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하지원이 진정한 '1000만 배우'인 이유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하지원은 충무로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하지원 만큼 흥행 성적이 좋은 여배우가 그리 흔치는 않다는 이유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이는 인간적이고 성실한 태도 또한 늘 칭찬받는 이유다.


올해 흥행 성적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배우가 하지원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를 통해 1000만 관객과 만났고 하반기 기대작 중 하나인 박진표 감독의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김명민과 호흡을 맞췄다.

하지원은 재능에 비해서 과소평가되는 배우이기도 하다. 작품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하나의 부분으로서 작품을 빛내기 때문이다. 하지원은 분명 전도연 만큼 놀라운 연기력을 지니지도 않았고 김태희처럼 완벽한 미모를 타고난 것도 아니며 이영애처럼 '신비주의 전략'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는 미모와 연기력을 동시에 지닌 데다 어떤 장르나 어울리는 발군의 소화력을 자랑한다. '가위' '폰' 같은 공포영화를 시작으로 '다모' '황진이' 같은 시대극, '발리에서 생긴 일' '내 사랑 내 곁에' 등의 멜로, '색즉시공' '1번가의 기적' 같은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갔다.

때로는 이들 영화에서 액션을 소화하기도 했다. 권투 글러브를 끼고 링 위에 올려도 어색하지 않는 배우가 하지원이다. 여배우가 이토록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내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뽑아낼 줄 아는 여배우를 꼽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원은 영화 '폰', 드라마 '다모' '황진이' 등을 통해 단독 주연으로서 역량을 보여주는 한편 영화 '색즉시공' '해운대' 그리고 '내 사랑 내 곁에'에서 공동주연 혹은 주연급 조연으로서 상대 배우를 빛나게 하는 재능을 선보였다. 작품을 이해하고 캐릭터의 균형을 생각할 줄 아는 배우라는 의미이다.


영화 '해운대'에서도 하지원은 캐릭터를 강하게 내세우기보다 설경구와 호흡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 열 살의 나이 차이에도 극중 연희와 만식의 사이가 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죽음과 맞서는 인간의 휴먼드라마와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를 결합한 '내 사랑 내 곁에'에서도 하지원은 균형에 역점을 두고 연기했다. 20kg 감량의 초인적인 연기 투혼을 보인 김명민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고 자신만의 색채를 유지한 채 장례지도사 지수라는 인물을 소화했다.


극중 지수는 상처를 간직한 인물이다. '아버지는 장의사'라는 놀림을 받으며 성장했고 시신에 염을 하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 때문에 두 번이나 이혼을 당하기도 했다. 날마다 죽음과 함께 사는 직업을 가진 지수가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 없는 루게릭병 환자 종우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일종의 운명인 셈이다.


하지원은 지수를 밝은 성격의 인물로 해석했다. 발랄하고 강인한 성격 뒤에 매일 맥주를 마시고 잠에 들 수밖에 없는 상처가 있다. 지수는 종우를 사랑하게 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지만 사랑과 기적을 믿으며 비극의 폭풍우 속으로 뛰어든다. 종우의 불안과 공포, 짜증과 분노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지수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극중에서는 루게릭병에 걸려 죽는 종우의 연인 역할을 하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종우의 변화를 지켜보는 관객의 시점을 대신해야 한다. 관객이 눈물을 흘리는 일은 종우를 바라보는 지수의 눈동자를 통할 때 가능해진다. 관객이 지수에게 감정이입이 안 된다면 영화는 평범한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내 사랑 내 곁에'의 감정은 종우를 연기한 김명민과 지수를 연기한 하지원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하지원은 김명민의 뛰어난 연기를 빛나게 하는 동시에 지수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조용한 듯 강하고 변함 없는 듯 늘 새로운 하지원의 힘을 보여주는 새로운 방점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