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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이별60년, 2박3일의 만남

시계아이콘02분 27초 소요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가슴 뭉클한 만남입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3개월 만에 재개돼 1차 남측 방문단 97명이 북한에 살고 있는 가족 228명을 지난 주말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만났습니다. 또 오늘부터는 북한 방문단 99명이 남측 가족 430여명과 감격의 상봉을 합니다. 실로 60여년 만의 재회들입니다. 그동안 그토록 애타게 그리워하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회한들을 2박3일 짧은 시간에 풀어놓을 수 없지만 그래도 죽기 전에 한번 만난다는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동입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루어진 이번 이산가족 1차 상봉에서 최고령 상봉자는 95세의 할아버지였습니다. 고향인 황해도 평산과 서울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중 전쟁으로 북의 두 아들과 딸의 소식이 끊겨 서로 모르고 지내다가 무려 60년 만에 막내아들을 품에 안아보게 되었습니다. 막내아들과의 기쁨도 잠시 북의 다른 가족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소식에 절망해야 했습니다.

1948년 스무살 아내에게 네 살배기 아들을 맡겨둔 채 혼자 월남한 뒤 이제야 아들을 만난 89세 할아버지는 부인이 살아 있다는 말에 금반지까지 준비했으나 부인이 몸이 많이 아파 나오지 못하자 아쉬움과 미안함으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59년 전 전쟁이 발발하자 잠시 몸을 피한다고 집을 떠나 있다 영영 이별이 된 한 상봉자는 헤어진 부인과 딸, 여동생을 만났으나 평생을 혼자 산 부인은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서로 마주 보며 연방 눈물만 흘렸고 당시 한 살배기였던 딸도 아버지가 낯선 듯 오랜 세월의 공백에 아쉬움만 컸습니다.

이번 상봉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실종된 형제들의 만남도 있었습니다. 형은 1950년 가족들과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섰다가 징집돼 전쟁터에서 실종됐고 동생은 형을 찾기 위해 1952년 자원입대해 형의 전사통지서를 받을 때까지 12년간이나 군생활을 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큰 형이 북에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올 6월, 국군포로였던 형을 드디어 만나게 된 것입니다. 분단과 전쟁의 비극이 갈라놓은 형제들을 보며 모두 침통한 모습들이었습니다. 또 1987년 납북된 동진호의 선원 2명도 50살 가까이 되어서야 남한의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불과 20여년 전 서해 백령도 근해서 조업하던 중 북측에 나포되어 갈라서게 된 남매들의 절절한 모습은 현재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반세기를 넘어 만났지만 또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모두들 ‘건강 하라’며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떠나는 발길이나 보내는 마음이나 아쉬움만이 가득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은 다반사라지만 지구상 어디에 이처럼 부모 자식이, 형제들이 강제에 의해 떨어져 사는 일이 있겠습니까. 긴 세월 동안 생사도 모르면서 노심초사하다 잠시 마나고 또 헤어지니 이 같은 비극은 어느 역사에도 없습니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된 이산가족 상봉은 그동안 16차례의 대면상봉과 7차례의 화상상봉을 통해 남북 2만여명가량이 만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1988년 이후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한 사람은 12만7000여명, 이미 이 중 35%가 넘는 4만7000여명이 세상을 떠났고 생존한 신청자 중에도 90세 이상이 3900여명, 80대도 2만8200여명에 이릅니다. 이산의 한을 풀지 못하고 언제 우리 곁을 떠날지 모르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의 어느 사업보다 앞서 추진돼야 할 확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남과 북은 지난 2년간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인도적인 사업 추진마저도 외면해 왔습니다. 뒤늦게 상봉이 이루어졌지만 아직도 당국자 간의 말 한마디를 놓고 서로 기싸움을 하려하고 있습니다. 이젠 어떤 목적과 이유를 뛰어넘어 이산가족의 깊은 아픔을 헤아려 주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합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7월 완공된 금강산 면회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였습니다. 상봉을 상시화 할 수 있는 장소도 마련되고 이산가족들이 보다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남북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추진해야 합니다. 이산가족의 상봉은 어느 누구의 호의도 아니고 더군다나 이벤트성 행사도 아닙니다.


현재 한반도는 북핵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상태에 있습니다. 진행되어 오던 6자회담도 교착상태에 들어갔고 남북 간의 대화는 물론 북미 간의 대화도 원활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외교협회 간담회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으로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습니다. 북한 문제를 ‘한 방에 풀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그런대로 공조를 보여 온 미국마저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오늘부터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에서 구체안을 도출하겠다고 하나 중국 역시 탐탁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자칫 명분을 앞세우다 보면 얻는 것이 없을 때가 많습니다.


이번 2차 상봉을 마치면 언제 다시 금강산에서 이산가족들의 한 맺힌 오열이 이어질지 모릅니다. 초조히 시간을 보내며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을 위해 명분과 실리만을 내세우지 말고 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핵과 경협 등 정치적 판단과는 분리된 남북 이산상봉이 추진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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