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이 화 키웠다"…전문가들 지적

수정 2024.12.30 15:29입력 2024.12.30 10:01

흙으로 쌓은 둔덕 속 콘크리트 구조물
여객기와 부딪치며 폭발 이어졌단 관측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
"저런 구조물이 거기에 있으면 안돼"
"세계 어디서도 본적 없다"…전문가 지적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류품을 탐색하고 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둔덕과 충돌, 탑승객 178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이 "둔덕이 사고를 키웠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이들은 "여객기가 외벽에 닿기 전 둔덕에 부딪히며 폭발이 일어났다"며 "특히 둔덕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화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항공기 착륙을 돕기 위한 둔덕은 통상 충돌 시 부서지기 쉬운 구조물로 만들지만, 무안공항은 콘크리트 구조물 위에 흙벽을 쌓아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30일(한국시간) 영국 공군 출신 항공 전문가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안공항 둔덕 설치는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는 "비행기는 착륙 당시 시속 200마일(321㎞)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활주로를 미끄러지며 이탈했는데 이때까지도 기체 손상은 거의 없었다. 이 둔덕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종사가 처했던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한 한 최상의 착륙을 했다고 본다"며 "착륙 활주가 끝날 무렵 기체엔 큰 손상이 없었고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런데 항공기가 둔덕에 부딪혀 불이 나면서 탑승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가 언급한 둔덕은 로컬라이저 안테나(항공기 착륙을 유도하는 시설)가 설치된 구조물을 의미한다. 로컬라이저는 보통 활주로와 같은 높이에 설치되지만, 무안공항에선 흙더미 위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됐다. 데이비드는 "저런 구조물이 거기 있어서는 안 된다"며 "로컬라이저 안테나는 원래 있어야 할 위치에 있지만 저렇게 단단한 구조물 안에 박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둔덕 너머는 평평한 지형이다. 항공기가 조금 더 달려가면서 속도를 줄여 멈출 만한 공간은 충분했고 그렇게만 됐다면 모두 살아남았을 것"이라며 "활주로와 불과 200m 거리에 저런 둔덕이 있다는 건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29일 서울 강서구 제주항공 서울지사 모습.

우크라이나 출신 파일럿 데니스 다비도프 역시 이번 참사 원인으로 둔덕을 지적했다. 데니스는 사고 여객기와 같은 기종인 보잉 737을 운행 중이다. 데니스는 29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로컬라이저가 달린 벽이 보이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크다. 누가 디자인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과하다. 왜 활주로 끝에 저런 게 필요하냐"고 의아해했다. 그는 항공기가 공항을 이탈, 주변 민가를 덮칠 것을 우려해 둔덕을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공항엔 외벽도 있고, 민가 역시 활주로와 거리가 멀다며 "둔덕을 설치하지 않았어도 항공기는 공항을 이탈하기 전 이미 멈췄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예규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 제25조에 따르면 로컬라이저 안테나 등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공항 장비와 설치물의 종류는 항공기가 충돌했을 때 최소한의 손상만을 입히도록 돼 있다. 평시 구조적 통합성과 견고성을 유지하다, 그 이상의 충격이 가해지면 항공기에 최소한의 위험만을 가하면서 파손·변형·구부러지게끔 설치해야 한다. 또 이를 지원하는 시설은 부러지기 쉬운 장착대에 장착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 착륙을 돕기 위한 역할을 하는 계기착륙시스템 일부로 사용되는 항공 항법 장비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날 무안공항 사고 브리핑을 통해 "항공기 동체가 로컬라이저에 부딪힌 이후 벽면에 닿아 폭발했다"고 설명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조국당, '참사 애도' 尹에 "입 닫고 수사나 제대로 받으라"
수정 2024.12.31 06:09입력 2024.12.30 16:20

혁신당, 참사 수습 대책위원회 구성
"사고 수습·추모 최우선 순위에 둘 것"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尹, 실소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애도의 메시지를 전한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윤 대통령을 향해 "수사나 제대로 받으라"며 일침을 가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30일 전남 무안 혁신당 전남도당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수습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유가족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이번 일주일을 추모 기간으로 정하고 사고 수습과 추모를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참사 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혁신당도 노고에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원장은 황운하 원내대표가 맡는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가운데)이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에 대해 "가용한 자원 모두 동원해 구조에 최선 다해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현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김 권한대행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와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식당 등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코로나19 사태에 준하는 지원책이 시행돼야 한다. 정부는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김 권한대행은 윤석열 대통령이 제주항공 참사에 대한 애도 게시물을 올린 일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글을 게재한 날은 공수처의 세 번째 소환 통보에 불응한 바로 그날이었다. 그 입 닫고 수사나 제대로 받으라"며 "윤석열과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당시 검은 리본에 '근조' 글자도 못쓰게 했다.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말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무안공항에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게재한 바 있다. 이어 "정부에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 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는 29일 오전 9시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 등 이착륙에 필요한 장치)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 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외벽과 충돌했다. 이후 항공기가 반파되고 화재가 일어나 기체 대부분이 화염에 휩싸였다. 여객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탑승했으며 소방청 집계 결과 사망자는 179명, 구조자는 2명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고로 남게 됐다.




정예원 인턴기자 ywj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장녀처럼 궂은일 다한 막내…가슴 찢어져" 유가족들, 그리운 이름 부르며 '통곡'
수정 2025.07.28 09:42입력 2024.12.30 10:20

“가슴이 찢어진다. 실컷 고생만 하다가…”
사망자 140명 신원 확인…시신 165구 안치
국토부, 탑승자 가족 대상 브리핑…활주로 보존

“무슨 말을 해요. 가슴이 찢어지지. 곱게 키워왔는데…”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로 179명이 사망한 가운데 140명의 신원이 잠정 확인됐다. 이 가운데 공항 곳곳에는 유족들이 떠난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흐느꼈다.


30일 오전 8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 로비. 유가족들은 정부와 각종 구호단체 등이 만들어놓은 임시 쉼터에서 떠나간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일부 가족들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시종일관 TV 중계화면만을 향하고 있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사고 사망자 140명의 신원이 잠정 확인된 가운데 전남 무안공항 곳곳에서는 유족들이 떠난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하염없이 흐느끼고 있다. 송보현 기자

사고 난 여객기 안에 여동생과 매제가 탑승했다는 박모 씨는 “제 동생은 막내였지만, 장녀처럼 집안의 궂은 일을 다하는 그런 아이였다”면서 “가슴이 찢어진다. 실컷 고생만 하다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보도 이후 뜬 눈으로 밤새 한숨도 못 잔 유가족은 말없이 한참을 흐느꼈다. 그는 “시간이 멈춘 것 같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아무런 설명도 없이 남편이 떠났다”며 목놓아 울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임시 쉼터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녔다. 맨바닥에 앉아 고개를 숙인 유가족을 일으켜 세웠다. 수년간 자원봉사를 했다는 김모 씨는 “‘힘내’라는 말 자체도 사치인 걸 잘 안다”며 “그저 가만히 이야기를 듣거나 함께 운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에 열리는 합동분향소 자원봉사에 참여한다는 한 시민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올해의 마지막 날과 새해의 첫날 봉사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나눠지지 않을 아픔을 먼발치에서 애도하겠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 대상 브리핑을 열고 "오전 7시 25분 현재 140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송보현 기자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무안공항 청사에서 탑승자 가족 대상 브리핑을 열고 "오전 7시 25분 현재 140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국토부 등 사고 수습 당국은 "임시 안치소에 모신 인원은 현재까지 165명"이라며 "수사기관의 검시 등을 마쳐 시신 인도 준비가 끝났을 때 가족들에게 추가 연락을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제주항공 사고기 탑승자 181명 중 생존자는 승무원 2명뿐이다. 당국은 사망자 신원 확인과 유해 수습을 밤새 이어가고 있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로 안치했으며, 보존을 위한 냉동설비도 마련하고 있다. 국토부 현장 책임자인 이진철 부산지방항공청장은 "이날 오후 2시까지 냉동고 6대를 설치할 계획으로, 총 11대로 수용량을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안공항 활주로 현장에서는 유류품 수습도 병행되고 있으며, 국토부 등의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현장은 당분간 보존된다.


한편,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 2216편은 전날 오전 9시 3분께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로 비상착륙을 시도하던 중 기체가 외벽에 부딪히면서 폭발했다. 사고가 난 기종은 B737-800으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81명이 타고 있었으나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