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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 떼는 LH 개혁…관전포인트는 교차보전 해소·조직통폐합

수정 2025.08.28 07:35입력 2025.08.27 09:00

정부, LH 개혁 TF 구성
택지 민간매각 진단·개선방안 강구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반에 걸쳐 '개혁'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LH 직원 비위나 전관 문제 등으로 촉발됐던 고강도 혁신방안과 달리 이번에는 현 사업구조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를 손보기 위해 임시조직(TF)까지 꾸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과거의 개선 조치가 흐지부지됐던 전례가 있는 데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부동산 체제 이슈와 얽힌 터라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LH의 택지 민간매각과 관련해 문제를 진단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부터 문제 삼았던 LH의 '땅장사' 사업에 메스를 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기관 개편 필요성을 주장해 왔는데 그중에서도 LH의 경우 국무회의에 참석하게 하는 등 강도 높은 개편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교차보전 문제는 공감…해소 관건은 재원

LH의 교차보전 사업 구조는 그간 안팎에서 꾸준히 문제로 지적받아 왔다. 교차보전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한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는 손실을 메우는 구조를 말한다. LH가 수익을 내려면 택지를 비싸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땅값을 비싸게 팔면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해 LH가 교차보전 사업구조를 통해 시장 불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관리할 임대주택 물량이 늘어나고 비용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택지 매각으로 발생한 수익은 부동산 시장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큰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배경으로 꼽힌다.

이현경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내놓은 'LH 개발이익 발생구조와 교차보전 체계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에서 "최근 교차보전 체계의 지속가능성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수익구조 변화, 투자·회수의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나 정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공영개발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LH가 직접 개발주체로 나서고 이후 운영·관리까지 도맡으면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는 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LH가 개발 주체로 나서는 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보완해야 실현 가능성이 생긴다. 대규모 택지조성 사업의 경우 기간이 오래 걸리고 돈이 많이 든다. 현재 대부분 택지조성 사업의 경우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정부 예산이나 기금 지원을 못 받는 구조다. LH가 회사채 발행 등 자체 재원을 통해 진행해 왔다.


장경석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현재 교차보전 방식의 사업구조는 택지 조성 후 도로·하천·공원 등 절반가량을 지자체나 국가에 무상으로 증여하는 한편, 일부는 공공주택으로 짓고 나머지 3분의 1가량을 민간에 매각해 수익을 얻는다"며 "LH가 택지 매각을 못 하게 된다면 택지 조성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자칫 '교각살우'의 우를 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공공주택지구연합 소속 관계자들이 3기 신도시 철회를 촉구하며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LH 지역본부 쪼개 지방공사로 넘겨야"

LH 지역본부 단위를 쪼개 지자체나 지역 개발공기업으로 업무를 넘겨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다시 불거졌다. 물량 중심의 주택 공급보다는 지자체 단위에서 보다 세밀한 주거정책을 구사해야 할 시점이라는 관측에서 나온 지적이다.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으로 참여한 김세용 고려대 교수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 같은 광역 지자체 공기업과 LH 지역본부를 통합해 각종 개발 업무를 전담하는 한편, LH는 큰 틀에서 주거복지 정책에 전담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 새 정부가 힘을 주는 지역균형발전과 맞물려 실현 가능성이 높은 대안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그간 언론기고문 등에서 일본의 도시재생기구(UR) 사례를 들어 LH 개발업무 권한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최근 정부의 LH 개혁 방향에 관해 어떤 견해를 갖는지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김 교수의 구상대로 지역본부 단위로 쪼개진다면 2009년 통합(토지공사·주택공사) 이후 가장 큰 조직변화가 될 전망이다.


LH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을 사회 구성원이 고루 나눠가질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될지도 관심이다. 민간에 넘긴 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이 건설사나 수분양자에게만 돌아가는 점도 이 대통령이 문제 삼은 부분이다. 특정 집단이 개발이익을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이 과거 시장·도지사를 지내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구현한 게 '개발이익 도민환원제'다. 새 정부 국토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상경 1차관은 과거 교수 시절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분석하며 이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적이 있다.


그는 이재명 도지사 시절 경기연구원이 펴낸 '공공개발이익 국민환원제 도입'에서 "개발사업이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사회발전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며 "개발이익을 불로소득이라기보다는 사업 시행자의 노력과 공공의 인허가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발사업을 하는 주체에 따라 정책 목표를 차등화하는 방안, 사업단위별로 개발이익을 산정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를 활용하는 등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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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어유치원 판치는 韓, 극약처방 필요"…'7살부터 의무교육' 입법 시동
수정 2025.08.27 16:03입력 2025.08.27 09:20

강경숙실, '취학 1년 전 의무교육' 법안준비
과도한 사교육 낮추기 위한 '극약처방' 필요
영유아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국회에서 '7세 의무교육'을 사회적 공론으로 검토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해 30조원에 육박하는 사교육이 이른바 '영어유치원'으로 대표되는 영유아 교육부터 시작되고 있어 '극약 처방' 없이는 사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4세고시·7세고시' 등 과도한 유아 대상 영어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법률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국회에서는 취학 1년 전(7세)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내용의 법안 마련에 나설 전망이다.



27일 국회와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개정 등 관련 법안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7세 대상 어린이집·유치원을 '의무교육 기관'으로 지정하고, 초등학교 입학 1년 전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상 의무교육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다. 유아교육법에 따르면, 취학 전 3년 유아교육은 '무상교육' 대상이지 '의무교육'은 아니다. 강 의원실은 이러한 의무교육의 범위를 '취학 전 1년'부터로 확대해 영유아 교육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과도한 사교육 의존도를 줄여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취학 전 유아를 대상을 한 영어학원, 이른바 '영어유치원'을 찾아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선행학습을 시키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과 유아기 영어 학습의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영어유치원을 마친 어린이들이 하원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교육부가 올 3월 공개한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보면, 취학 전 영유아 가구의 연간 사교육비 지출 규모는 3조3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사교육에 참여하는 유아 기준 영어에 지출하는 비용은 월 41만4000원으로, 고등학생의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32만원)보다 많았다. 유아기 과도한 사교육비의 주범은 영어유치원으로 지목되는데, 월평균 영어유치원 비용은 15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영유아기 때부터 영어학원에 매달리는 현상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강 의원실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전년 대비 서울 241곳(5205개→4964개), 경기 156곳(3429개→3273개)이 문을 닫았지만 폐원된 영어유치원은 각각 34곳, 3곳에 그쳤다. 경기의 경우, 영어유치원은 오히려 개설된 반이 101개 증가했다. 일반 유치원보다는 영어유치원으로, 그중에서도 소규모보다 대형학원 중심으로 학원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부 장관에게 '7세고시'로 불리는 레벨 테스트와 극단적 형태의 조기 사교육을 제한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표명했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과도한 선행사교육이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학계·시민사회 등의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학 관련 질환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0~6세 아동 환자는 2만7268명으로 1만7938명이었던 2020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에 장시간을 앉아서 반복적으로 주입식 학습을 할 경우, 눈 깜빡임과 같은 틱(Tic) 증상, 손톱 물어뜯기, 잦은 분노 표출 등의 다양한 문제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유아 의무교육 시행'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는 "초등학교 중심의 의무교육에서 전 단계 의무교육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유아 의무교육 기관 지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레벨테스트 등 4세 고시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아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실시하는 곳이 많다. 강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럽, 북미, 동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51개국이 의무 유아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취학 전 1년부터 의무교육인 곳은 54%에 달했고, 2년 전부터 의무교육은 28%, 3년 이상은 17%였다.


이날 영유아 사교육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강 의원은 "취학 전 의무교육도 사회적 공론을 시작할 때가 됐다"면서 "영유아의 발달권을 보장하고 부모의 불안과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며 건강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국민들의 동참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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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하는데 주담대 고정형 선택하는 차주 늘어난 이유
수정 2025.08.28 15:11입력 2025.08.27 06:30

주담대 차주 10명 중 9명은 '고정금리' 선택
통상 금리인하기에 '변동금리' 유리하지만
고정금리 더 낮고 한도도 더 나와…이례적


본격적인 금리인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통상 금리인하 기대감이 퍼지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당장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저렴한데다 더 많은 대출한도가 적용되는 점이 고정금리 선택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예금은행의 주담대 대출자 10명 중 9명이 고정금리를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신규 취급액 기준) 선택 비중은 90.6%로 지난해 말(81.3%) 보다 9.3% 포인트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담대 변동금리를 선택한 차주의 비중은 18.7%에서 9.4%로 절반가량 줄었다.


금리인하기에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차주가 늘어난 점은 이례적이다. 통상 금리인하기에는 향후 금리인하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변동금리를 선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차주들이 늘어난 것은 고정금리가 3%대로 내려오며 변동금리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 주된 요인이다. 금리인하기에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가 더 낮게 형성된 점도 드문 일이다. 고정금리는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을 은행이 떠안기 때문에 은행의 비용부담이 더 크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목적으로 은행권에 고정금리 확대를 주문하면서, 은행은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도록 우대금리를 적용해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전체 예금은행이 6월 신규 취급한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3.92%인 반면,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9%로 집계됐다. 금리인하기에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저렴해진 것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3%대로 내려오면서 고정형 주담대 금리와의 격차도 0.07% 내외로 좁혀진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6월 변동금리는 연 4.20%로 고정금리(3.91%)와의 격차는 0.51%포인트 내외였으나 지난해 9월(0.36%포인트), 지난해 12월(0.09%포인트), 올해 3월(0.1% 포인트) 등으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변동금리는 2022년 6월(3.87%) 이후 약 3년여 만의 3%대 금리로, 5월(연 3.97%)에 이어 두 달 연속 3%대 금리를 기록했다. 변동금리가 3%대로 내려온 것은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금리가 지난해 9월(3.40% 신규 취급액 기준) 이후 꾸준히 하락한 영향이다. 코픽스 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줄곧 하락해 올해 7월 기준 2.51%를 기록하고 있다.


고정금리가 더 많은 대출한도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한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에서 변동형의 경우 가산금리가 0.75%포인트지만, 고정형(주기형)의 경우 0.23%포인트다. 3단계에서도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부터 은행권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인하된 점도 차주들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향후 변동금리가 더 저렴해질 경우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금리 부담이나 한도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향후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가 현재로서는 더 낮고, 한도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면서도 "다만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인하가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통상 주담대의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시점이 3년인 점을 감안해 이 시점에 금리차를 고려해 갈아타기 등의 선택지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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