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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의 On Stage]관능적인 그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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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와 화려한 무대 의상 등 거침없는 자기 표현, 개성미 철철
처음엔 눈길을 다음에는 귀를, 끝내는 마음을 사로잡는 매혹적인 연주
24~25일 KBS 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협연 예정

[박병희의 On Stage]관능적인 그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c)Gavin Evans [사진= KBS교향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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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는 허무한 죽음을 맞은 비극의 여인이다.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 플로니어스를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꽃을 꺾다 물에 빠져 죽는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32)는 자신의 풍부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는 연주자다. 그는 지난 3월22일 소니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슈베르트 음반을 내면서 오필리아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물속에 자신을 던졌다. 안면만 수면 위에 드러날 정도로 몸을 깊이 뉘인 뒤 눈을 뜬 채 무심하게 허공을 쳐다보며 오필리아의 허무한 죽음을 표현했다.


누워 있는 방향이 다를 뿐, 영국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가 1852년에 그린 '오필리아'가 떠오른다. 밀레이가 오필리아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이었던 엘리자베스 시달은 차가운 욕조 속에 오랫동안 몸을 담갔다가 심한 감기에 걸릴 정도로 고생했다고 한다. 부니아티슈빌리는 트위터를 통해 슈베르트 음반 발매 소식을 전하며 "슈베르트를 사랑하는 것은 삶의 어둠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보고 고통의 예술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썼다.


부니아티슈빌리가 24~25일 KBS교향악단과 협연한다. 무대는 24일 예술의전당, 오는 25일 경기 화성시 유앤아이센터다. 부니아티슈빌리가 국내 오케스트라와 하는 첫 협연이다. 풍부한 감성을 과감하게 표현하기에 많은 클래식 애호가가 기대하고 있다. 협연할 곡이 수준 높은 기교가 요구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어서 더욱 그렇다.


류태형 전 객석 편집장(47)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어려운 곡이다. 미스 터치가 많이 나오는 곡인 데다 오케스트라를 상대로 자기의 소리를 내야 한다. 기교가 굉장히 중시되는 곡인데 부니아티슈빌리는 과감한 기교를 보여주는 연주자다. 어떻게 해석하고 헤쳐나갈지 궁금하다"고 했다.


김준형 클래식 칼럼니스트(47)는 부니아티슈빌리의 열혈 팬이다. "부니아티슈빌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차이콥스키 곡을 연주하는 데다 그의 풍부한 감성이 잘 표현될 수 있는 곡이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박병희의 On Stage]관능적인 그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위)'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의 '슈베르트' 앨범 재킷.

부니아티슈빌리의 대범함은 때로 논란을 낳는다. 화려하고 과감한 의상은 늘 얘깃거리가 된다. 개성이 강하다는 평도 있지만 관능적인 면을 부각해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부니아티슈빌리는 당당하다. 지난 3월 러시아 RT뉴스와 인터뷰할 때도 자신의 의상이 얘깃거리가 되는 데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데는 많은 방법이 있다. 당신이 점점 당신 자신이 될수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다소 개성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과감한 의상으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는 부니아티슈빌리 말고도 많다.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32)도 하이힐에 짧은 치마가 떠오르는 연주자다. 왕은 2011년 8월 LA필하모닉과의 협연에서 빨간색 짧은 원피스를 입고 연주했다. LA타임스는 "18세 미만은 부모 동반하에 입장하도록 제한했어야 한다"며 왕의 선정적인 옷차림을 비꼬았다. 오랜 논란 탓에 왕은 자신의 사진이 노출되는 데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클래식 연주자의 의상이 과감해지는 현상을 아티스트의 독창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격식보다는 아티스트의 개성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 칼럼니스트는 "부니아티슈빌리나 왕이 화려한 드레스 때문에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음악 외적인 부분에 치우친다고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의상으로 표현되는 부분도 분명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또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그만큼 대중의 주목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부니아티슈빌리와 왕은 화려한 의상을 선호한다는 점 외에도 닮은 면이 많다. 둘은 1987년생 동갑이다. 왕은 2월생, 부니아티슈빌리는 6월생이다. 부모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박병희의 On Stage]관능적인 그녀, 카티아 부니아티슈빌리 유자 왕 (c) Norbert Kniat [사진= 마스트미디어 제공]

부니아티슈빌리는 1987년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태어났다. 음악 애호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네 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섯 살에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피아노 신동'이었다. 트빌리시음악원을 거쳐 빈 국립음대를 졸업했고 2003년 키예프에서 열린 호로비츠 콩쿠르에서 특별상, 2008년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콩쿠르에서 3등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1~2012년 빈 무지크페어아인의 '라이징 스타'로 선정됐고, 2012년 독일권 최고 음악상인 에코 클래식상 신인상을 받았다.


왕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재즈 퍼커셔니스트, 어머니는 무용수였다. 왕은 여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뒤 베이징 중앙음악원을 거쳐 열다섯 살이던 2002년에 미국으로 가서 커티스음악원을 졸업했다. 2007년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오르지 못한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대신해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뒤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시 왕이 연주한 곡이 이번에 부니아티슈빌리가 협연할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이었다.


피아니스트 로라 아스타노바(34)도 튀는 패션으로 유명하다. 아스타노바도 하이힐에 짧은 치마를 입고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는 미국의 '샌디에이고매거진'이라는 잡지와 인터뷰하면서 굽이 낮은 신발을 신고 연주하기가 더 불편하다고 했다. 아스타노바는 자신의 의상에 대해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나는 패션을 정말 사랑한다. 매우 독특한 개성이 있는 아티스트들이 일하는 분야가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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