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부사장은 지난해 말 만기된 보험금 1000만원을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만든 '1004클럽'에 기부했다. 그는 이미 월급의 일정액을 복지재단에 후원하고 있으며 자신의 책 인세도 교통사고유가족돕기사업회, 한국복지재단 등에 기부한 바 있다. 기부의 생활화를 실천하고 있지만 "1004클럽에서 진짜 부자 회원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학생 미용사 구두수선사 등 평범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며 "분할 납부로 1000만원을 채우겠다는 목표아래 참여한 사람들로, 일시불 납부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며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쑥스러워했다.
대한민국 부자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 때 '있는 사람이 더하다'며 비난 받기 일쑤였던 부자들이 남의 눈치 보며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방식의 기부 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지도층의 도덕적 책무)'가 문화로 정착된 선진국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지만 부자들이 '사회적 부의 증대'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고무적이란 평가다.
전기보 열린사이버대학 교수는 "부자들의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그 부의 가치를 의미있게 활용하는 기부활동도 증가하고 있다"며 "부자들이 베풀고 나누는데 앞장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이상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경받는 부자가 진정한 부자= 김 부사장처럼 생활에서 기부를 실천하는 부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강의료로 기부활동에 참여하는 변호사는 물론 수익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회사 대표, 행복함을 느낄 때 마다 일정금액을 모아 기부하는 부자들까지 제각각이다. 이들은 다양한 기부활동을 벌이면서 '존경받는 부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신흥 부유층인 연예인들 중에도 부자의 진정한 의미를 실천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998년부터 기부활동을 해온 김장훈은 지금까지 기부한 누적 기부금이 50억원이 넘는다. 션ㆍ정혜영 부부도 전셋집에 살면서 밥차 봉사부터 혼혈아 입양 관련 불우이웃돕기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대표 연예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전문연구기관인 '나눔정보연구센터'가 지난 2006년 개인자산 10억 원 이상(평균 자산 50억원)의 부유층 162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통해 기부 인식, 기부 경험 등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이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기부문화가 부자들 생활 속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부액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자들의 연평균 기부액이 1116만원에 그쳤다. 이는 일반인들의 연평균 기부액 17만852원보다 62.7배나 많은 수준이지만 거부들의 고액기부가 생활화 된 미국과는 대조된다.
◆선진 기부국은 부자로부터= 미국이 기부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6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자기 재산의 85%인 370억달러(약 43조원) 기부계획을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버핏을 제외한 상위 60위까지 고액 기부자의 평균 기부액이 전년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부자들의 솔선수범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 2008년말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명인의 기부가 일반인들의 기부 동기를 부여하는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80.4%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급회 관계자는 "부자 등 유명인들의 기부가 많은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부자들의 기부 활동을 계기로 기부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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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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