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블랙리스트' 피해자 위자료 받을 길 생긴다
기사입력 2018.09.11 15:40최종수정 2018.09.11 15:40 4차산업부 최대열 기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이음센터에서 열린 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정부나 공공기관이 예술인이나 단체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공정치 못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률이 제정된다. 지난 이명박ㆍ박근혜정권 당시 작성되고 실행됐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예술지원의 차별을 금지하는 한편 차별행위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를 입은 예술인은 위자료를 배상받을 길도 생겼다.

11일 새문화정책준비단 등이 준비하고 있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해 각종 공적지원업무를 맡는 예술지원기관은 지원사업에서 특정한 예술인인 예술단체에게 차별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점(법안 제8조)이 명문화됐다. 특정인ㆍ단체를 배제하는 것을 비롯해 우대ㆍ구별,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일체가 해당된다.

이 법안은 지난 정권에서 문제가 됐던 블랙리스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문화예술계 인사를 중심으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 학계 등과 함께 논의되고 있다. 이른 시일 내 의원입법 형태로 발의돼 국회 논의를 거쳐 제정될 예정이다. 예술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를 보호하고 '미투운동'으로 부각된 문화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을 막는 데 주안점을 뒀다.

블랙리스트가 예술지원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점을 감안, 최근까지 이어진 진상조사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차별행위 유형을 범죄구성요건으로 입법화해 형사처벌할 수 있게 했다. 지원단계별로 보면 심사 이전은 물론 심사단계, 이후 단계까지 구분해 공정하게 진행토록 했다.

명단을 작성하거나 지시한 이는 물론 이를 제공받아 실행한 실무자도 처벌대상이 되도록 한 게 눈에 띈다. 이날 법안제정 토론회에 참석한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최근 특검 등 조사과정을 보면 단순 실행에 가담한 실무자는 처벌여부가 문제돼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면서 "사전 명단작성과 실행은 개입정도가 포괄적이고 이후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는 점에서 5년 이하 징역형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구제절차ㆍ기구도 마련된다. 우선 예술인ㆍ단체의 불만을 접수하고 지원사업이 예술인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예술보호관이 지정된다. 각종 차별행위는 물론 예술인에 대한 성희롱ㆍ성폭력에 대해 문체부 장관에게 신고할 수 있는 조항이 법안에 포함될 예정이다. 예술인보호관은 피해사실을 조사하거나 피신고인 등에 대해 자료제출, 출석ㆍ진술을 요구할 근거도 있다.

예술지원 차별행위, 권리침해, 예술인조합 방해활동 등에 대해선 문체부 장관이 해당하는 지원기관이나 예술사업자에 대해 시정방안을 정해 따르도록 권고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아울러 이와 별개로 지원기관이 피해를 입은 예술인에게 위자료에 상당하는 금액을 배상할 것을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시정명령을 받을 경우 영화발전기금이나 문화예술진흥기금 등 각종 재정지원을 3년 이내 범위에서 중단하거나 배제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과거 블랙리스트 사태로 예술창작의 주체인 예술인의 권리를 충분히 지키지 못했다"면서 "현재 논의중인 예술인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로 직업적 권리가 신장되고 성폭력 등의 피해가 제도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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