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늪]⑥ 전문가 대담
사회복지, 육아, 도시설계 연구자
"공공돌봄 정책 초기 취지서 벗어나"
"민간업체, 유연하되 엄격하게 관리"
외국인 도입 "낮은 돌봄 가치"vs"새 시도"
저출생 시대, 한국사회가 직면한 아이 돌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아시아경제가 7일 인터뷰한 사회복지학, 육아정책, 도시설계 등 다방면의 연구자 4명은 현재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국내 돌봄시장의 구체적인 수요 조사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공돌봄, ‘취약계층·종일제’에 집중해야
다수의 연구자들은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의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지원 대상을 설계 초기 모델인 취약계층, 저소득층 돌봄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육아정책 연구자인 김아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여성가족부에서 공공 아이돌봄 서비스를 부모들의 수요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확장하겠다고 하는데, 공공 아이돌봄은 취약계층과 종일제에 집중이 돼야 한다"며 "4대 보험, 근로기준법 등 적용을 받는 공공 아이돌보미의 특성상 지금보다 더 늘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가족복지를 전공하는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공공 아이돌봄은 정책 초기의 취지에서 많이 벗어났다"며 "저소득층, 한부모 등 친인척으로부터 돌봄을 받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돌보미를 연결해주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민간 제도권 편입, 다만 ‘유연하게’
민간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이돌봄 업체들에 대해선 국가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데 모두가 동의했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안현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아이돌봄 지원법상 민간 육아도우미나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해서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적 관리 체계 안으로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 연구위원은 "민간 육아도우미의 장점을 제약할 수 있는 것들을 없애고, 민간에 맞게끔 별도의 규정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현재 많은 부모들이 원하는 '틈새 돌봄'(단기 돌봄)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공공 아이돌보미와 같은 수준의 자격 조건이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도 단기 돌봄 공급자에 대해선 4대 보험, 근로기준법 적용을 제외하는 등 유연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아동권리보장원 원장)는 "공공 돌봄과 민간 돌봄이 이미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민간에서 공공의 책임을 어느 정도 가져갈 건지의 문제"라며 "민간 육아도우미에 대해 범죄 경력, 아동학대 이력, 건강상의 문제 등 최소한의 조건에 대한 보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업체에 대한 바우처 제공 등 비용 보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연구위원은 "민간업체를 국가 등록제로 들어오게 만들어서 엄격하게 관리를 하고, 이 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바우처를 지원하면 다른 업체들도 진입하기 위해 서비스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대안될 수 있을까
최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대안으로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 정책에 대해서 연구자들은 각기 다른 분석을 내놨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아이돌봄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한 후에 도입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수요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저렴한 비용의 인력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송 교수도 "더 싼 노동력을 강조하면서 돌봄 노동의 가치를 최저임금으로 쓰겠다는 목적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안 연구위원은 "아이돌봄 영역에서의 처우나 조건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국내에서 충분한 인력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업이나 건설업, 농업 분야처럼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의미"라며 "성과와 한계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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