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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직원 아내의 휴대폰을 뺏어본 적 있습니까?

시계아이콘02분 33초 소요

[아시아경제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L사장. 그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취미를 자영업으로, 자영업을 남들이 부러워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는 사업을 시작할 때 초심을 잊어본 적이 없습니다. 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습니다.

직원 한명을 뽑을 때도 자신과 취미를 같이 하는 쪽을 택했고, 고객역시 그런 식으로 관리하다보니 충성도가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직원의 행복=기업의 성장과 직결된다는 논리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부만족이 없으면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실천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그가 이룬 富의 바탕은 거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그와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원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 얘기를 듣고 나서 “아, 그게 그렇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만남에서 오갔던 얘기라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는 게 도리라 생각해 그냥 L사장이라는 것만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는 나이 어린 자녀가 있는 남자 직원들에게 특별한 지시(?)를 내립니다. 집의 아이를 데리고 다음 날 출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종업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중소기업이 아이가 있는 여직원을 위해 탁아소(놀이방)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남자직원들 보고 아이를 데리고 출근을 하라니 직원들은 어안이 벙벙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날이었습니다. 남자직원들이 아기를 데리고 출근했습니다. 보기 힘든 진풍경이 벌어진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체 탁아소에 맡겨졌습니다.


오후 3시가 됐습니다. L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출근한 남자직원들을 퇴근시킵니다. 대신 부인들을 시내 유명호텔로 초대합니다. 회사의 영업상황, 미래비전을 설명하고, 일 잘하는 남편들에 대한 칭찬이 따라붙은 것은 물론입니다. 우아한 저녁메뉴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습니다.


그 때 L사장은 부인들의 휴대폰을 한자리에 모아 놓습니다. 사실상 휴대폰을 뺏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합니다. 아침부터 아이와 함께 시간 보낸 것이 힘들었던 남자 직원들, 저녁이 되자 갖가지 요구를 하며 떼를 쓰는 아이에게 지쳐있는 남자 직원들이 부인들에게 하소연합니다.


“여보, 뭐해. 빨리와. 애 때문에 너무 힘들어!”


L사장. 그는 어떻게 보면 심한 장난꾸러기처럼 회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부인에게는 어김없이 폭탄주가 전달됩니다. 화를 많이 내는 남편의 아내에게는 1잔의 보너스가 더 권해집니다.


그가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가사노동의 어려움을 이해해야 남자직원들이 아내를 아낄 줄 알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는 직원들이 회사도 아낄 줄 안다는 단순한 논리입니다. 다음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자직원들, 계속 화를 냈을까요?


그의 경영스타일은 늘 이렇습니다. 직원들이 스스로 재미있게, 보람을 느끼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꿈의 직업이 될 때까지 그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고객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들 못지않게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많이 보유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도 용돈이 생기면 장난감 가게를 찾아간다고 합니다. 회사 놀이방에서 자신이 마련해 놓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며 직원들의 자녀들이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이 직원들의 행복, 고객의 행복을 이끌어내는 도구라 생각하며 기업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L사장을 만난 후 지난 6월 농촌진흥청 5급 공무원이 된 신종수(41세) 박사가 떠올려졌습니다. 그는 한때 세계 최대 채소종자회사에서 승승장구하던 촉망받는 인물이었습니다. 다국적 기업의 임원으로 그만큼 미래가 보장된 상태였지요.


그러나 그는 그 좋던 자리를 박차고 새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농업진흥청 연구관 모집에 응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것입니다. 당연히 그가 받던 억대 연봉은 3분의 1로 줄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서울도 아닌 수원에 직장이 소재하고 있으니 고시원 쪽방신세를 지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계속 지워지지 않는 기억은 그가 뒤늦게 5급 공무원을 시작하면서 한 말입니다. “40세까진 저와 가족을 위해 살고 그 이후엔 사회를 위해 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 보람있는 일을 하면서 꿈을 키우며 먹고 사는 것. 말은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생각했던 대로 일이 척척 풀릴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은 시작할 때 꿈과 희망, 열정을 갖고 출발하지만 좌절하거나 하던 일을 포기할 때도 많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가 그만큼 힘든 법입니다.


짧지만 그냥 떠나기엔 아쉬워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살기’(양병무 지음)를 잡았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좋아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말이 와 닿았기 때문일까요? 양병무씨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처음 직업을 선택했을 때 마음가짐이 무엇이었습니까?


그때 당신의 비전은 무엇이었습니까?


그런데 지금도 그 마음이 이어지고 있습니까?


변했다면 왜 그런 마음이 생겼습니까?


그는 다음과 같은 말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새 땅을 찾아내는 것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땅을 새롭게 다시보라.”


“무지개는 강 건너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있을 수도 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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