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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홍명보, 조범현 그리고 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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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지난 주말 끝난 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7차전까지 매 경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습니다. 기아 타이거즈가 9회말 끝내기 솔로홈런으로 10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지만 기아 우승 뒤에는 9번째 영광이후 12년 동안 ‘왕년의 챔피언’이란 불명예 속 꼴찌의 아픔도 겪으며 참아 온 시간과 명조련사의 리더십이 있었습니다.


해태 타이거즈 시절 스타산실로 승승장구하던 팀이 약체로 분류되며 허덕이고 있을 때 구단을 인수한 기아는 ‘타이거즈 순혈주의’를 과감히 단절하고 조범현씨를 새 사령탑으로 영입해 분위기를 일신합니다. 조 감독은 대구출신으로 서울과 인천에서 고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OB와 삼성에서 포수로 활약했던 선수였습니다.

조 감독은 부임이후 개성 강한 기아 선수들과 틈만 나면 대화를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은퇴기로에 있던 팀의 최고참 이종범 선수와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려 왔던 노장 이대진을 끌어안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을 배려하며 믿음을 쌓아갑니다. 선수기용도 적절한 노장의 조화로 신인들이 간혹 실책을 하더라도 꾸준히 기회를 주었으며 선수들은 노력과 승부 근성으로 보답했습니다. 조 감독이 보여준 것은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려와 신뢰였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 선수에 대한 신뢰가 또 하나의 감동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특출한 스타플레이어도 없고 과거에 비해 약체로 여겨졌던 청소년월드컵 축구팀이 18년 만에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한 것입니다. 이번 대회 우승팀인 가나에 석패해 4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선수들이 보여준 투지와 속도감 있는 경기운영 등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었습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화려한 경력과 카리스마로 선수들이 다가가기 어려워했지만 홍 감독의 친형같은 배려와 공식모임에서는 선수들에게 경어를 쓰는 상호 존중,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선수들로 하여금 마음을 열게 하고 신나게 뛰게 했습니다. 미국팀을 꺾고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선수들이 일렬로 서 관중이 아닌 홍 감독과 코칭스태프들에게 큰 절을 한 것에서 보여주듯 홍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존중과 배려는 선수들을 춤추게 한 것입니다. 홍 감독도 관중도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3월 전 국민을 감동시킨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가 끝난 뒤 김인식 감독이 남긴 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감독간의 신뢰’였습니다. 명장 김 감독의 리더십 비결도 결국‘존중과 신뢰’로 귀착되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유명한 경제학자로 뇌의학을 기초로 한 마케팅 분야의 권위자인 한스 게오르크 호이젤은 ‘승자의 뇌구조’에서 작은 함대로 프랑스 해군을 무찌른 영국의 넬슨 제독의 예를 들며 경영자와 직원들 간의 상호 존중과 배려, 신뢰가 업무 성과를 높인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시 넬슨의 영국함대는 주로 죄수들로 이루어져 작은 잘못에도 채찍질당하기 일쑤였고 서로 불신하고 비난하며 전투의욕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패배의식이 영국함대를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나 넬슨이 지휘봉을 잡고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는 공개적으로 함대 병사들을 특별한 사람이라고 선언하고 무분별한 채찍질을 추방했으며 직급이 낮은 선원들도 존중해 주고 집단적인 자부심을 불어넣어 주었다. 넬슨은 패자를 승자로 만들었고 그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신뢰와 존중을 전파해 나갔다.”


그는 아랫 사람의 자아 욕구를 존중하고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과 의욕을 만들어 주는 리더가 진정으로 카리스마 있는 리더이며 직원들이 능동적으로 업무에 나설 수 있도록 그들의 인격과 능력을 신뢰하고 이끄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라고 말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신뢰는 리더십의 본질입니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사람들이 리더를 따를 수 있습니다. 리더십을 연구하는 한 교수는 기고에서 리더에 대한 신뢰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리더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리더의 인격에 대한 신뢰라는 것입니다. 능력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어떤 일을 잘 수행할 것이라는 믿음을 말하고 인격에 대한 신뢰는 리더가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한다는 믿음으로 리더가 그 관계를 해치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잘 되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를 말합니다.


신뢰는 그래서 공정한 원칙과 일관성이 담보될 때 더 빛을 발합니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도, 조직 내에서 직원들과 생활하는 데도, 의사 결정과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또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도 숨기거나 부정하지 않는 일관된 마음이야말로 조직의 믿음을 높여주는 강력한 동력입니다.


또 신뢰는 결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반복된 생활 속에서 형성되며 신뢰가 쌓일 때 상대방에게 나를 개방하게 되고 그들도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기아의 조 감독도 선수들과 신뢰를 쌓기까지는 2년여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는 요즈음 조직 간의, 조직의 구성원간의 신뢰와 배려가 사회를 밝게 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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