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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가짜잖아"…'플라스틱'이라 놀림받은 샛노란 치즈 [맛있는 이야기]

수정 2025.03.29 09:35입력 2025.03.29 06:30

③아메리칸 치즈 탄생사
'진짜 치즈'를 끓여 만든 가공 유제품
저온 살균으로 유통기한 길어 북미에 유통
'플라스틱'이라는 부정적 꼬리표 달기도
잘 녹는 성질 덕분에 세계적 아이콘으로

편집자주최초의 과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발견됐다고 합니다. 과자는 인간 역사의 매 순간을 함께 해 온 셈이지요. 비스킷, 초콜릿, 아이스크림까지, 우리가 사랑했던 과자들에 얽힌 맛있는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햄버거 패티 사이에 낀 노란색 치즈는 사실 자연 치즈가 아니다. '아메리칸 치즈'라고 불리는 노란색 치즈는 우유를 숙성해 만든 자연 치즈를 원료로 한번 더 가공해 만든 유제품이다. 미국의 식품 발명가가 개발한 아메리칸 치즈는 북미 대륙은 물론 유럽, 아시아에까지 저렴한 유제품을 보편화 하는데 일조했지만, 동시에 '가공식품'이라는 꼬리표와 싸워야 했다. 심지어 원산지인 미국에서도 한때 '플라스틱'이라며 놀림 받던 가슴 아픈 역사가 있다.

진짜 치즈를 갈고 끓이고 소독…'아메리칸 치즈' 탄생사

햄버거 패티 위의 아메리칸 치즈. 픽사베이

아메리칸 치즈는 미국의 식품 대기업 크라프트 푸드가 1916년 제조 특허를 취득한 가공 유제품이다. 당시부터 꾸준히 생산돼 현재는 사실상 제품명이 보통명사로 취급될 만큼 유명해졌다. 아메리칸 치즈는 치즈 자체로 섭취하기도 하지만, 샌드위치나 햄버거 속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다. 유명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성분표에 표기된 '아메리칸 치즈'는 대부분 크라프트 푸드의 아메리칸 치즈를 뜻한다.


지금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 브랜드가 됐지만, 사실 아메리칸 치즈의 시작은 '모조 제품'에 가까웠다. 아메리칸 치즈의 뿌리는 영국의 자연 치즈인 체다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북미 대륙을 개척했던 영국인 모험가들은 미국 땅에서 체다를 만들었는데, 덕분에 20세기 초에도 체다는 미국에서 가장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치즈였다.


1906년 크라프트 푸드의 창립자인 제임스 L. 크라프트는 미국 시카고시에서 이런 자연 치즈를 유통하는 도매업을 시작했다. 사세가 확장하면서 크라프트는 치즈를 이용한 '가공 유제품' 공법을 발명했는데, 바로 체다를 갈아 유화제 등 여러 재료와 혼합하고 액체가 될 때까지 끓인 뒤, 저온 살균 공정을 통해 다시 굳혀 치즈 모양으로 재가공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색소를 첨가해 더욱 샛노란 색상을 띄게 했다. 이 '가공 유제품'이 바로 아메리칸 치즈다.


저온으로 살균한 유제품인 아메리칸 치즈는 체다보다 훨씬 유통기한이 길었다. 광활한 미 대륙을 누비며 제품을 유통하기에 안성맞춤이었고, 특히 군인들의 전투 식량으로 쓰기에도 적합했다. 크라프트의 아메리칸 치즈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과의 정식 군납품 계약으로 대량 생산됐으며,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치즈의 고향 유럽 대륙으로 수출됐다.

군인들 애용한 고마운 유제품…그러나 '플라스틱'이란 오명도

치즈의 종류. 픽사베이, 아시아경제DB

아메리칸 치즈는 전쟁 중 군인들의 주요 유지방 공급원이었지만, 우유를 숙성해 만든 진짜 치즈가 아니라는 점에서 '가공 유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했다. 심지어 아메리칸 치즈의 원산지인 미국에선 '플라스틱'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샌드위치나 햄버거 위에 올라간 아메리칸 치즈를 두고 "노란색 플라스틱"이라고 칭하는 건 자주 쓰이는 농담이다.

아메리칸 치즈 같은 가공 치즈는 일부 치즈 애호가들에게 '플라스틱'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페이스북 캡처

왜 하필 플라스틱일까. 이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아메리칸 치즈 관련 규정 때문이다. FDA는 아메리칸 치즈(공식 명칭 저온살균 가공 치즈)에 대해 "선택한 유제품 재료들을 균질한 플라스틱 덩어리(homogeneous plastic mass)로 만든 것"이라고 정의한다. 다만 '플라스틱'이라는 용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업용 소재가 아니라, 단순히 '쉽게 모양을 바꾸거나 녹일 수 있는 성질'이란 뜻으로 쓰였다.


게다가 아메리칸 치즈는 '플라스틱'이었기에 지금 같은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사실 자연 치즈는 가열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수분이 부족해 치즈가 제대로 녹지 않거나, 수분과 기름이 분리돼 층을 만들기 일쑤다. 반면 분쇄·가열·저온 살균 공정을 거친 아메리칸 치즈는 열에 녹으면 마치 흐르는 소스 같은 완벽한 수분기와 점성을 가진다. 덕분에 아메리칸 치즈는 햄버거, 샌드위치, 바비큐, 맥 앤 치즈 같은 식품들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한다.

"치즈는 원래 인공적인 것…아메리칸 치즈도 훌륭한 치즈"

전문가들은 '가공식품'이라는 구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미국의 푸드 컨설턴트이자 과학을 접목한 조리법을 다룬 저서 '푸드 랩'의 저자인 J. 켄지 로페즈-알트는 레시피 전문 매체 '시리어스 이츠'에 기고한 글에서 "가공 치즈는 진짜 치즈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곤 하지만, 아메리칸 치즈도 분명히 훌륭한 치즈"라며 "게다가 자연 치즈라고 해서 아예 가공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모든 치즈는 숙성, 소독, 발효, 반죽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하며, 치즈라는 식품 자체가 자연 상태엔 존재하지 않는 인공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923년 제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창기 크라프트 아메리칸 치즈 포장. 시카고 박물관 아카이브

그러면서 "가공 치즈에 화학 물질이 첨가된다고 해서, 반드시 인체에 나쁘다는 뜻도 아니다. 어떤 화학 물질은 소량만으로 인체에 나쁠 수도 있고, 어떤 물질은 대량 섭취해야 나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엔 잠재적 이점과 단점이 있고 이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며 "아메리칸 치즈엔 포화 지방이 많지만, 그건 다른 유제품이나 육류도 마찬가지다. 햄버거에 든 치즈를 가끔 즐기는 건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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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팔 끓여도 안 죽네…봄철, 배달음식 잘못 먹으면 큰일 난다
수정 2025.03.29 21:22입력 2025.03.29 16:04

퍼프린젠스균, 가열해도 사라지지 않아
조리 후 상온 방치 말고 즉시 섭취해야

봄철 배달 음식을 먹고 '퍼프린젠스 식중독'에 걸리는 경우가 있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균은 육류를 주원료로 하는 조리식품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균은 열에 강한 '아포'를 만들어 살아남기 때문에 충분히 끓인 음식이라도 균이 사라지지 않는다. 아포는 퍼프린젠스균 등 특정 세균이 고온, 건조 등 생존이 어려운 환경에서 만들어 내는 것으로, 아포 형태로 휴면상태를 유지하다가 세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아포에서 깨어나 증식, 독소를 만들어낸다.


기온이 상승하는 3~5월에는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균에 의한 식중독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 3년간 배달 음식으로 인한 퍼프린젠스 식중독 발생 건수와 환자 수를 보면 ▲2022년 4건(264명) ▲2023년 3건(106명) ▲2024년(425명)이었다. 이 균에 의한 식중독은 음식점과 집단급식소에서도 많이 발생하므로 식품접객업소의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 음식점, 집단급식소에서는 반찬인 고기찜, 돼지고기볶음 등 육류 요리와 김밥을 대량으로 조리한 뒤 보관 방법과 온도를 준수하고 손님에게 즉시 제공해야 한다.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봄철 도시락, 김밥 등 배달 음식으로 인한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서울 중구 식품안전정보원에서 배달 음식 프랜차이즈 업체와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당부했다. 식약처는 대량조리음식 식중독 예방요령으로 ▲육류 등은 중심온도 75℃(어패류는 85℃로 1분 이상 완전히 익히기 ▲가열 조리 후 신속히 냉각해 여러 용기에 나눠 담기 ▲보관온도 유지(따뜻한 음식은 60℃ 이상, 차가운 음식은 5℃ 이하로 보관) ▲보관된 음식 섭취 시 75℃ 이상에서 충분히 재가열해 섭취 ▲조리된 상태로 상온에 방치하지 않고 조리 후 즉시 제공 등을 알렸다.

김성곤 식품안전정책국장은 "대량으로 조리하는 배달 음식은 취급에 부주의한 경우 집단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식재료 준비와 조리·보관·운반 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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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주세요" 울부짖고 거리에서 출산까지…지옥 같은 미얀마 대지진
수정 2025.03.29 20:02입력 2025.03.29 18:58

대지진 인명피해 눈덩이
장비없어 맨손으로 구조 작업

미얀마와 태국을 강타한 지진으로 구조 현장에서는 목숨을 건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얀마 만달레이의 무너진 건물. AFP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 만달레이의 주변 마을에 사는 자원봉사 구조대원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기계가 필요하지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만달레이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한 대원은 "대부분의 건물이 붕괴했다"며 "(사람들이) 거리에서 달리면서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만달레이 종합병원이 거의 꽉 찬 상태이며, 병원 건물 역시 손상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들이 밤이 돼도 집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잠을 이루지 못해 길바닥에 앉아있는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눈앞에서 가족, 친구, 친인척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 사망자가 1만명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을 71%로, 경제적 손실과 관련해선 1000억 달러(약 147조원)가 넘을 확률이 33%라고 추산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 지역에서 구조작업을 하는 한 대원은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사람들이 갇혀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구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태국 방콕의 한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작업에 참여한 믹 오셰이는 "처음에는 사람들이 환자들을 휠체어나 들 것에 싣고 나왔으나, 휠체어와 들 것이 바닥났는지 (환자들의) 팔과 다리를 붙잡고 등에 지고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또 병원에 입원 중이던 임산부가 들것에 실려 건물 밖으로 대피한 뒤 들것에 누운 상태로 의료진에 둘러싸여 거리에서 출산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미얀마 강진으로 인해 무너진 태국 방콕의 건물. 로이터연합뉴스

또 방콕의 미완성 초고층 건물이 붕괴해 현장에서는 잔해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구조대원들과 매몰자들에게 위험이 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 붕괴 현장에서만 지금까지 확인된 시신은 6구이며, 실종된 건설노동자는 약 100명이다.


냄새를 맡는 개들과 드론이 투입돼 매몰된 생존자들을 찾아내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수색 작업의 난도가 높아 아직 어느 구역에 진입해야 할지 정하지는 못했으며 수색 작업을 통해 실종자가 발견되거나 구조된 경우는 아직 없다.


특히 미얀마의 경우 외국으로부터 지원받더라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일부 지역에는 고의로 이를 전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몬시 페러 국제앰네스티 부국장은 "저항한 전력이 있는 집단이 활동하는 지역에 군부가 지원을 거부한 전력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강진이 발생한 사가잉 단층선에 가까운 지점에 있는 미얀마 바간 불교 유적이 파괴됐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곳은 11세기에 지어진 불탑들과 사찰들 등 2200여개의 불교 유적들이 있는 곳이지만, 그간 지진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유적지는 2016년에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상당히 심각한 피해를 봤다.




구나리 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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