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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얼굴의 경쟁력

시계아이콘01분 51초 소요

채용시험에서 본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한 지도 얼마 안 됩니다. 그 취지가 실력으로만 뽑고 차별하지 말자는 것이죠. 그렇다면 면접을 하며 얼굴은 왜 봅니까. 실력을 넘어 얼굴로 차별하는 거 아닌가요? 아마도 얼굴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굴에 돈을 들여서라도 재기를 꿈꿀 것입니다.


음대나 미대 입시 실기에서는 장막으로 얼굴을 가려놓고 한다더군요. 그건 과외를 해준 제자들에게 유리한 점수를 줬던 교수들의 입시부정의 재발을 우려해서였으니 얼굴로 차별하는 것과는 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분명히 얼굴 하나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못생긴 건 용서받지 못한다는 유행어도 있습니다. 그 얼굴 중에서도 특히 피부가 각광을 받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외모가 능력으로 격상된 이 시대의 얼굴 경쟁력. 오죽하면 화장품 광고에서 ‘피부가 권력이다’란 자극적인 카피를 쓸까요.

그래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입니다. 때문에 흉부외과 같은 정말 중요한 분야를 기피하는 전공의들을 구하지 못해 최근에 삼성 서울병원 등이 월급을 300만원이나 올려주기로 결정해 겨우 4명의 정원을 채웠다지요. 의사들이 점점 인술(仁術)보다는 전술(錢術)에 빠져가는 현실입니다.

격무에 시달리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보톡스’란 손쉬운 해결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불과 20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눈이 저절로 감기는 희귀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 졸지에 주름 제거용 약물로 용도가 격상됐지요. 우리나라에서도 그걸 개방해 수출까지 하는 코스닥 상장사가 있습니다.


보톡스는 부패된 통조림에서 발견됐다죠. 엄연히 유통기한이 명시돼 있으며 거기서 생기는 독소가 ‘보톨리누스’이고 그 독소를 걸러서 근육수축제를 만들어 낸 게 바로 보톡스(Botox)입니다.

그러면 어째서 못된 독소가 수축하는 기능을 갖게 됐을까요? 짐작하건대 비록 독소지만 엄연히 하나의 생명체이기에 밀폐된 공간의 캔에서 더욱 증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피를 줄여야만 캔이 터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생존본능으로 수축을 하지 않았을까요.


작년 한 해에 수입된 보톡스와 국내산 보톡스를 합하면 무려 12만병 이상이 유통됐다고 합니다. 한번 시술금액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으로 신고된 금액만으로 4500억원이 된답니다. 신고되지 않은 걸 포함하면 그 시장규모가 적어도 1조원대가 넘고 40만 명 이상의 얼굴을 변신시켰습니다.


한국은 성형시장의 팽창속도가 이미 세계 1위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좋은 현상이라고 반길 일만은 결코 아닌 것 같습니다.


주름을 잘 펴는 데는 아침마다 와이셔츠 다림질을 하며 도가 트인 여자들이니 아무래도 남자들보다는 그깟 얼굴 주름쯤이야 우습게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한때 유행하던 여성들의 ‘주름치마’도 혹시 탐탁지 않은 주름이란 이름을 쓴 죄로 시장에서 사라진 건 아닐까요.


거슬러 올라가면 이 시장의 폭발력에 기름을 부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청와대였습니다. 이마에다 보톡스를 맞고 대통령이 된 남자- 말 그대로 피부가 권력이 됐습니다.


그러나 맘이 편하지 못했던 청와대생활에서 주름은 더 깊어만 갔죠. 마침내 재임 중에 부부가 쌍꺼풀 수술을 하기까지, 그간의 사정이 어떠했던 간에 잠자던 성형시장에 경쟁력을 창출한 전임 대통령임엔 확실합니다.


애써 자기 돈을 주고 주름을 감추고 표정을 감추려는 사람들에게 무슨 충고가 필요할까요. 미국도 이 주사요법으로 성형하는 비율이 20%가 넘었다고 합니다.


이미 정기적으로 보톡스를 맞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들도 많고, 중년여성들이 ‘보톡스 계’까지 만들어서 그걸 맞겠다고 줄을 서고 있습니다.
칼도 안대고 10분 만에 끝나는 주름제거. 4~6개월이면 원위치로 도로 돌아오는 부메랑성형.


얼마나 얼굴이 달라지는지 모르나 때론 눈썹이 움직이지 못해 무표정한 미인(?)도 되고 미소를 지으면 어색하기만 한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썩은 통조림을 찾아서 성형외과에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한국여성들의 얼굴경쟁력! 그 끝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요?

시사평론가 김대우(pdik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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