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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하던 집주인 "당장 도장 가져오세요"…토허제 지정에 혼란스런 용산구[르포]

수정 2025.03.20 14:52입력 2025.03.20 08:13

하루 사이 매수인 우위 전환
매도인, 거래 희망 문의 속출
섣불리 규제 지정 비판도
시장, 6개월간 관망세 전망

"일주일간 애태우던 집주인이 19일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 발표 당일에 계좌번호를 보냈어요. 그런데 매수인은 며칠 더 생각해보겠다고 하네요." (이촌동 A 공인중개업소)


19일 찾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평일 오후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이촌동의 B 공인중개소 전화통은 쉬지 않고 울렸다. 이곳은 서울 강북권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LG한강자이, 래미안 첼리투스 등 한강 변 일대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다.


B 중개소 소장이 수 분간 통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자 다시 벨소리가 울렸다. 그는 "집을 팔아도 될지 묻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지친 기색을 내보였다. A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갭투자자들이 토허구역 지정 소식에 동요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이 몹시 걱정된다며 찾아온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매수인 우위 전환…마음 급해진 '갭 투자'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용산구 일대 부동산 시장은 서울시와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에 크게 동요했다.


전날 서울시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소재 모든 아파트를 상대로 토허구역을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 지역에 규제를 푼 뒤 한 달여 만에 재지정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오른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퍼지자 용산구까지 거래 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LG한강자이 아파트. 이지은 기자

이 지역 내 집주인들은 혼란에 빠졌다. 집 사겠다는 이들과 흥정하던 집주인들은 "당장 도장 가져오세요"라며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규제 해제 이후 집값의 향방을 지켜봐야 하는 매수인들 입장에서는 쉽사리 거래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촌동의 B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갈아타기를 원하는 매도인은 빨리 집을 팔아야 한다며 다급해 하는 분위기"라며 "집주인들로부터 어떻게 해야 빨리 집을 팔 수 있냐는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촌동 C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매도인 중심으로 조율해왔던 거래조건이 하루 사이 공중에 붕 떠버렸다"며 "매수자들이 시장을 지켜보자는 태도로 변하자 매도인들의 심경이 복잡해졌다"고 토로했다.


갭 투자자들은 재빨리 계약을 체결하고 나섰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려면 토허구역을 확대 시행하는 이달 24일 전까지 거래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A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공인중개업자들의 정보통을 통해 '비싼 호가에 나왔던 기존 매물들이 19일 거래됐다'는 문자를 여러 곳에서 받았다"며 "갭투자하는 분들이(매수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6개월 기다리자…집값 내려가기는 힘들어"

다만 이 같은 혼란이 장기전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토허구역을 풀면 가격이 오른다는 것에 대한 학습 효과가 생겼으니 매도·매수자가 당분간 거래를 멈추고 관망세로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C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토허구역을 해제하면 집값이 뛴다는 걸 모두 알지 않았냐"라며 "6개월만 있으면 규제가 해제되니 잠깐 쉬어가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시장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한가람아파트. 이지은 기자

시장 과열 흐름이 용산구까지 충분히 확산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를 섣불리 지정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직방에 따르면 용산구의 지난달 전체 아파트 거래량은 102건으로, 이 중 신고가 거래 비중은 전체의 23%(23건)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초구의 경우 전체 거래량(234건) 중 신고가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44%(102건)에 달했다. D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이촌동의 경우 거래가 구정 이후부터 거래가 본격적으로 활발해졌다. 아직 강남3구보다 과도하게 집값이 올랐다 볼 수 없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으로 규제가 지정된 듯하다"고 지적했다.


토허구역을 지정해서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서초·송파·용산구의 경우 아파트 매입 시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므로 투기 목적의 매매가 급감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거래량 감소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서울 핵심 지역 아파트는 희소성이 높아 매도자들이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인 가격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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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잃고 쓰러진 결혼 앞둔 20대 어린이집 교사, 5명에 새 삶 선물
수정 2025.03.21 07:48입력 2025.03.20 09:43

1남 1녀 중 막내…착하고 순수했던 딸
아동학과 졸업 후 어린이집 교사 근무
母 "훨훨 날아 온 세상 여행하길"

지난달 27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폐장 등을 기증한 이슬비 씨(29).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결혼을 앞두고 있던 20대 어린이집 교사가 삶의 끝에서 5명에게 새 인생을 선물하고 떠났다.


2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7일 영남대학교병원에서 이슬비씨(29)가 심장과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설 전날인 지난 1월28일 부모님을 뵙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중 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씨의 가족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사랑하는 이가 고통 속에서 떠나는 대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선한 일을 하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을 결심했다.


이씨는 대구에서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나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자랐다. 그는 부모님 속을 한 번도 썩인 적 없는 착하고 순수한 딸이었다.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좋아해 선생님이 되기를 꿈꿨고, 대학에서 아동학과를 졸업해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했다. 졸업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일을 쉰 적이 없을 만큼 성실한 사람이었다. 내년 1월에는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약속하며 신혼의 꿈에 부풀어 있기도 했다.


이씨의 어머니 권영숙씨는 "내 딸 슬비야, 넌 엄마 인생의 기쁨이고 최고의 행복이었어. 아픔 모두 훌훌 털고 훨훨 날아 온 세상 다 여행하며 행복해야 해. 나중에 엄마랑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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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 270억 썼는데"…이정재도 못 살린 '더미식' 1300억대 적자행진
수정 2025.03.20 13:30입력 2025.03.20 07:00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야심작 '더미식'
하림산업, 작년 1276억원 영업손실
영업손실폭 확대…창사 이후 만년적자
판매 부진, 작년 매출 800억원 그쳐

#전북 익산시에 위치한 하림식품 생산공장 '퍼스트 키친(First Kitchen)'. '첫 번째 주방'이란 뜻의 이곳은 하림이 1500억원을 투자해 닭고기 전문기업에서 종합식품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삼은 곳이다. 축구장 17개와 맞먹는 12만3429㎡(약 3만7000평)의 공간에서 육수, 소스, 냉동식품뿐 아니라 즉석밥, 라면까지 하림식품의 모든 가공제품이 만들어진다.


하림지주의 식품 자회사 하림산업이 지난해 영업적자가 13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야심차게 선보인 퍼스트 키친에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The)미식'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가 이어지면서 적자폭을 대폭 키웠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림산업은 지난해 127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1099억원에서 177억원이나 손실이 커졌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05억원에서 802억원으로 100억여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작년 영업적자 1300억원…매출액 800억원 그쳐

이 회사는 하림그룹의 역점 사업인 서울 양재동 물류센터 개발을 위해 2012년 2월 설립됐다. 하지만 서울시의 개발 인허가 절차가 미뤄지면서 2019년 하림식품을 흡수 합병해 식품회사로 탈바꿈했다.


창사 이후 계속 적자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하림산업이 감사보고서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6년 116억원의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매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고, 하림식품과 합병한 2019년 이후 적자폭이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김 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히는 더미식 출시 이후 영업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하림산업은 2021년 10월 종합식품기업을 공식 선언하며 HMR 브랜드 더미식을 론칭했다. 당시 김 회장이 깜짝 등장해 '더미식 장인라면'을 소개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그는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 규모 메가 브랜드로 키우고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했다.

하림산업은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 게임' 주연 배우 이정재를 광고 모델로 앞세우고 대대적인 마케팅도 벌였다. 이후 하림산업은 매운 라면과 짜장면 등 면류 제품은 물론 부대찌개 미역국 등 국물요리, 즉석밥 등으로 품목을 확대했다. 또 스트리트푸드 브랜드 '멜팅피스'와 어린이식 브랜드 '푸디버디'를 잇달아 선보였다.


하지만 실적은 초라했다. 더미식 출시 첫해인 2021년 매출액은 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배가량 뛰었지만 이듬해 705억원(52.9%), 지난해 802억원(13.8%)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 회사가 지난해 쓴 광고비는 267억원에 달한다.


특히 라면 업계 1위인 농심이 신라면 단일품목으로 국내외에서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고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실적 부진은 더 두드러진다. 하림산업은 최근 이마트와 손잡고 '백제면'을 출시, 신라면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만들수록 손해"… 배보다 큰 배꼽 '매출원가'

하림산업의 적자 행진은 매출 부진 속에서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원가는 1318억원으로 전년(1158억원)보다 14.68% 늘었다. 지난해 매출원가에서 원재료 비용이 57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다만 원자재 비용이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친 43.5%다. 물류비와 전력사용 등 기타비용 320억원, 인건비성 비용 239억원 등 나머지는 생산공장 가동을 위한 들어간 비용이었다.


지난해 판관비도 100억원 넘게 불어난 750억원에 달했는데, 전력비가 5700만원에서 8억원으로 14배나 늘었다. 이 기간 운반비도 45억원에서 83억원으로 뛰었고, 외주용역비는 63억원 97억원으로 증가했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7월 689억원을 투입해 전북 익산 공장과 물류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에 나섰는데, 예상보다 판매가 저조하면서 수익성 이 뒷걸음질 친 것이다.


실제 하림산업은 지난해 재고제품에 대한 평가손실충당금 24억원을 인식하고, 재고자산평가손실 10억여원을 매출원가에 반영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가 불가능하거나 할인 판매가 필요한 경우 등 제품가격이 취득원가보다 낮아질 때 회계처리하는 방법으로, 생산된 제품을 팔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 회사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2022년 6115만원에서 2023년 2억여원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난 뒤 지난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식품업계에서는 더미식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꼽는다. 하림산업은 통상 제품 가격을 경쟁사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더미식의 장인라면 한 봉지 가격은 2200원으로 농심의 신라면 가격(1000원)보다 두 배 넘게 비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미 침체된 지 오래인 내수 시장에서 지나치게 비싼 가격은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 중 하나"라며 "시장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을 거 같다"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선 하림산업의 간편식 사업이 빙그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빙그레는 1986년 라면 시장에 진출했지만 계속 늘어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2003년 사업을 접었다.


하림 관계자는 "예정돼 있던 즉석밥과 라면 부분에 대한 증설이 이어지고 있고 온라인물류센터와 관련해서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매출은 지속 증가하고 있고, 투자가 완료되면 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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