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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실버카메라맨들 장수 사진 찍다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안경은 벗으시고요. 고개가 약간 기울어졌네요. 이쪽으로 약간 돌려보시겠어요? 네~ 아주 좋습니다. 이제 찍습니다. 찰칵~”


조용하던 경로당이 임시 사진관으로 변신했다.

흰색 배경천이 설치되고, 반사판에 조명까지 들어섰다. 촬영스텝만도 10여명, 영화촬영장을 방불케 한다. 찰칵찰칵 경쾌한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작업에 몰두하는 진지한 표정의 스텝들이나 나이 지긋한 모델들 모두 비슷한 연배의 어르신들이다.

◆수강 후 지역 내 실버 봉사단으로 거듭나


이들은 다름 아닌 65세 이상 어르신들로 구성된 송파문화원 실버 사진카메라반(회장 김용학).


송파문화원이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진행한 어르신문화학교 사진강좌 수강 후 입문한 아마추어 사진사들이다.

문화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지원하는 송파문화원(원장 이영우) 어르신문화학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생계가 아닌 문화적 접근을 위한 어르신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지난해 실버페이스페인팅에 이어 올해 실버카메라반도 수료 후 지역 내 활동을 위한 봉사단으로 거듭났다.


이번 활동은 그간 갈고닦은 실력도 발휘하고, 지역봉사도 할 겸 계획된 첫 번째 미션인 셈.


12월 한 달 간 경로당을 돌며 또래 실버들을 위한 장수사진 무료 촬영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10월 한 달 간 송파문화원에서 어린이를 주제로 한 사진전도 열었다.


이밖에도 이런저런 계획들을 많이 세웠는데 안타깝게 신종인플루엔자 때문에 취소됐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실버 카메라반을 이끌게 된 회장 김용학(72·마천동) 할아버지는 “해야 할 일이 생겨 가장 좋다. 사진구상 하느라 항상 마음이 바쁘고, 사진 찍느라 나들이도 많아졌고,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바쁘고, 봉사까지 할 수 있으니 생활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동창모임에 나가서도 얘깃거리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몸도, 마음도 바빠진 행복한 실버 사진사들


“외출할 때는 카메라부터 가장 먼저 챙겨든다”고 밝힌 김문미자(66·방이동) 할머니는 “사진전 준비하면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출사를 나갔다 모델이 돼 준 일본 아이가 사진전에 일부러 찾아와줘 너무 기뻤다”며 사진이 만들어준 소중한 인연을 소개했다.


언제나 손을 꼭 잡고 다녀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전성현(84)할아버지와 허용정(78·잠실7동) 할머니는 유일한 부부 회원.


전 할아버지는 귀가 어둡고, 허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부부는 서로의 귀와 다리가 돼 준다.


그래서 손을 꼭 잡고 다니다보니 잉꼬부부로 소문 나 모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정작 부부는 “상부상조하는 것 뿐”이라며 조용히 웃는다.


“들은 것 자꾸 까먹어서 배우는 게 참 힘들었다. 그런데 배우면 배울수록 재밌고 보람있다”는 최고령 우인숙(77·방이동) 할머니, “서울에 40년을 살아도 이번에 경복궁도 처음 갔다”며 출사의 즐거움을 밝힌 김창조(65·거여동) 할아버지 등 실버 사진사들의 자랑은 끝이 없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도 셔터를 누르는 것을 멈추지 않을 정도로 실버 사진사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새롭게 소일거리를 찾아 기쁜 어르신들 못지않게 모델이 된 경로당 어르신들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 반갑기는 마찬가지.


“젊은 사람들이 찍어주는 것보다 친구 같아 친근해서 좋다”는 오봉산경로당 회장 나종갑(80·석촌동) 할아버지는 촬영 내내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 할아버지 뿐 아니라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경로당 어르신들 모두 설레임 반, 부러움 반으로 촬영에 임했다.


오늘 하루만 해도 경로당 4군데를 돌아야 하는 강행군,


그러나 아마추어 실버 사진사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11월 한 달 간 지역내 모든 경로당에 공문을 보내 신청을 받았다.


예상보다 신청이 폭주해 1/4 수준인 320명만 접수를 받았다. 촬영 후 액자에 정성껏 끼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전달할 계획이다.


이들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내년에는 알면 알수록 부족함이 느껴지는 사진에 대한 공부도 보충하고, UCC까지 도전할 생각이다.


다양한 실버 대상 UCC 공모전도 나갈 계획이다. 도전하는 실버가 아름다운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이들은 9일 오후 1시 거여경로센터에서 50여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장수사진을 찍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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