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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어내면 또 붙이고 또 붙이고"…지하철 화장실 점령한 '불법 전단'

수정 2025.06.07 09:33입력 2025.06.07 07:30

주요 역사 화장실 15곳 둘러보니
불법 전단 민원 2년 새 2배 증가

"불법 전단 스티커를 긁어내도 며칠 후면 또 붙어요. 아주 골치입니다."


20일 서울 강북구 4호선 미아역에서 만난 60대 환경미화원 이모씨가 한숨을 내쉬며 한 말이다. 이곳 역사 화장실 부스 안에는 '동성 캉캉', '24시간 출장' 등 성매매를 암시하는 문구가 적힌 불법 전단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불법 전단 스티커의 강한 접착력 때문에 떼어낸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도 보였다. 이씨는 "깨끗하게 떼어지지 않아 적어도 전화번호만큼은 알아보지 못하게 최대한 긁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서울지하철 1·4·5·8호선 주요 역사 화장실을 둘러본 결과 불법 전단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변선진 기자

서울 지하철 화장실 곳곳이 불법 전단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날 무작위로 찾은 지하철 1·4·5·8호선 주요 역사 화장실 15곳 가운데 14개 역사 화장실에서 성매매 알선(9건), 불법 의약품 판매(7건)와 관련한 전단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단물이 없었던 역사는 8호선 문정역이 유일했다.

전단물에 나와 있는 한 동성 마사지 업체에 연락하니 노인 목소리의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는 "장소는 고객님이 정하면 된다"며 설명을 자세히 늘어놨다. 성매매 알선 가능성이 역력했다. 이어 불법 의약품 판매 업체에도 문의하니 "비아그라(남성 발기 부전 치료제)는 1통당 6만원으로 직거래만 가능하다"는 답이 왔다. 그는 '의약품이 진품인지 증명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대뜸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불법 의약품 절대다수는 비인가 시설에서 제조된 가짜 의약품인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복용 시 규격에 맞지 않는 성분으로 뇌졸중, 심장마비 등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


서울 지하철 내 불법 전단물과 관련한 민원은 증가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불법 전단 관련 민원은 2022년 1677건, 2023년 1979건, 지난해 3025건이었다. 올해도 4월까지만 1194건에 달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서울역에서 만난 송모씨(49)는 "10년 전에도 역사 화장실 내 특정 불쾌한 문구가 적힌 성매매 전단물이 있었는데 아직도 보인다"며 "지하철은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하는 장소인 만큼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하철 내 불법 전단물 부착 행위는 경범죄처벌법상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과태료가 5만원에 그치는 데다 화장실의 경우 단속마저 어려운 탓에 불법 전단물 자체를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 입장이다.


다만, 공사 역시 지하철 이용객이 불법 전단물에 나와 있는 업체로부터 현혹되지 않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 중이다. 일례로 불법 의약품 관련 전단물에 대해서는 '대포킬러(무제한 전화 자동 발신)'를 통해 판매자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한편 경찰 수사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무허가 의약품 제조·판매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이용객은 호기심에라도 불법 전단물에 나와 있는 업체에 전화를 걸지 말 것을 당부한다"며 "불법 전단물을 발견한 경우 공사로 신고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백종원 '3900원 짜장면' 승부수…이미지 회복 시도 통할까
수정 2025.06.07 10:39입력 2025.06.07 10:39

가맹주 고통 분담 나서
할인으로 위기 넘기기 시도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짜장면 한 그릇 3,900원'이라는 파격적인 할인 행사를 통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파격 할인 행사를 통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시도한다.

더본코리아는 자사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0410을 통해 오는 10일과 11일 양일간 '국민응원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회사 측은 "일부 매장을 제외한 전국 홍콩반점 매장 방문 시, 누구나 짜장면을 3,900원에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홀 영업을 하지 않는 포장·배달 전문 매장도 포장 주문 시 동일한 혜택이 적용된다.


더본코리아는 이와 별도로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제복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호국보훈 감사 행사'도 함께 운영 중이다. 오는 8일까지 군인, 경찰, 소방관, 교정직 공무원 등이 제복을 착용하고 매장을 방문하거나 신분증을 제시하면 짜장면을 3,900원에 제공받을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최근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위한 일종의 '고통 분담' 조치다. 본사는 이달 말까지 요일별 할인 브랜드를 정해 대표 메뉴를 최대 50%까지 할인 판매할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전국 30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의 체감 피해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파격 할인 행사를 통해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시도한다. 더본코리아

더본코리아는 최근 몇 달간 '빽햄 가격 논란'을 비롯해 맥주 함량 허위 표기, 원산지 미표기, 농지법 위반 의혹, 안전관리 미비, 갑질 논란 등 각종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전국 약 1800개 매장을 운영 중인 커피 전문 브랜드 '빽다방'은 출시 17년 만에 백 대표를 모델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본코리아의 실적 악화는 주가에도 직격탄을 안겼다. 지난해 11월 6일 상장 첫날 6만4500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3만4000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상태로,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가맹점들의 매출 감소도 뚜렷하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사(삼성·신한·현대·KB) 매출 자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주요 브랜드는 지난 2월 이후 일제히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홍콩반점의 일평균 매출은 2월 7453만원에서 4월 6072만원으로 18.5% 감소했고, 새마을식당은 같은 기간 9945만원에서 8190만원으로 1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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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커피 한 잔에 40억 날렸다…'억'소리 나는 소송의 나라 미국 [뉴스설참]
수정 2025.06.07 13:18입력 2025.06.07 06:30

(72)소송 많은 美, 변호사 수 세계 5위
징벌적 손배제 영향 거액 배상금 판결 많아
소비자들, 집단소송 통해 기업에 맞서

편집자주'설참'. 자세한 내용은 설명을 참고해달라는 의미를 가진 신조어다. [뉴스설참]에서는 뉴스 속 팩트 체크가 필요한 부분,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콕 짚어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역시 소송의 나라." 미국에서 거액의 배상금 판결이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미국은 왜 '소송의 나라'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을까.


미국에서는 계약·소비자 분쟁 등 일상의 많은 문제를 소송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7일 미 연방법원의 '연방 사법 사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약 35만건의 소송이 연방법원에 제기됐으며, 이 중 80%인 약 28만건이 민사소송이었다. 평균적으로 민사소송의 약 5%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됐으며, 배상액이 1억달러(약 1380억원) 이상에 달하는 초대형 징벌적 손해배상은 2020년~2023년에만 89건 이상 있었다. 알렉스 베레조우 미국 과학보건협회(ACSH) 선임연구원은 2019년 ACSH 칼럼에서 미국을 '소송 중심 사회(Litigious society) 라고 표현하며 "과도한 소송 제기가 사회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소송이 많다 보니 인구 대비 변호사 수도 많다. 인구정보 분석업체 세계인구리뷰(WPR)는 '2025년 국가별 1인당 변호사 수' 통계 보고서에서 미국은 인구 10만명당 변호사 402명으로 이스라엘·도미니카공화국·브라질·이탈리아에 이은 5위라고 밝혔다. ▲영국(226명) ▲독일(191명) ▲한국(116명) 등에 비해 훨씬 많다.


미국은 가해자의 고의·악의적 또는 중대한 과실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 단순히 피해를 보상하는 것을 넘어 '징벌적 의미'의 금전적 배상을 부과하기 때문에 거액의 배상금 판결이 내려지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주로 집단 소송을 통해 기업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제기하고, 권리를 보장받는다.


가장 유명한 사건 중 하나는 이른바 '맥도날드 커피 사건'이다. 1994년 한 70대 여성 고객이 맥도날드에서 뜨거운 커피를 샀다가 화상을 입자 치료비 및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이 고객은 커피 탓에 하반신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대퇴부·엉덩이 조직은 심하게 손상돼 피부 이식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고객에게 치료비 및 손해배상금으로 약 290만 달러(약 40억원)의 배상 판결을 했다. 뜨거운 커피를 건네주며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고, 맥도날드가 수년간 수백건의 커피 화상 민원을 접수하고도 조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한 판단이었다. 다만 과도한 배상이라는 지적에 따라 항소 전 배상금은 양측 합의로 조정했으며, 합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모든 커피전문점의 커피 컵 혹은 종이 손잡이에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경고 문구가 삽입되는 계기가 된다.


챗GPT로 만든 가상 이미지.

광고와 실물이 다를 시 '과장 광고'로 소송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2015년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샌드위치의 길이가 다르다는 이유로 법원에 피소됐다. 써브웨이의 샌드위치 길이는 12인치인데, 한 소비자가 실제로 샌드위치 길이를 줄자로 재봤더니 빵 길이가 2.5㎝ 짧았다. 써브웨이 측은 빵 반죽 및 제조 과정에서 빵의 부풀기와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써브웨이가 50여만달러의 재판비용 및 보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최근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 버거킹도 과장 광고를 했다는 혐의로 피소됐다. 소송을 제기한 소비자 19인은 버거킹이 경쟁사에 비해 버거 크기가 크다는 점을 내세워 광고해왔지만, 실제 버거는 광고에 나온 것보다 작다고 주장했다. 버거킹 측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과 동일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보기 좋게 버거를 연출했을 뿐이다.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광고 사진의 핵심은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달 "단순한 과장 표현을 넘어선 기만 행위일 수 있다"며 버거킹의 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추후 본안 심리가 진행될 예정이다.


폐암 등 담배로 인해 생긴 질병에 대한 책임을 담배회사가 져야 한다는 판결도 있다. 1994년 46개 미 주(洲) 정부는 담배회사들이 연간 43만명에 달하는 미국인의 목숨을 앗아가는 상품을 제조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필립모리스 등 담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인 담배회사 측은 담배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고 맞섰다. 당시 담배의 중독성과 위해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담배회사들은 주 정부들에 25년에 걸쳐 2060억달러(약 283조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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