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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용 투어' 열풍…리무진 픽업에 호텔 예약까지[외국인, 韓 미용에 빠지다]

수정 2025.03.16 06:31입력 2025.03.16 06:31

②관광 필수 코스된 韓 피부·성형외과 가보니
韓 피부·성형외과 '공장형 병원' 증가
SNS 마케팅과 '외국인 특화 병원'까지
외국인 취업 알선…병원 제공 'F-비자'

"오마타세이타시마시타. 고안나이이타시마스(오래 기다리게 해 죄송합니다. 안내하겠습니다.)"


15일 서울 명동의 한 피부과는 진료 시작 30분 전부터 고객들로 북적였다. 키오스크에는 이미 14명이 대기 중이었다. 이곳은 호텔이 딸린 건물 지하 1층을 통째로 사용해 숙박과 시술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출국 전 시술을 받기 위해 캐리어를 끌고 온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호텔처럼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받아 정리하고, 고객이 시술 후 찾아갈 수 있도록 번호표를 건넸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피부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직원이 안내하고 있다. 전진영 기자.

데스크 직원들은 각국 국기 배지를 착용해 응대 가능한 언어를 표시했다. 일본 국기 배지를 단 직원은 "OO 사마(님을 뜻하는 일본어)"를 연신 부르며 고객을 맞이했고, 미국 국기 배지를 단 직원은 "어린아이들은 원래 호기심이 많죠"라며 백인 부부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상담실로 안내했다. 이 병원은 기본적으로 중국어와 일본어가 가능하며,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응대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인 고객이 많았다. '모리카와', '요코가와', '사이토' 등 일본 이름이 연이어 불리고 나서야 한국인 이름이 등장할 정도였다. 중장년층 고객들은 리프팅 상담을, 20~30대 젊은 고객들은 윤곽 주사나 모공 관리 등을 예약하는 모습이었다. 명동에서 쇼핑을 마친 뒤 병원을 찾은 20대 일본인 카렌 씨는 "일본에서는 한국인 피부가 하얗고 깨끗하다는 이미지가 있다"며 "한국은 피부과 시술도 저렴하고 화장품도 좋아 여행 올 때 꼭 체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관광 산업의 한 축이 된 배경에는 '공장형 병원'의 증가가 있다. 대규모 고객을 유치해 단가를 낮춘 프랜차이즈 병원들이다. 미용 강국 일본에서도 일부러 한국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저렴한 시술비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색소침착 개선을 위한 피코토닝 레이저를 받으면 1회 비용이 약 1만3000엔(12만7000원)이며, 보통 6~10회 단위로 결제해야 한다. 6회 시술비만 해도 6만5000엔(약 63만원), 즉 1회당 10만원 수준이다. 반면, 명동이나 홍대의 피부과에서는 피코토닝에 비타민 관리, 모델링 팩까지 포함해 2만9000원에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의 의료 체계 차이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에서는 피부과 등 일부 진료과에서 의료 독점이 없어 간호사도 간단한 레이저 시술이 가능하지만, 한국은 의사만이 직접 시술할 수 있다. 이 점이 외국인들에게 신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건물 전체에 성형외과가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일본에서는 '한국 미용 투어'가 유행하고 있다. 무박 2일, 1박 2일 혹은 당일치기로 피부·성형외과 시술을 받는 일정이 짜여진다.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메블로에는 관련 후기가 많다.


한 블로거는 '하루에 몇 번이나 미용 시술을 받을 수 있을까? 한국 미용 의료 투어 다녀왔습니다'라는 글에서 퇴근 후 밤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다음 날 피부과 투어를 다닌 일정을 소개했다. 그는 명동에서 숙박 후 강남으로 이동해 목주름 필러를 맞고, 또 다른 병원에서 피부 재생 주사 '리쥬란 힐러'를 맞은 뒤 간장게장 정식을 먹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후기에는 "의사의 손재주가 좋아 붓기도 거의 없었다"며 병원 추천 링크까지 첨부했다.


이에 한국의 피부·성형외과는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SNS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강남 위주였던 병원들이 이제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과 홍대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일본 X(구 트위터)나 아메블로에는 '한국 아이돌처럼 변신 가능!'이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당일 성형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글이 많다. 일부 병원은 아침에 입국해 당일 수술 후 귀국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심지어 지방흡입·이식·가슴 확대술까지 즉시 일상생활 복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고급 옵션으로 리무진 픽업과 호텔 예약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일부 병원은 외국인 직원을 유치하기 위해 정착 지원금까지 지급하며 채용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한국어가 가능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F-비자'(거주 가능 비자)를 병원에서 보증해준다고 홍보하며, 관광뿐 아니라 취업 시장에서도 역할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 성형외과 코디네이터를 목표로 1년간 유학했던 일본인 사사키 유키 씨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다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지는 친구들이 많다"며 "특히 성형외과 코디네이터는 모국어를 살릴 수 있고 수요도 많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외국인, 韓 미용에 빠지다]미용·성형 소비 첫 1兆 돌파…"여행와서 주름 펴고 쌍꺼풀 수술"
수정 2025.03.16 06:30입력 2025.03.16 06:30

①지난해 방한 의료관광 소비액 1조 돌파
피부·성형외과로 외국인 몰려
지난해부터 피부과, 성형외과 앞질러
일본 관광객 수 급증...주말 사이 방문도

한류와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의 미용·성형 관련 소비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미국·중국·일본이 주요 소비국으로, 특히 피부과 방문이 성형외과를 크게 앞질렀다.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역에 성형외과 광고가 붙어 있다. 강진형 기자

16일 아시아경제신문이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의 ‘의료관광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외국인 의료관광 소비액은 1조303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77%(약 1조원)가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 지출됐으며, 미용·성형 관련 외국인 소비 비율은 2022년 47%, 2023년 64%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말 외국인 10명 중 9명 피부·성형외과 찾아…피부과, 성형외과 앞질러

외국인 의료관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분야는 피부과였다. 지난해 외국인 의료관광 소비액 중 피부과 비중은 49%(6386억원)로, 성형외과(28%·3649억원)를 크게 앞섰다. 2023년까지 피부과 소비는 성형외과의 절반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처음으로 역전됐다.


특히 연말에 수요가 집중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피부·성형외과 소비 비중은 89%(약 1189억원)로, 의료관광객 10명 중 9명이 피부과 또는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액에서 피부과 비율은 약 53%, 성형외과는 36%였다.


이 같은 추세는 외국인 의료관광객의 부가세 환급 내역에서도 확인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제출받은 ‘2024 외국인 관광객 미용·성형 부가세 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피부과 진료 건수는 성형외과보다 7배 이상 많았다. 피부과 진료는 약 41만4200건, 성형외과는 약 6만2700건으로 집계됐다.


피부과 진료 중에서는 피부미용·항노화 시술(약 30만8300건)이 가장 많았으며, 주름 개선 시술(약 6만6800건)이 그 뒤를 이었다. 성형외과에서는 쌍꺼풀 수술(약 3만7700건), 코 성형(약 5900건) 순으로 많았다. 지난해 전체 부가세 환급 건수는 약 103만800건(955억원)으로, 전년 대비 169% 증가했다.

피부과 시술의 증가율도 눈에 띈다. 문신 제거 시술은 589%(약 6000건), 피부미용·항노화 시술은 490%(약 30만건), 지방 융해술은 303%(약 2만건), 여드름 치료는 276%(약 2000건) 증가해 평균 증가율(232%)을 크게 웃돌았다.


글로벌 미용 의료 플랫폼 ‘강남언니’의 황조은 홍보이사는 "성형은 주로 20대 초중반이 결정하는 반면, 피부 시술은 전 연령대에서 관심이 높다"며 "성형보다 부담이 적고 시술 빈도가 높아 지속적인 수요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성형외과가 서울 강남에 집중된 반면, 피부과는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어 접근성이 높은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소비액은 中 > 日 > 美 순으로 많아...日 급증세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건물에 성형외과가 들어서 있다. 강진형 기자

국가별 소비 규모를 보면 중국 의료관광객의 피부·성형외과 소비액이 326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 중 피부과 지출액은 2424억원(65%)으로, 성형외과(840억원·23%)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미국 의료관광객은 성형외과(1042억원·39%) 소비가 피부과(842억원·31%)보다 다소 높았으며, 일본 의료관광객은 피부과 소비 비중이 56%(1288억원)로 가장 높았고, 성형외과(747억원·33%)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일본 의료관광객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2년까지 일본 의료관광객 수는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적었지만, 2023년에는 18만8000명이 방한해 의료관광을 이용했다. 이는 같은 해 미국(7만7000명)과 중국(11만2000명)의 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황 이사는 "2023년 강남언니를 통해 한국 병원에 예약한 일본인 환자가 8만명이었으며, 지난해에는 12만명으로 늘었다"며 "현재 일본인 가입자 수가 130만명에 달해 향후 방문객 수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한국의 의료 기술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때문에 한국을 찾는 경향도 강하다"고 했다.


박진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외국인환자유치기획팀 팀장은 "최근 피부 시술을 위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급증하고 있다"며 "특히 일본에서는 주말 동안 시술을 받고 귀국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제 한국은 단순히 K-뷰티의 중심지를 넘어 글로벌 미용 의료 허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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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김병주 출연 규모는…업계 "홈플러스 정상화에 최소 1조"
수정 2025.03.17 07:47입력 2025.03.16 17:38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부실 경영 책임을 일부 지기 위한 사재 출연을 공언하면서 그 규모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로 홈플러스의 2조원대 금융채무가 동결되긴 했지만 정상 영업이 이뤄지려면 최소 1조원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16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사재 출연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개시 후 납품 대금 등 상거래 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발생한 밀린 상거래 채권에 대해선 영세·소상공인에게 먼저 지급 중이다. 영세·소상공인에게 밀린 대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한 계산이 필요하다고 홈플러스는 전했다.


업계는 홈플러스의 영업이 중단되지 않으려면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이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현금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지만 자금 경색 현상은 언제든지 빚어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발생한 상거래 채권과 회생개시 전 20일 이내 발생한 '공익 채권', 회생개시 이후 발생하는 상거래 채권에 대한 자금을 동시다발적으로 집행하는 상황이다.


서울회생법원이 자금을 집행하라고 승인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물품·용역대금(3457억원)과 올해 1~2월 임대점주 정산대금(1127억원)만 4584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경영 악화 원인은 MBK의 투자 부족과 전략 부재 때문"이라며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해 부채와 이자를 갚아가면서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하면서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꼽았다.


MBK는 이날 입장 발표에서는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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