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호경) 이날 오전 10시부터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명씨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해 12월 경남선관위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를 고발하고, 김 전 의원과 명씨를 수사의뢰한 사건과 관련해 지난 2월 수사과에서 명씨를 불러 조사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이날 지팡이를 짚고 김소연 변호사와 함께 창원지검에 출석한 명씨는 김건희 여사와의 관계나 공천 개입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서 질문하지 않겠느냐. 조사를 마치고 나와서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추가 폭로할 예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저는 폭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공천 대가성으로 돈 받은 사실도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한마디만 하겠다. 검찰이 계속 인원이 추가되죠. 계좌추적팀도 왔다고 하고. 돈의 흐름을 추적하면 이 사건은 금방 해결이 된다"며 "저는 단돈 1원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명씨가 검찰 청사로 들어간 뒤 김 변호사는 "제2의 윤지오인 강혜경이 본인의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 숨 쉬는 것 빼고는 전부 거짓말을 하며 여러분을 피곤하게 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명씨가 김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반 국민이 지역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일꾼으로 국회의원 후보를 추천하는 건 대통령이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아무 직함도 없는 일반 국민이 하는 말을 경청하고 귀담아 들어주신 윤 대통령 부부가 참 훌륭하신 분이라고 명씨가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을 듣고 따랐다는 건 아니다"며 "그냥 미담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검찰은 먼저 명씨를 상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이후 같은 해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5회에 걸쳐 명씨에게 송금한 9031만여원의 성격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명씨와 김 전 의원은 강씨와의 개인적인 채무관계라는 입장이지만, 강씨는 대선 때 여론조사로 윤석열 대통령을 도와준 명씨가 김건희 여사를 통해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도와준 대가라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3억75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들여 81회에 걸친 여론조사를 실시해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영남지역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A씨와 국민의힘 광역의원 예비후보 B씨 등 2명으로부터 공천을 미끼로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검사 6명을 파견받아 11명의 검사로 수사팀을 확대한 검찰은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김 전 의원을 소환해 조사한 데 이어 지난 6일 강씨를 소환해 8번째 조사를 마쳤다. 세 사람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강씨는 명씨와의 대질조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김 전 의원과 명씨가 거짓 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검찰 소환을 하루 앞둔 전날 명씨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직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의 경솔한 언행 때문에 공개된 녹취 내용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또 그는 "녹취를 폭로한 강씨는 의붓아버지 병원비 명목으로 2000만원을 요구했고, 운전기사 김씨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요구하며 협박했습니다"라고 강씨를 저격했다. 명씨가 언급한 김씨는 그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한국연구소의 등기부상 대표로 지난달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명씨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은 만큼 검찰은 이날에 이어 9일 한 차례 더 명씨를 불러 조사한 뒤 명씨의 신병확보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명씨가 스스로 증거인멸을 시도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는 데다가, 실제 자신의 휴대전화를 처남에게 맡겨 폐기를 부탁한 정황까지 드러난 만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날 윤 대통령이 "명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또 감출 것도 없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이 명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중국이 한시적으로 한국을 비자 면제 국가에 포함시키면서 한중 관계에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한국을 포함한 9개국에 대해 한시적 비자 면제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비자를 면제한 것은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중국의 비자 면제 국가는 모두 29개국으로 늘었다.
8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한국인은 비즈니스, 관광, 친지 방문, 환승 목적 등으로 중국을 방문할 경우 최대 15일간 무비자 체류 가능하다. 한국을 비롯해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등 9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유일한 대상국으로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다만 무비자 입국이라고 해서 모든 절차가 간소화된 것은 아니다. 한국대사관이 발표한 유의사항에 따르면, 입국 목적과 체류 기간에 대한 명확한 소명이 필요하며, 귀국 항공권 또는 제3국행 항공권, 숙소 예약 정보, 현지 지인 연락처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특히 '주숙 등기'라는 임시 거주 등록 제도를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중국 도착 후 24시간 이내에 이 등록을 완료해야 하는데, 호텔 투숙객의 경우 호텔 측에서 자동으로 처리해주지만, 개인 주택이나 친지 집에 머무는 경우에는 반드시 관할 파출소에 등록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강화된 반간첩법이다. 2023년 7월부터 시행된 반간첩법 개정안은 올해 7월부터 더욱 구체화된 집행 절차를 포함하고 있다. 중국 국가안보 관련 자료의 검색이나 촬영, 군사시설과 주요 국가기관 인근 지역 촬영, 시위 현장 촬영 및 참여, 허가받지 않은 종교 포교 활동 등이 모두 규제 대상이 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이 법이 중국 당국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2월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던 삼성전자 근무 경력의 한국인이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연행돼 올해 5월 구속된 사례가 있다.
무비자 결정의 의미와 전망
중국이 한국을 비자 면제 국가에 포함시킨 것은 복합적인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우선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5%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해 관광산업 활성화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관광업계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구매력 있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가 필수적이며, 한국은 지리적 근접성과 높은 구매력을 갖춘 최적의 관광객 송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외교적으로는 중국을 압박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인이 집권 2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다. 특히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과 맞물려 이번 조치의 의미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비자 면제 발표 이후 여행업계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여행사인 모두투어는 발표 이틀 만에 중국행 예약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중국 5개 노선에 대해 편도 6만원대 전후의 특가 항공권을 판매하고 있으며, 대한항공은 12월부터 인천-푸저우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부산-칭다오 노선도 4년 만에 재개하기로 했다.
한국의 여권 파워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 여권으로 비자 없이 입국 가능한 국가는 191개로, 세계 공동 3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인 싱가포르(195개국)와 2위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192개국)을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은 한국 게임의 판호 발급 재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번 비자면제 조치가 일방적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국이 한국에 대한 상호 비자 면제를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인의 한국 입국 시에는 여전히 비자가 필요한 상황으로, 불법체류자 증가 우려 등으로 인해 한국의 중국인 무비자 입국 허용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양국 관계 개선의 긍정적 신호가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반간첩법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마예나 기자 sw93y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