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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소풍車 기다리는 치매노인

시계아이콘01분 25초 소요

아침 출근길에 옆집에 사는 할머니와 며느리가 데이케어(Day Care)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증 치매에 걸린 80대 중반의 할머니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내 모습을 알아봤는데 오늘은 전혀 누구인지 분간을 하지 못했습니다.



데이케어센터는 낮에 치매노인들을 돌봐주는 곳인데 그 할머니는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곳에 다니신다고 했습니다. ‘차가 왜 이리 안오냐’며 보채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치 소풍 차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며느리가 “어머님, 놔두고 그냥 가지 않으니 조금 기다리세요”라고 얘기해도 할머니는 혹시라도 자신을 떼어놓고 가지 않을까 걱정되는지 안절부절 못하고 계셨습니다.



할머니의 손을 보니 예쁘게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었습니다. 다가가서 할머니 손을 잡으며 예쁘다고 했더니, 할머님은 손을 뒤로 감추셨습니다. 의식이 명확하시지는 않지만 할머니 생각으로는 매니큐어 칠한 것이 나이든 사람이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했습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매니큐어를 바르고 오신 날, 할머니는 며느리를 보고 쑥스러워 하셨다고 합니다.



창피해서일까, 무의식적으로 손을 뒤로 빼시지만 그래도 내심 매니큐어 칠한 손이 마음에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데이케어센터 차가 도착하고 예쁜 20대의 사회복지사가 할머니를 조심조심 차로 모셨습니다. 할머니의 얼굴은 어느새 환한 얼굴을 변했습니다.





그날 아침에 본 장면은 일본에선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노인들은 각자 눈높이의 즐거움이 제공되는 탁노소에 가서 하루를 즐겁게 보냅니다. 유아에게 탁아소라는 공간이 필요하듯 탁노소는 노인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웃을 일도 없고, 그러다 보니 웃음마저 잃어버린 노인들이 사회복지사들의 프로그램을 따라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잃었던 웃음을 되찾게 됩니다. 데이케어센터를 찾기 전, 옆집에선 할머니 때문에 큰소리가 멈추질 않았습니다. 치매환자에게 정상인의 행동을 요구하다 보니 며느리는 늘 화가 나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할머니의 상태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음이 들떠 차를 기다리는 할머니를 보면서, 또한 낮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며느리를 생각하면서 노인을 돌보는 시스템이 얼마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는지 절감했습니다.



그리고 문득 얼마 전 노인복지용품숍을 차린 사장과 사회복지사가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그 사장은 노부모를 노인전용시설에 보내는 것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연로한 부모님은 집에서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맞벌이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집에서 노부모를 모시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모시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노인복지시설에 가지 않겠다던 노인들도 일단 노인복지시설에서 생활을 해보면 집보다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는 유치원 갈 시간을 손꼽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노인들에 대한 생각은 변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노인을 꼭 집에서 모셔야만 효도를 하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효’에 대한 생각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니다. ‘효’가 사라진다고 개탄할 것이 아니라 ‘효’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리봄 디자이너 조연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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