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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靑ㆍ赤ㆍ白 삼색일경 '천상의 하모니'

경북 청송=푸른정자ㆍ붉은 절벽ㆍ하얀 연봉 신성계곡15km 숨은매력황홀


[아시아경제신문 조용준 기자] 새하얀 새벽안개를 뚫고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웅장하고 신비로운 적벽(赤壁)을 감싸도는 계곡이 용틀임을 준비한다.


계곡 위 푸른 정자에는 어머니 그리는 선비의 낭낭한 글읽는 소리만이 고요한 새벽의 정막을 깨운다. 한 순간 정자 넘어로 해가 들면 새벽빛에 반사된 계곡은 백색의 꿈으로 되살아난다.

경북 청송으로 가는 길은 가도 가도 끊이지 않는 산자락과 함께 이어진다. '첩첩산중이란 말은 이럴때 사용하는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길들의 연속이다.


산자락에 펼쳐진 사과밭과 논, 굽은 도로, 청정한 계곡과 경치는 맛깔스러운 여행길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가을의 청송은 주왕산과 주산지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청송에는 그 외에도 가을의 신비로움을 찾아 떠나볼 곳이 많다.


안덕면 신성계곡의 방호정에서 시작해 적벽을 지나 설산을 연상시키는 백석탄에 이르는 15km길이 바로 그것이다.


◇어머니 그리는 효심이 빚어낸 정자 방호정
경북 영천과 청송을 잇는 노귀재를 넘어서자 사과밭 풍경이 탐스럽다. 가는길내내 사과따는 주인이라도 만나면 먹음직스럽게 익은 사과를 맛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안덕면에서 신성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절벽 위에 자리한 방호정이 눈에 띈다. 방호정은 신성계곡어귀 절벽 높은 암상에 지은 탓인지 고고한 선비의 풍모가 물씬 풍긴다.


조선 광해군 11년인 1619년에 방호 조준도가 세속의 권력을 뒤로 한 채 오로지 학문탐구와 어머니를 위해 지은 정자다.


수 백년 세월 풍우에 시달려 퇴색한 흔적이 완연하나 섬세한 기교와 짜임새 있는 건물 구조는 당시의 단아하면서도 엄숙했던 생활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방호정에 올랐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정경도 좋지만 정자 마루에 앉아 계곡의 맑은 물을 내려다보는 풍류는 더할나위 없이 일품이다.


인근에는 조준도의 생모 권씨의 묘가 서로 마주하고 있다. 산림처사로 은거하면서 어머니를 몹시 그리워하던 선비의 애틋한 효심을 엿볼 수 있다.


정자 아래에는 수백년도 더 넘었음직한 굵디 굵은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너른 숲이 있어 나그네의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청송1경 신성계곡 휘감아 도는 붉은 절벽 장관
방호정을 나와 아름다운 계곡길을 따라 10여분을 달렸다. 사과밭이 늘어선 언덕에 이르자 산세와 휘어진 물길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낸다.


바로 신성계곡 중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한다는 적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풀 숲을 지나온 맑은 계류가 바위절벽 아래에서 휘어지며 빠르게 흐르는 장소다.


절벽 건너편에는 자갈로 이루어진 쉼터가 있다. 청운하천의 적벽을 그대로 축소해 놓은 듯한 그곳으로 내려가려면 고개 넘어 만나는 만안삼거리에서 우회전해 들어가면 된다.

다리 건너 곧바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계곡천변으로 길이 이어진다. 절벽 아래쪽으로는 물살이 빠르고 깊지만 주변에는 돌 틈에 사는 민물고기, 다슬기 등이 지천이다.


◇알프스 설산의 아름다움이 청송에 솟아났네
적벽을 넘어 만안삼거리에서 안동 길안 방향으로 가다보면 신성계곡의 마지막 아름다움인 백석탄(白石灘)에 닿는다.


깊은 계곡에 숨어 있어 인적이 드문 한적한 곳이라 차를 댈 만한 공간도 여의치 않다.


도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계곡으로 들어서면 강가에 흰 돌무더기들이 꽃처럼 피어난 백석탄의 장관을 만난다.


백석탄은 어떻게 보면 그곳에 어울리지 않는 것같은 정교한 예술조각의 미(美) 갖추고 있다.


이런 작품을 만든 것은 용암이다. 약 7천만 년 전에 용암이 빠르게 흐르다 굳어 오랜 시간 물살에 씻겨 물결의 지문을 보는 듯 오묘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마치 옥 같은 여울속에 알프스 설산의 일부를 잘라서 갖다 놓은 것 같은 눈빛 연봉은 방호정 맑은 물에서 목욕을 했다는 선녀의 옷자락 같이도 보인다.


그모습이 얼마나 신비하고 아름다운지 그위에 걸터앉아 물에 발을 담그고 먼 하늘을 쳐다보면 세상만사 구름가듯 느껴져 누구나 무아지경에 이르게 된다.


백석탄은 옛날부터 명소로 알려져 곳곳에 별칭이 붙은 곳들이 많다. 그중에 장군대, 약어대, 가사대 등이 있는데 장군대는 조선 인조때 김한룡이 부친의 갑옷과 투구를 묻은 곳이라 한다. 약어대는 낚시를 즐기던 곳으로 가사대는 이곳에 있으면 절로 시심이 일어 난다고 전해지는 곳들이다.

금강비폭(金剛飛瀑) 부석징담(浮石澄潭) 청탄세이(淸灘洗耳) 필봉구숙(筆峰鷗宿). 자하동천(紫霞洞天) 금화석실(金華石室) 장군석단(將軍石壇) 화전접무(花田蝶舞). 백석탄의 아름다움을 8경으로 노래한 이 한시는 그런 시심을 잘 드러내는 듯 하다.


청송=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타고 가다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진입해 서안동IC까지 간다. 안동에서 국도를 이용해 청송 안덕ㆍ현동 방향으로 가면된다.


△볼거리=영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촬영지인 주산지를 비롯해 주왕산 단풍 등은 꼭 챙겨보자. 또 파천면 덕천리에 자리한 송소고택도 청송의 명물 중 하나다. 달기약수 맛도 보자. 탄산과 철 성분 등을 함유해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찾는 이가 많다.


△먹거리=청송하면 이것을 빼 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바로 사과다. 청송은 해발 250m의 산간지역으로 일교차가 비교적 심하고 하루 종일 볕이 드는 시간이 길어 일조량도 풍부한 편이다. 이런 기후 속에서 자라는 청송 사과는 당연히 당도가 높아 '꿀사과'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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