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여행]고삼저수지, 가을아침 無欲의 섬에 서다

시계아이콘02분 1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몽환적 수묵화에 나룻배가 방점을 찍는다
달과 별 벗삼는 밤낚시 매력도 만끽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하얀 물안개 피어오르는 수면에서 자맥질하는 물오리 떼가 새벽을 열면 넉넉한 품성의 저수지는 산과 하늘, 그리고 해와 나룻배를 가슴에 품는다.


회색도시를 탈출한 강태공은 노를 저어 희미한 아침안개 속 저수지로 미끌어진다. 나룻배와 수상 좌대가 거울 같은 수면에 그림을 그리고 순간 수초 숲에서 날아오른 왜가리 한 마리가 무채색 수묵화에 생명을 불어 넣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로 유명한 경기도 안성 고삼저수지를 찾으면 이런 환상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저수지의 수상좌대에서 은은한 달빛과 총총한 별들을 벗삼아 즐기는 밤낚시의 매력도 만끽할 수 있다.

대어를 낚지 못해도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우정을 쌓는데는 그만일 것이다.

지난 주말 안성 고삼저수지를 찾았다. 1963년에 완공된 84만평의 고삼저수지는 육지 속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넓다.


특히 주변에 오염원이 없어 수질이 깨끗할 뿐 아니라 수초가 풍부해 붕어, 잉어, 배스 등 씨알 굵은 물고기들의 입질이 잦은 편이다.


그러나 저수지의 분위기는 광활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아늑하다. 저수지로서는 보기 드물게 물 한가운데 섬들이 떠 있기 때문이다.


용이 나왔다 해서 그것을 기리는 비석을 세웠다는 비석섬 '8'자 모양의 팔자섬, 동그랗게 생긴 동그락섬 등 3개의무인도가 수면을 장식하며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향림, 양촌, 삼은, 꼴미 등 이름도 아름다운 낚시터가 즐비한 고삼저수지에는 좌대만도 120여개가 설치돼 있어 낚시꾼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다.


이 중에서도 영화속에 등장한 좌대와 선착장이 설치됐던 향림마을을 찾았다.

지금은 물론 그 자취가 사라지고 없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숙한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버드나무와 우거진 수초 그리고 수십 개의 수상 좌대로 인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 하고있다.


고삼저수지의 속살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 위해 방갈로형의 수상 좌대를 얻었다.


선착장에서 나룻배를 저어 가까운 좌대에 자리를 폈다. 은은한 달빛과 별을 벗삼아 노를 저어 가는 운치가 그만이다.


저수지 위에 2평 남짓한 방갈로로 제법 아담했다. 좌대는 아무도 방해하는 이가 없는 강태공들만의 세상이 된다.


건너편 좌대에 늘어선 낚시대의 케미컬라이트(찌에 끼우는 야광체)가 어두운 호수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갑자기 수면이 일렁이며 찌가 흔들린다. 강태공들의 분주한 발자국 소리로 좌대가 요란하다. "에이 빠르다" 물고기는 간데 없고 빈 바늘만 매달려 있다며 불멘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별들도 하나 둘 사라지고 새벽이 열린다. 여기저기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아름다운 고삼지의 풍경이 어우러져 한폭의 수묵화를 그려낸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밤새 흔들리는 찌를 바라보고 "오늘도 허탕이야"라며 허허 웃는 강태공들의 심정을 말이다.


물고기를 꼭 잡아야만 낚시의 멋은 아닐 것이다. 잡는 즐거움 보다 적막한 세성 속 풍경과 아름다운 새벽의 모습을 즐기는 것이로구나를ㆍㆍㆍ.


고삼저수지는 붉게 물든 단풍이 수면에 비치는 가을이 가장 아름답다. 영화처럼 물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수면을 미끄러지는 나룻배의 정취는 바로 동양화의 한 장면이다.


이른 새벽 배를 저어 희미한 안개를 뚫고 고삼지 유람에 나섰다. 물안개를 거느리고 돌아온 수심 깊은 산그림자와 이른 새벽부터 세월을 낚고 있는 강태공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저 멀리서 커다란 회색 날개를 펄럭이며 유유자적하는 왜가리도 수면을 날아 오르고 노젓는 물소리에 화들짝 놀라 솟아오르는 물오리 떼의 분주함도 아름답다.


고삼지의 중심으로 나가자 철새들의 보금자리인 팔자섬, 동그락섬 등이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꽃뫼로도 불리는 꼴미는 수중에서 자라는 10여 그루의 버드나무로 인해 청송 주산지를 옮겨 놓은 듯 하다.


고삼저수지는 달골ㆍ구시기ㆍ새터ㆍ꽃뫼 등 아름다운 마을을 짚어가며 드라이브나 자전거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다.

고요한 물가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보면 '철퍼덕' 물고기 뛰는 소리와 새들의 비상이 한데 어우러져 환상적인 길이된다.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면서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데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자전거로는 4시간가량 걸린다.


안성=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성IC를 나와 38번 국도를 이용해 안성 방면으로 가다 당왕 사거리에서 좌회전해 70번 지방도로를 타면 된다. 또 신갈IC에서 영동고속도로를 진입해 양지IC를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안성방면으로 가다 칠성주유소에서 우회전 하면 된다.


△볼거리=철새들의 보금자리인 금광호수와 청룡호수 등이 있다. 특히 금광호수는 호반 드라이브 코스가 좋으며, 경치 좋은 곳마다 이색적인 찻집이 박혀 있어 주말 가을 나들이 코스로 그만. 또 매주 토요일 오후(3시ㆍ6시)에 안성 남사당전수관 야외공연장에서 열리는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 풍물단의 남사당놀이는 빼놓을 수 없다.(031-678-2492ㆍ2513)


△먹거리=수상좌대를 대여해주는 향림마을의 '금터낚시터(031-674-3642)'의 메기매운탕과 붕어찜은 별미다. 또 안성 시내에 위치한 '안성댁가마솥장국밥(031-673-2606)'은 구수하고 담백한 맛의 장터국밥으로 유명하다.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사장의 손맛이 옛 안성장터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