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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서 사람 쳤는데 경찰이 하는 말 "많이 안다쳤으니 뺑소니 아냐"

수정 2025.08.21 08:00입력 2025.08.20 18:18

피해자, 손목·경추 등 염좌로 전치 2주 진단
경찰 "응급조치 필요하지 않아"…'혐의 없음'
한문철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

공항 주차장에서 사람을 치고 도주한 차주에 대해 경찰이 뺑소니가 아니라고 판단한 영상이 공개돼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영상을 접한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도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이라며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해라"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 영상. 한문철TV 유튜브

지난 19일 한 변호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를 통해 '대충격, 경찰 조사관은 이게 뺑소니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냥 도망가버렸는데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고는 지난 6월30일 오전 7시께 인천국제공항 제1 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한 차주가 차를 몰고 좌회전하던 중 지나가던 남성을 밀고 갔고, 남성은 손으로 차를 막아서면서 뒤로 밀려났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고 영상. 한문철TV 유튜브

차주는 잠시 정차한 뒤 남성의 옆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갔다. 이 과정에서도 남성이 차량을 멈추기 위해 제지했으나 차량은 아슬아슬하게 비켜 달아났다.

남성은 이 사고로 경추와 요추, 손목 및 발목 염좌 등으로 전치 2주를 진단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충격받은 신체 부위는 양 손목이다. 왼쪽 다리도 앞 범퍼와 부딪혔고, 가해 차량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뒷타이어에 왼발이 스치듯 깔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뺑소니 아냐"…한 변호사 "경찰서장에 이의신청해야"

남성은 차주를 '특가법상 도주치상' 등으로 처벌해달라고 고소했지만, 경찰은 이날 차주 A씨에게 불송치 처분을 내렸다.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사고 현장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해 응급조치를 요할 구조 상황이 발생한 사실이 없고, 구호조치 의무가 있었다고 보긴 어려워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 없다"고 적혀 있었다. A씨가 사고 사실을 인지하고 도주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의 부상 정도가 크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인천국제공항 주차장 사고에 대한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 한문철 TV 유튜브

이에 한 변호사는 "꼭 쓰러져야만, 피를 흘려야만 뺑소니인가. 경찰서장에게 이의신청하라. 그러면 기록이 검사에게 넘어갈 거고, 검사가 기록을 다시 볼 것"이라며 "이게 뺑소니가 아니라니 제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날 병원 가서 치료받은 진단서, 약 처방전, 나중에 한의원 가서 받은 진단서 등 다 첨부해라. 약 처방전도 함부로 버리지 말아라"라며 "이의 신청한 뒤 결과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달라"라고 덧붙였다.




박지수 인턴기자 parkjisu0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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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석화업계가 제시한 생존법…정책자금 5조로 확대·특구 지정·전기료 완화
수정 2025.08.21 16:16입력 2025.08.20 10:46

국회의원·협회·업체 임원 모인 간담회 자리서
설비 감축 공감대 확인…제도 개선책 논의돼
중국산 저가 유입 차단 최우선, 담합 예외도

석유화학업계가 전날인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를 찾다' 간담회에서 경쟁력 없는 설비를 스스로 퇴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건 정부 압박에 대한 반응이자 업계 내부적으로도 더는 버티기 어려운 위기감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20일 오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어 생산 설비 감축 및 폐쇄, 사업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하는 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의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하는데, 업계 자율적인 의지와 맞물려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발 공급과잉, 국내 불리한 원가 환경, 전통적 경기 사이클 붕괴라는 삼중 악재는 기업들이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기현(왼쪽 다섯번째)·박성민(왼쪽 네번째) 국민의힘 의원과 울산 석유화학기업인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를 찾다'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전날 간담회에 참석한 SK지오센트릭·애경케미칼·태광산업·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효성화학 등 주요 기업 관계자들의 발언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설비는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고 밝힌 점이다. 현재 국내 석화산업에서 중국보다 경쟁력을 갖춘 설비는 손에 꼽을 정도다. 효성화학은 폴리케톤 등 소량·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만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력 품목인 프로판탈수소화(PDH) 설비 기반 범용 프로필렌 체인 가동은 중단한 상태다. 태광산업 역시 시안화나트륨(NaCN) 같은 틈새 수요 특수 화학 정도만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참석자들은 업계 차원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기 위해선 정부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저가제품 유입 차단은 최우선 과제다. 애경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제한되는 동안 중국은 이를 독점했고 자급률 확대로 발생한 과잉 물량을 해외에 저가로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전환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지원 확대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을 통한 지원 규모가 약 3조원 수준인데, 구조조정과 동시에 고부가·친환경 설비 전환 투자가 불가피해 최소 5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다운스트림 제품도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량이 급감했고 사업 전환을 위해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5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과 물류비 같은 단기적 부담 요인을 완화해야 한다"며 ▲분산 에너지 특구 지정 ▲산업용 전기료 완화 ▲안전 운임제 재개 반대 등 현실적인 지원책을 건의했다.


자율 재편의 속도를 높이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는 점도 강조됐다. 기업 간 협력이나 설비 조정 논의조차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으로 오해돼 제약받기 때문이다.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 재편을 강조한다면 규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며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의할 수 있어야 최적화된 설비 조정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와 관련한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석화산업 불황은 사이클상 흐름이 아닌 구조적인 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화학섬유인 폴리에스터는 원료인 파라자일렌(PX)와 제품 가격 차이가 70달러로, 손익분기점인 250달러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X→고순도 테레프탈산(PTA)→폴리에스터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공급망이 흔들리고 중국산 점유율이 확대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위기의 석유화학산업, 그 돌파구를 찾다'라는 주제로 열린 울산 소재 석유화학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조용준 기자

간담회를 주최한 김기현 의원은 "기업들이 스스로 경쟁력 없는 설비를 정리하고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간사인 박성민 의원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세제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의 투자 여력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여수시갑)이 연구개발 촉진과 인수합병 유도를 골자로 한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여야가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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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피운 꽃…케데헌이 증명한 새로운 길[케데헌 현상]
수정 2025.08.20 13:51입력 2025.08.20 08:30

1억8000만뷰 돌파, 역대 1위 가능성↑
속편 없는 오리지널로 디즈니 아성 위협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넷플릭스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투둠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누적 시청 수는 1억8460만뷰로,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레드 노티스(2억3090만뷰·2021)'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4630만뷰 차이로, 이달 말 정상 등극이 유력하다. 케데헌의 최근 4주간 한주 시청 수는 평균 2600만뷰다. 시청 수는 누적 시청 시간을 상영 시간(러닝타임)으로 나눈 값으로, 케데헌의 누적 시청 시간은 3억760만시간에 달한다.



넷플릭스는 애초 이 정도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전까지 애니메이션 영화나 시리즈로 재미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주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제작자들을 영입해 제작한 '씨 비스트(2022)' '오버 더 문(2020)' '마술 사냥꾼 대니얼 스펠바운드(2022)' 모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 드림웍스나 일루미네이션 같은 유명 스튜디오의 해묵은 애니메이션 작품에 기대야 했다.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도 다르지 않았다. 케데헌 프로젝트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니 소속인 매기 강 감독은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함께 악령 사냥꾼이자 K팝 아이돌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구상했다. 그러나 상부에 제출한 제안서는 한국 문화가 강한 영화를 아시아 배우들로만 채우는 작업 자체가 모험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강 감독은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비슷한 선례가 없어 부정적이었다. K팝의 세계적 인기도 언제 내리막으로 돌아설지 모른다며 불확실하게 봤다"고 말했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를 찾아가 대본 초안과 데모곡, 아트워크, 스토리보드로 만든 장면 편집본 등을 건네고 협업을 요청했다. 넷플릭스는 애니메이션 샘플에 매료돼 제작을 결정했다. 두 감독이 모두 소니 소속이라서 소니에 제작을 일임하고, 배급과 투자를 맡았다. 덕분에 소니는 재정적 위험을 피하면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호명될 만한 작품을 만들었고, 넷플릭스는 새로운 히트작을 손에 넣었다.


이들은 할리우드에 새로운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바로 속편이나 검증된 사례에 집착하던 경향의 청산이다. 애니메이션 왕국인 디즈니는 최근 상징주의와 자의식으로 점철된 작품을 연달아 제작했다가 손해를 봤다.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위시(2023)'가 대표적인 예다. 이전의 고전 애니메이션들을 참고한 뻔한 설정과 정교하지 못한 연출로 1억달러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사로 제작한 '인어공주(2023)'와 '백설공주(2025)'도 주인공의 피부색 변경 외에 원작과 큰 차별점이 없고,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는 메시지를 강요하다시피 해 쓴잔을 마셨다. 그나마 속편들의 사정은 나았다. '모아나 2'가 수익 10억달러를 돌파했고 오는 11월 개봉 예정인 '주토피아 2'도 선전이 예상된다.


케데헌은 속편이 아니고 기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지도 않았다. 중심인물도 K팝 그룹으로, 기존의 공주나 말하는 동물에서 벗어나 있다. 디즈니 스타일의 노래나 픽사의 비밀스러운 세계가 아닌 현실적인 노래와 공간을 앞세워 시청자 눈을 사로잡았다. 기존 경쟁자들이 써 내려온 이야기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문화적 추세를 창작에 자유롭게 반영한 것이다.


이 영화는 K팝의 성격도 재해석했다. 팬덤의 영향과 캐릭터들의 예술적 비전을 결합한 독창적인 노래로 그려내 폭넓은 관객층을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강 감독은 "매 단계 스튜디오에 연출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적극적으로 밀어붙인 결과"라며 "제작진 모두가 프로젝트를 믿었기 때문에 영화의 핵심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댄 린 넷플릭스 영화 부문 총괄은 "젊은 여성 관객과 K팝, 애니메이션 팬들의 관심은 예상했지만 더 넓은 연령층에게 사랑받은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어른들은 친구나 가족, 아이들은 형제자매와 함께 케데헌을 시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기는 시청률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발전했다. K팝 그룹들은 경쟁적으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부르거나 안무를 따라서 하고, 관련 상품은 인터넷 등에서 불티나게 팔린다. OST '골든'도 미국 빌보드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에서 선두를 달린다.


폭발적인 관심 속에 시청자들은 속편을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아직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린 총괄은 "(주인공 그룹인) 헌트릭스의 다음 모험을 준비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도 "후속작을 만든다면 첫 번째 영화의 개성과 독창성을 지켜내기 위해 시간을 들여 작업하고 싶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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