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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문자보다 낫다…텍사스 홍수서 주민 2200명 살린 '사이렌'

수정 2025.07.11 13:38입력 2025.07.11 13:38

주민 기금으로 대피 시스템 정비해
이번 홍수로 130여명 목숨 잃어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대홍수 참사가 시작된 지난 4일(현지시간) 새벽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물이 범람해 대규모 홍수가 발생한 가운데, 커 카운티와 이웃한 켄달 카운티 내 마을 컴포트에서는 마을 사이렌 덕분에 주민 2200여명 전원이 안전하게 홍수로부터 대피하며 인명 사고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 컴포트 소방서에 설치된 마을 사이렌. AP·연합뉴스

11일 연합뉴스는 AP통신을 인용해 텍사스 지역의 과달루페 강 하류의 작은 마을 컴포트에서 소방서 지붕 위로 우뚝 솟은 스피커에서 사이렌이 울려 미리 홍수를 알린 덕분에 수많은 인명 사고를 예방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홍수로 인해 마을이 물에 잠기기 전 단조로운 톤으로 길게 울린 경보음은 휴대전화 재난 알림을 놓친 주민들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컴포트 소방서의 다니엘 모랄레스 부국장은 "사이렌이 마을 주민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앞서 컴포트에서도 1978년 홍수로 33명이 목숨을 잃는 등 자연재해로 여러 차례 아픔을 겪었다. 그래서 지난해 지역사회 비상경보 시스템을 확충할 기회가 오자 주민들은 모두 힘을 모아 기금 마련에 힘썼다. 이들은 지자체 보조금과 소방서 예산을 총동원하고 지역 전력회사 등으로부터도 자금을 조달해 소방서 사이렌을 업그레이드했다.


해당 사이렌은 미국 지질조사국(USGS) 센서에 연결해 수위가 특정 지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울리고 수동으로도 작동한다. 여기에 주민 교육도 한몫했다. 업그레이드된 사이렌 설치 후 소방서는 지역 주민들이 매일 정오에 울리는 시험 경보에 익숙해지도록 몇 달간 노력했다. 또 다른 시간대에 사이렌이 울리면 지역 방송, 소방서 페이스북 페이지 등에서 긴급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미국 텍사스주 컴포트 소방서에 설치된 마을 사이렌. AP·연합뉴스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 새벽, 홍수가 어린이 캠핑장을 비롯해 커 카운티 일대를 덮친 후 몇 시간 뒤 컴포트에서도 강이 범람해 수위가 최고조에 달했다. 경보 시스템이 작동한 덕분에 마을 사이렌이 울렸을 무렵에는 이미 많은 컴포트 주민이 잠에서 깨어 있었고 강물이 불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휴대전화 알림을 확인하지 못하거나 거리로 나온 소방관들의 대피 명령을 듣지 못한 주민들도 사이렌을 듣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

소방서의 모랄레스 부국장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방법을 찾아 실현할 것"이라며 "최근 일어나는 일을 보면 이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할 때"라고 말했다. 반면 커 카운티에는 컴포트 지역 같은 경보 시스템이 없었다. 현재까지 이번 폭우로 인해 확인된 희생자만 120명이며, 160여명이 넘게 실종된 상태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선 초기 경고와 대피 조치가 충분했는지를 놓고 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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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정부부처가 정권의 소유물인가
수정 2025.07.11 14:17입력 2025.07.11 07:05

미국은 1789년 현재 연방정부의 틀을 세웠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강한 미국이지만 정부 수립 이후 약 240년 역사에서 1989년 보훈부와 2001년 9·11 테러 이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한 것을 제외하곤 큰 조직개편이 없었다. 새로운 행정수요가 생기면 기존 부처 기능을 조정하거나 하부 조직을 손보는 수준에 그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설 조직인 정부효율부도 정식 부처가 아닌 2026년 7월까지만 존속하는 한시 기구로 출범했다. 일본도 메이지 유신 이후 2001년 중앙 성청 개편으로 대장성을 재무성으로 바꾼 것이 유일했다.


정부조직의 안정을 중시하는 미·일과 달리 한국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개편 시도가 이어졌다. 새정부 국정목표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부처를 만들거나 기존 부처가 여러 차례 쪼개졌다 합쳐지는 일이 반복됐다. 지식경제부나 미래창조과학부처럼 5년 단임제 정권이 끝나고 사라지는 부처들도 여럿 나왔다. 행정안전부는 4년 새 세 번이나 부처명을 바꿔다는 등 조직은 그대로 두면서 개명만 잦은 부처도 있었다. 역대 (단일) 정권 중 개편을 가장 크게 한 시기는 이명박 정부다. '부처 왕 노릇 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이재명 정부가 예산 기능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이때 탄생했다. 이재명 정부는 기재부 쪼개기와 금융 개편을 비롯해 과거 윤석열,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큰 폭의 개편안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잦은 부처 개편은 국정의 연속성을 해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신설되는 부처의 건물 확보와 이사 비용, 현판과 명함을 다시 찍고 정부가 쓰는 모든 서류 서식을 바꾸는 제반 비용도 적지 않다. 업무 방식이나 카운터파트와의 관계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하고, 정책 수요자의 주무부처에 대한 혼선 등 사회적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조직이 분리되면 자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한번 덩치를 키운 관료 조직은 다시 줄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 만난 기재부 한 관료는 "DJ 시절 재정경제원에서 분리될 때 100여명으로 나갔던 예산 조직이 통합될 때는 250명 이상으로 불어나 있더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조직개편 논의가 부처 경쟁력 강화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데 있다. 5년 단임제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번갈아 집권한다. 한쪽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전임 정권에서 바꿔놓은 걸 다시 되돌리고, 국정 쇄신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상징적 수단으로 부처 개편을 활용한다. 이런 이유로 부처 개편은 임기 초에 집중됐다. 짧으면 10일, 길어야 두 달 남짓이 걸렸다. 부처 기능과 업무의 현황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 소수 위원에 의해 정부조직 개편이 주도되면서, 단명하는 부처가 여럿 탄생했고 부처 개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새정부는 계엄 사태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와 극단의 정쟁 속에 들어섰다. 반년이 넘는 리더십 공백기에 입은 데미지를 복구하고 민생 경제와 관세 협상 등 국민과 나라의 미래와 직결된 국가과제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 조직을 크게 뒤흔드는 부처개편 논의가 우선순위에 맞을까. 미국이나 일본처럼 100년, 200년 가는 정부부처가 한국에서는 불가능할까. 이번 정부 조직개편이 진정 "조직적 효율성에 따른 것"이라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부조직을 수시로 뒤집는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정부부처는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세종=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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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밤 11시 10분엔 주무세요"…알고보니 세계적 수학자가 만든 '갤워치8 핵심기능'
수정 2025.07.11 19:36입력 2025.07.11 09:39

김재경 KAIST 수리학과 교수 개발 기술, 갤럭시 워치에 이식돼
사용자 수면 건강 조언 기대

삼성전자가 선보인 갤럭시 위치8 의 주요 기능인 'AI 수면 코치'는 엔지니어가 아닌 수학자 손에서 탄생했다. 세계적인 수리생물학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의 김재경 교수다.


11일 과학계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IBS) 의생명수학그룹 CI(그룹장)도 맡고있는 김 교수가 미분과 같은 수학을 이용해 개발한 AI 기술이 한국 기업이 제조하는 스마트워치로 이식돼 각국 사용자들의 맞춤형 수면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 비서'로 거듭났다. 산학 협력의 사례로도 주목된다.

김재경 KAIST 교수.

삼성전자가 9일 발표한 '갤럭시 워치 8'에는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취침 시간을 알려주는 AI 수면 관리 기능이 새롭게 등장했다. 수면 관리 기능은 애플워치 등 대부분의 스마트워치도 가지고 있지만, 이번 기술은 과학자에 의해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AI 알고리즘은 갤럭시 워치를 차고 자는 사용자의 수면 데이터를 받아 뇌와 신체가 가장 효율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최적의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시간의 창(Time Window)' 형태로 제안한다.


단순히 '8시간 주무세요'가 아니라, '밤 11시 10분에서 11시 40분 사이에 잠자리에 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와 같이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워치8 의 홍보에 수면 관리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수면 앱이 '얼마나 잤는가'라는 수면의 '양'에 대한 분석에 집중했다면, 김 교수의 기술은 '언제 잠들고 깨는가'라는 수면의 '규칙성'과 '타이밍'에 초점을 맞춘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을 이용해 수면에 대해 연구해온 '수리생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그는 인체의 24시간 주기 리듬, 즉 '생체시계(Circadian Rhythm)'를 수학적 모델링으로 분석하는 연구에 집중해왔다.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주은연·최수정 교수팀, 이화여대 서울병원 김지현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세 가지 수면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 '슬립스(SLEEPS SimpLe quEstionnairE Predicting Sleep disorders)'·를 2023년에 개발해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갤럭시 워치8의 수면 관리 기능. 사진=삼성전자

김 교수는 "얼마나 자느냐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언제' 자느냐가 건강과 수면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수학 모델을 통해 개인의 불규칙한 데이터 속에서 최적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스타 과학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학을 거쳐 2015년 KAIST에 부임했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올해의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으며, 2023년에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한림원(Y-KAST) 회원으로 선출되는 등 국내외에서 촉망받는 연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수리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수학이 생명의 언어라면'이라는 책을 저술하기도 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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