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내조의 여왕' 최철호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내고 있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최철호가 이제야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영화 '접속'(1997)에서 극중 한석규의 친구인 단역으로 데뷔해 1999년 영화 '삼양동 정육점'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을 때가 벌써 10년 전이니 주연배우로서 10년을 조용히 보낸 셈이 아닌가. 물론 그 중에는 신마적이라는 이름을 널리 알린 '야인시대'(2002)도 있었지만 '천추태후'에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기 전까지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분출하지 못한 채 30대를 떠나 보냈다.

불혹의 나이에 최철호에게 대운이 찾아왔다. KBS 시대극 '천추태후'에서 경종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쏙 뽑아내더니 MBC '내조의 여왕'에선 능청스런 코믹 연기로 웃음보를 터트리며 주연 데뷔 10년 만에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지금까지 운수대통인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네니 "이 모든 것이 술을 끊어서다"라고 엉뚱한 답을 내놓는다. 새벽까지 술 마시는 자리에서도 물로 알코올을 대신할 만큼 독해졌단다.

이야기는 지난해 4월 1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척들과의 만남에서 술을 마시고 기억하지도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그는 독한 마음을 먹고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술과 담배,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져있던 생활이 모처럼 '각'이 잡힌 것이다. 금주와 운동으로 최철호는 불혹의 나이에 몸짱 배우로 거듭났다. 그는 거듭 "사주에도 술을 끊으면 대운이 찾아온다고 써 있었다"며 "금주로 인해 가족의 평화와 심신의 건강이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거기에 "HD화면에 대비한 집중적인 피부관리"로 후배 오지호 윤상현과 맞먹는 동안을 갖게 됐다. "20대 때는 한석규 선배와 동갑 연기를 할 정도로 나이 들어 보였는데 그 얼굴 그대로 나이를 먹어 이제는 동안이 됐나 보다"라고 너털웃음을 던진다.

'내조의 여왕'의 한준혁은 원래 그의 차지가 아니었다. '천추태후' 출연을 막 끝낸 상태에서 만난 최철호는 '내조의 여왕'의 반대편에서 방송되는 KBS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 특별출연을 준비 중이었다. 정찬이 건강 문제로 하차하면서 한준혁은 최철호의 남자가 됐고 K본부의 남자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반납했다. 대본을 받아든 최철호는 노련하고 영민한 순발력으로 한준혁을 새롭게 만들기 시작했다. 한준혁은 오만하고 까칠한 냉혈한인 척했지만 알고 보니 소심하고 따뜻한 귀염둥이였다.



"캐릭터 설명을 봤더니 '회식자리에서 야자타임에 자기한테 반말한 부하직원 이름을 적어뒀다가 나중에 괴롭힌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PD님께도 코미디를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는데 그게 잘 전달이 됐던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워낙 대본을 잘 써주셔서 특별히 고민하고 연구할 것도 없어요. 극 초반에는 무게 잡고 냉정한 인물이었다가 점점 망가지는 것으로 변했는데 너무 과장하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한 코믹 연기가 주효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연기는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이뤄지지만 웃음의 핵심은 늘 최철호만의 즉흥 연기에서 터져 나온다. "극 초반에 봉순(이혜영 분)이 지애(김남주 분)의 뺨을 때리는 장면에서 달수(오지호 분)가 준혁을 오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원래는 눈을 마주보며 '뭘 봐? 나 아냐!'라고 강하게 치는 대사를 딴청 피우다 '나 아냐, 왜 이래' 하면서 당황해 하는 걸로 바꿨죠. 그랬더니 배우고 스태프고 모두 웃다 쓰러지더라고요. 김남주씨도 웃느라 대사를 못할 정도였어요."

'내조의 여왕'의 승승장구하는 시청률만큼이나 배우들도 신나서 촬영에 임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최철호의 코믹 연기 탓에 웃다가 NG가 발생하는 경우도 잦다고 매니저가 귀띔한다. 27일 방송분에서 오지호와 '쫓남(쫓겨난 남자)' 대결을 벌인 장면만 봐도 충분히 짐작이 간다. '천추태후'에 이어 연타석 안타를 친 최철호가 다른 배우들보다 더 즐거운 기분인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연민과 혐오를 동시에 끌어내며 인간미 넘치는 광인을 그려낸 이 배우는 또 다시 인간미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을 거뒀다. 최철호는 다음 작품에선 "코믹한 역할 대신 선이 굵은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최철호를 '처로신'이라 부르는 수많은 팬 중 한 명은 "최철호의 다음 작품이야말로 명민좌(김명민의 별명)의 길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철호의 전성시대는 '천추태후' '내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막을 올렸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