메일을 보내느라 사무실에 불이 꺼질 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더 힘든 것은 시차였다.


한국은 월요일 업무를 시작하지만 UAE는 일요일에 한 주를 시작한다. 또 UAE는 우리나라보다 5시간 느리다. 일요일 저녁시간 즈음에 자료 요청이 많았다. 게다가 대부분 마감시간을 급박하게 설정해 자료를 보내려면 밤샘작업이 불가피했다. 24시간 강행군이었다.


KEPCO팀은 입찰자격을 획득한 이후 이들은 또다시 경쟁국과 차별화된 최단공기, 최적 공사비 및 최고 안정성을 부각시키며 총 8권, 1800페이지에 이르는 '명품입찰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9월 4일 우선협상자로 선정되고부터는 더욱 바빠졌다.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일본 히타치컨소시엄 등 원전강국들과 겨뤄야 하는 만만치않은 경쟁이었다. KEPCO팀은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로 전담요원을 구성해 UAE측에 우리 원전의 우수성과 사업수행능력을 입증하고 설득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2월 아부다비에 세계 유수의 원전관련 20여개사가 파트너를 정하기 위해 처음 모였을 때 한국팀이 수주에 성공할 확률은 5%였다"고 전했다. 미국의 웨스팅하우스는 "당신들은 해낼수없다.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을 우리에게 넘기라"고 했을 정도였다. 웨스팅하우스는 실제로 두산중공업과 현대건설을 따로 접촉했지만 KEPCO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해 5월 입찰자격을 3개사로 압축했을 때 KEPCO팀은 합격하고 웨스팅하우스는 탈락했다.


그러나 세계 원전 전문가들은 프랑스 아레바 60%, GE-히타치컨소시엄 30% 수주로 가능성을 점쳤다. KEPCO팀 가능성은 겨우 10%였다. 5%, 10%의 승률이 100%로 대역전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27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UAE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전과 ENEC간의 UAE 원자력사업 계약 체결식이 열렸다. 건설부문만 2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12월 28일 최초 원전 수출의 쾌거를 달성하고 돌아온 김쌍수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을 축하하는 행사가 삼성동 본사에서 열렸다. 600여명의 본사 근무직원들은 열렬한 박수 속에 본사에 도착한 김 사장은 이번 원전 수출은 국가적인 영광이자 한전 창사이래 가장 큰 경사라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 1년간 워룸에서 보여주었던 관계자들의 열정이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변준연 당시 전무이사겸 해외사업본부장(현 UAE원전 총괄부사장)은 "경쟁에서 절대 지면 안된다는 각오로 임하다보니 오늘의 영광이 있게 됐다"고 술회했다.


◆ 사상최대 프로젝트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쌍수 사장은 지난해 12월 29일 모하메드 알 하마디 UAE원자력공사 사장과 함께 워룸을 방문해 축하행사를 가졌다. 하마디 사장은 한전이 3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국내외에서 보여준 안정성이 한전을 선택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한국인 특유의 "해봅시다(Let's do it)" 정신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김쌍수 사장은 만족하지 않고 "사상 최대 해외 프로젝트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이달부터 UAE 프로젝트를 본격 진행하는 한편, 추가 원전 수주를 위한 극비 마케팅에도 들어갔다. 김쌍수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동행해 인도를 방문 인도 원전수출을 위한 협의를 하고 내달 초 원전 선진국인 프랑스를 방문한다. 방문일정, 장소는 비밀이지만 원전관련 협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2030년 원전을 최대 80기 수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보수적으로 낮추어도 2020년까지 최소한 10여기의 신규 원전을 수주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고 누누히 강조해왔다. 5% 가능성에서 출발한 UAE 원전은 100% 승리했다. 2020년 원전 최소 10기 수주, 2030년 80기 수주가능성도 그래서 기대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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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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