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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 고양이상 눈매 여쯩 팝니다"…미성년자 대상 신분증 판매 범죄 기승

수정 2025.01.09 09:58입력 2025.01.09 07:19

분실·직매입 신분증 판매
증명사진 외형보고 선택
신분증 위조 대비 가격 저렴

"위조 아니고 전부 실제 주민등록증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접촉한 한 신분증 판매업자에게 구매 의사를 밝히자 여성 50여명의 사진이 전송됐다. 모두 주민등록증 속 증명사진을 모아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사진 속 얼굴은 긴머리 부터 안경을 쓴 얼굴 등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업자에게 가격을 묻자 "원하는 얼굴을 골라서 금액을 선(先) 제시 해달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7일 한 실물 신분증 판매 업자에게 구매 문의를 보내자 주민등록증 증명사신을 촬영한 이미지 50여개가 전송됐다. 50여개의 이미지에는 각각 출생 연도가 적혀있다. 이지은 기자

최근 미성년자를 타깃으로 타인의 신분증을 판매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존에는 위조 신분증 제작을 의뢰하는 수법이 성행했지만, 고가의 비용 탓에 선호도가 줄자 분실물 또는 직접 매입한 신분증을 판매하는 방식이 성행하는 모양새다.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여쯩' '남쯩'을 검색하자 실물 신분증 판매 글이 연이어 노출됐다. 여쯩과 남쯩은 각각 여성, 남성 신분증을 일컫는 은어다. 판매 글에는 '긴 머리, 고양이상 눈매' 등 신분증 증명사진 속 외형을 묘사하는 문구가 함께 기재됐다. 일부 판매자들은 "메신저로 구매 의사를 밝히면 신분증 속 증명사진을 보여주겠다"며 "본인과 최대한 닮은 얼굴을 고르면 된다"고 구매 방법을 안내했다.


이들이 판매하는 주민등록증은 위조품이 아닌 분실된 실제 신분증으로 추정된다. 금융거래와 병원 진료 시에도 이용 가능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한 실물 신분증 판매자에게 "관공서 등에서 사용할 수 있냐"라고 묻자 "위조 신분증이 아니기에 인식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만 신분증 속 지문과 본인의 지문을 비교해 진위를 구별하는 검사기인 싸이패스에 대해서는 "지문 불일치로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부 판매자는 헐값에 타인의 신분증을 사들여 재판매하기도 한다. 엑스에 신분증 매입을 검색하자 "2004~2006년생 신분증을 매입 또는 판매하고 있다"는 글이 노출됐다. 해당 업자가 "신분증 얼굴 사진과 가격을 제시해달라"라고 올린 글에는 판매를 희망한다는 댓글이 10개가량 달렸다.

7일 사화괸계망서비스 엑스에 주민등록증 판매글이 게시돼있다. 이지은 기자

실물 신분증을 대거 판매하는 업자들의 주 고객층은 미성년자들이다. 본인의 증명사진을 이용해 신분증 위조를 의뢰할 경우 금액대가 20만~30만원대를 호가하는데 실물 신분증을 구입하는 데는 10만원 초반대의 비용만 소요된다. 급매 상품이라며 10만원 미만에 실물 신분증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위조보다 적은 비용으로 신분증 도용이 가능한 셈이다.


이렇게 미성년자의 손에 들어간 신분증은 담배를 구입하거나 술집과 숙박업소를 출입하는 목적으로 쓰인다. 일부 업자들은 "타인의 신분증으로 담배를 사는 데 성공했다", "편의점과 술집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등의 구매 후기를 SNS에 게재하고 있다. 해시태그에 '술', '담배', '모텔' 등을 추가해 미성년자를 상대로 게시글 노출을 꾀하기도 한다.


전문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신분증 도용 범죄를 적극 단속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성년자들이 신분증을 위조 또는 사용해 적발된 사례는 최근 꾸준히 느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문서·인장 범죄’ 피의자 수는 2021년 656명에서 2022년 875명, 2023년 1229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등록증 도용은 단순한 신분증 바꿔치기를 넘어 사법 방해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범죄"라며 "판매 업자에 대한 사전 단속과 더불어 사법부도 구매자가 초범이거나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형을 내리기보다 단호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학생들이 교사 생리대까지 찍어가…팀플레이로 불법 촬영"
수정 2025.01.09 09:55입력 2025.01.09 09:44

피해 교사들 "아무 불이익 안 받아"
"나중에 더 큰 문제 일으킬 수도"

부산의 한 고등학교 재학생들이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에는 곧 명문대로 진학할 예정인 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서 사건 주동자인 고등학교 3학년생 A군의 휴대전화에선 300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됐다. 해당 영상 중에는 학교 여교사 8명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불법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


A군의 범행은 고등학교 보건교사 B씨에게 발각되면서 처음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A군은 손목이 아프다면서 보건실에 방문했는데, 당시 원피스를 입고 있던 B씨가 A군의 손목을 치료하는 사이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를 치마 아래로 들이밀었다고 한다.


피해 교사들이 집계한 A군 등의 불법 촬영 횟수. JTBC 방송 캡처

이후 B씨는 학교 측에 이 사실을 알렸고, A군은 범행을 시인했다. A군은 평소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학생이었기에 그의 범행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B씨를 비롯한 피해 교사들은 "(A군이) 성실함을 미끼로 다가와 충격과 배신감이 크다"라며 "교사의 선행을 악용해 범죄를 저질렀다. 항상 솔선수범하던 모습도 사실 촬영을 위한 접근이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A군은 불법 촬영을 하기 위해 또래 학생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A군이 교사에게 질문하는 척 시선을 끌면, 공범인 학생이 몰래 다가가 불법 촬영을 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피해 교사 C씨는 "영상을 보면 얘네는 팀플레이로 교사들을 불법 촬영했다"라며 "놀이처럼 찍은 영상도 있었고, A군은 퇴근 후 교무실로 들어와 책상을 뒤져 교사들의 생리대까지 찍어갔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을 경찰에 신고했으며, 강제 전학 및 특별 교육 20시간 처분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A군은 이미 'SKY 대학' 중 한 곳에 합격한 상태로 등록도 마쳤으며, 공범 중 1명도 수시에 합격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정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들은 매체에 "가해 학생들이 강제 전학을 가더라도 겨울방학을 보내고 졸업한 뒤 대학에 들어가면 모든 게 끝 아닌가"라며 "주동자 격의 학생은 아무 불이익도 받지 않고 명문대에 진학하는데,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제 졸업장을 받고 입학하면 그만"이라며 "이런 처벌로는 재발 방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사건반장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사과 및 반성의 기미가 없었으며, 학교 측에선 학부모들의 '직접 사과'를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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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아니었다…압도적 볼거리로 CES 2025 시선 훔친 델타항공
수정 2025.01.09 11:22입력 2025.01.09 02:42

델타항공, 명물 공연장 '스피어'에서 기조연설로 호평
1만8000명이 참석해 첨단 기술 경험해
항공사가 기술과 만나 이미지 쇄신 성공

미국 항공사 델타가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루 전 열렸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키노트가 순례자들의 행진을 연상하게 했다면 델타는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항공의 변화를 첨단 기술을 이용해 파티처럼 느끼고 즐기도록 해 호평을 받았다.


AFP연합뉴스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델타의 키노트를 보기 위해 사전에 입장권을 배부받은 이들이 줄지어 '스피어'로 향했다. 이미 스피어의 외부에는 델타의 항공기가 날아다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었다. 스피어는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공 모양의 공연장이다. 설립 100주년을 기념해 U2, 이글스와 같은 슈퍼스타가 공연하는 장소를 키노트 현장으로 정한 델타의 선택은 옳았다. 스피어에서 최초로 열리는 키노트에 대한 궁금증이 CES 참가자들을 자극한 것이다.


델타는 이 공연장을 마치 항공기에 탑승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운영했다. 공연장 내부 매점에서는 무료로 기내식과 음료를 나눠줬다. 곳곳에서는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기장과 승무원 복장을 한 이들이 참가자들을 안내했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 항공 최고경영자가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스피어'에서 열린 CES 2025 키노트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이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투영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CES 주최 측도 이번 행사가 스피어에서 열리는 최초의 키노트임을 강조하며 흥행을 자극했다. 마침내 키노트가 시작되고 에드 바스티안 델타 CEO가 무대에 등장했다. 연설 중간중간 스피어의 내부를 모두 보여주는 화면이 수시로 바뀌며 참가자들의 몰입도를 끌어 올렸다. 키노트 진행 과정에서 일부 기술적 오류도 있었지만 크게 흠잡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공연장 '스피어'의 외부에 델타 항공의 비행기가 비행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연설 내내 스피어의 세계 최대 규모 LED 스크린을 통해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나오는 모습, 실제 항공기가 이륙하는 것과 같은 시뮬레이션, 디지털 불꽃놀이까지 연신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델타의 항공기가 격납고에서 나오는 장면이 초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연출되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키노트가 끝난 후에는 유명 가수 겸 기타리스트 레니 크래비츠가 화려한 공연을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크래비츠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유흥을 즐기는 듯한 경험을 했다.

행사가 끝난 후 만난 한 기자는 "내용을 떠나 행사 자체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황 CEO의 키노트가 기술에 대한 것이었다면 델타는 감성에 대한 호소로 호평을 받은 것이다.


7일 라스베이거스의 명물 공연장 '스피어'에서 열린 델타 항공의 키노트가 끝난 후 등장한 가수 겸 기타리스트 레니 크래비츠의 공연 모습이 마치 녹음실에 있는 듯한 장면으로 선보이고 있다. 사진=백종민 기자

이날 델타는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앱)에 인공지능(AI) 비서 기능을 통합할 것이라고 예고했고 유튜브와의 협업을 통한 기내 엔터테인먼트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차량공유업체 우버와는 택시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이용 시 마일리지를 적립하는 제휴도 공개했다. 항공기 여행을 위해 집에서부터 공항까지 전기수직이착륙 비행기(eVTOL) 제조사인 조비에비에이션의 비행기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에어버스와의 협업을 통해 항공기 개발 기술은 물론 지속가능성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날 행사를 통해 델타가 항공 혁신 분야에서 선도적인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 내용이 실제로 구현될지는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에드 바스티안 델타 CEO는 "우리의 일은 사람들을 수송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 1만8000여명은 바스티안의 언급을 뇌리에 남긴 채 CES 첫날을 마무리했다. 적잖은 여운이 남은 밤이었다.




라스베이거스(미국)=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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