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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남의 일 같지 않아"…너 나 할 것 없이 팔 걷은 '가족들'

수정 2025.03.31 12:42입력 2025.03.31 10:52

"오가며 아는 사이…마음 찡해"
저녁식사 준비·식료품 이송 등
절망 속 희망 샘솟게 하는 품앗이

“내 집이 불에 탄 지도 모르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삼계탕, 바나나, 나물 반찬 등을 식판에 나눠담는 자원봉사자들. 이은서 기자

28일 찾은 오후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 노란 적십자 조끼를 입은 이희수씨(72·석보면 요원리)는 이재민들을 챙기느라 자신의 집이 타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27일 새벽 내린 비에 집 근처 불이 꺼진 것을 보고는 다시 봉사활동을 하러 나왔다. 이씨가 본인은 뒤로한 채 이재민을 돕는 이유는 '형제, 부모 같은 마음' 때문이다. 이씨는 “평소 면 단위로 농가 주부 활동을 하다 보니 오가며 다 아는 사이”라며 “가족 같아 마음이 찡해 도우러 왔다”고 말했다.


산불은 비극이다. 하지만 비극이라고 절망만 할 수는 없다. 피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품앗이’가 희망의 샘솟게 했다.


영양군민회관에서는 비를 뚫고 자원봉사자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영양군여성단체협의회, 생활개선회, 대한적십자사 등 각종 봉사단체를 통해 모인 이들이었다. 식료품을 나르던 이혜정씨(64)는 “어제는 맨손으로 들다 손톱이 끊어진 줄도 몰랐는데 손톱 밑이 쑤셔서 장갑을 끼고 왔다”며 “집이 없으신 어르신들 보니 부모님 생각에 처음에는 알게 모르게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가 담긴 식판을 석보면 포산리 이재민들에게 전달하는 모습. 이은서 기자

이들 대부분은 이재민들과 사는 동네는 달라도 영양군 체육대회나 축제에서 자주 마주쳐 얼굴은 알고 지내는 사이다. 같은 영양에 산다는 이유만으로도 형제, 부모 같은 애틋함을 느낀다. 김태경씨(57)는 "영양지역에서 농사짓고 사는 같은 입장이라 동질감이 든다"며 "불 방향이 잘못되어 우리가 피해를 봤다면 그때는 저분들이 우리를 도와줬을 것"이라 전했다.


어릴 적부터 영양군에서 자란 이들은 지역에 각별함을 느끼기도 한다. 조아름씨(58)는 "고향이 여기고 우리 할머니부터 대가족이 살았기 때문에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나섰다"며 "첫날은 보따리 싸서 피신하러 여기 왔다가 다음날부터 봉사를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빗줄기가 굵어지자 자원봉사자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기도 했다. 김정자씨(70)는 "옛날에 기우제를 지내던 선조들의 마음을 이해할 정도라니 이재민들의 마음이 오죽했을까"라며 반가워했다. 김씨는 "비를 맞아도 별로 비를 맞는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터전 잃은 사람을 위해 마음을 같이 합치면 그 터전을 다시 지을 수 있는 힘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빗줄기가 굵어진 오후 4시 저녁식사를 위한 식료품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 이은서 기자

경북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발생한 중대형 산불 11건이 발생 9일 만에 모두 진화됐지만, 자원봉사자들은 이후에도 마을회관이나 피해 현장을 찾아 이재민들의 손발이 되려 한다. 이옥화씨(67)는 "산불이 모두 잡히더라도 이재민들 곁이나 동네 마을회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30일을 기준으로 정부가 관리해 온 산불 11건 모두 주불이 진화됐다. 경남 산청·하동 지역의 불길까지 잡히면서 진화율은 100%를 기록했다. 현재는 전 지역에서 잔불 정리가 진행 중이다.




경북 영양=이은서 수습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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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더 넓고 더 높은' 관세 카드 만지작…"20% 보편 관세 고려"
수정 2025.03.31 14:16입력 2025.03.31 10:39

"핵심광물 새 관세도 4월1일 보고"

미국이 4월2일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앞둔 가운데 '더 넓고 더 높은(Broader, Higher)'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꺼내 들며 관세 전쟁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최대 20% 보편 관세 부과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30일(현지시간) WSJ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미국이 무역 상대국들에 개별 관세율을 부과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보편 관세를 부과할지에 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관세 부과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였다. 지난 26일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재확인하며 "우리는 매우 관대하게 할 것이고, 많은 경우 다른 나라가 수십 년간 미국에 부과했던 것보다 (관세율이)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4일엔 "여러 국가에 면제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미국을 상대로 크게 무역흑자를 보고, 무역 장벽을 세운 '더티 15(Dirty 15·더러운 15)'을 언급한 바 있다. 이들 국가가 상호관세 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도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에게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압력을 가했으며, 더 광범위한 국가를 상대로 더 높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안하라고 촉구했다고 WSJ가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며칠간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고문들은 거의 모든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영향을 미칠 20% 전면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더 공격적인 관세 정책 입안을 주문하며 보편 관세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운동 당시 모든 수입품에 10%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후 백악관에 입성한 뒤엔 국가별로 상호 관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다시 보편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에 당초 더티 15 국가들만 타깃으로 할 것으로 예상되던 관세가 더 광범위하게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아직 완전히 보편 관세 부과로 기운 것은 아니다. 미 정부 당국자는 WSJ에 상호 관세 계획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는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경향이 있으며,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어떤 관세를 부과하든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이 '크고 단순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WSJ는 이에 대해 최종 조치가 세계 국가의 약 15%에 관세를 부과하려는 이전 계획보다 더 광범위할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개 국가가 상호관세의 영향을 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직 관세 부과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보인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뿐 아니라 핵심 광물과 이를 포함하는 제품을 타깃으로 새로운 산업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뒤 알루미늄·철강, 자동차 등 산업에 관세를 도입한 바 있다. WSJ는 이 관세가 4월2일 공개될지는 불확실하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에서 4월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인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을 사용해 상호 관세 또는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는 데 사용한 법안이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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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씨 하나까지’… 영양군, 산불 완전 진화 위해 안간힘
수정 2025.07.31 17:41입력 2025.03.31 10:25


경북 영양군은 지난 3월 25일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로 사망 7명(남 2, 여5) 등 인명피해, 산림 5070㏊, 건축물 112동, 농업시설 55개, 축사 시설 3동, 기타 시설 19개 등 피해를 보았다.

영양군, 산불 완전 진화를 위해 안간힘. 영양군 제공

3월 28일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주불은 완전히 잡혔으나 잔불 정리를 위해 군은 29일 공무원 250명을 포함해 645명의 인력과 헬기 6대, 진화차 7대, 소방차 28대 등 장비를 투입했고, 30일에는 659명의 인력과 전일 대비 4대 늘어난 헬기 10대를 포함해 진화차 9대, 소방차 29대 등 진화 장비를 충원해 재발화를 막고 산불을 완전히 잡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석보면(옥계리, 주남리, 삼의리), 입암면(노달리, 산해리) 등 재발화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주말 동안 인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밤샘 작업으로 안간힘을 썼지만,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군은 31일 아침 8시 전 직원 비상소집을 발령하고 마지막 불씨 하나까지 잡기 위해 공무원 300명 포함 719명의 인력과 헬기 4대를 포함해 장비 63대를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오도창 군수는 “밤낮없이 산불을 끄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며 “하지만 우리가 고생하는 만큼 군민들이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빨라진다는 사명감으로, 불이 완전히 잡힐 때까지 조금만 더 힘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28일 오도창 영양군수는 ‘대군민 호소문’을 통해 군민 모두가 안전이 확보된 상황에서 잔불 정리, 이웃 돌봄 등 산불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군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주길 부탁했고 다양한 민간단체와 개인이 잔불 정리, 대피소 자원봉사 등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영남취재본부 김철우 기자 sooro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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