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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로 발령 나서 집 보러 왔는데요"…'2030 임장 크루'에 골머리

수정 2024.10.07 13:09입력 2024.10.07 07:00

투자 인기에 임장 크루 성행
실거주 콘셉트 임장 노하우 공유
투자 정보 목적으로 중개소 방문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임장 스터디가 인기를 끌면서 부동산 중개업계가 청년 임장족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실제 매수 의향이 있는 실수요자가 아닌 경험을 쌓을 목적으로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는 일명 '임장 크루'다. 임장 크루가 늘면서 일부 부동산의 경우 중개업무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일 아시아경제 취재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이른바 '실거주 콘셉트 전화 임장'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의 아파트 구입 열망이 거세지면서 온라인상에서는 임장 스터디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카카오톡 그룹 채팅에는 임장 스터디 오픈채팅방 370여개가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일부 방은 1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임장 크루가 늘어난 배경에는 청년들의 부동산 투자 열풍이 원인으로 자리한다. 한국부동산원의 연령대별 전국 아파트 매입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체의 29.2%에 불과했던 2030세대 아파트 매입 비중은 올해 1분기 35.2%로 치솟았다.


기사 내용이랑 연관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거주 콘셉트'란 실제 부동산을 매수해 거주할 의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해 부동산중개소를 방문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공인중개사가 실수요자에 한해 매물 정보를 자세히 설명해준다는 점을 노려 전화로 정보를 얻어내는 수법이다.

임장 노하우 글을 게시한 한 작성자는 공인중개사를 속이기 위해 이사 날짜와 보유 예산 등을 미리 시나리오로 만들 것을 권유했다. 해당 작성자는 "완벽하게 속이려면 이사 날짜와 예산, 대출 가능 여부 등을 미리 정해둬야 한다"며 "매도자 콘셉트로 접근할 때는 실제 그 동네에 사는 것처럼 감정이입이 필요하다"고 정보를 공유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특정 지역의 투자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해당 동네로 회사 발령을 앞두고 있다'는 등의 핑계를 댈 것을 공유하기도 했다.


더욱이 임장 크루가 전화뿐만 아니라 부동산중개소에 현장 방문하면서 공인중개사들은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A씨는 "몇 년 사이 젊은 청년들이 삼삼오오 투자 모임을 꾸려서 방문하는 횟수가 늘었다"며 "말로는 매수 의향이 있다고 하지만 실컷 매물과 동네 상황을 설명해주면 노트에 열심히 받아적고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서울 노원구에서 부동산중개소를 운영하는 B씨도 "당장 구매할 계획 없이 오로지 투자 목적으로 방문한 것처럼 보이는 젊은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도 "우리도 시간을 들여 집을 보여주는 건데 이런 고객을 만나면 몹시 진이 빠진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공인중개사의 무상 매물 중개를 악용하는 행위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중개사가 고객에게 매물을 소개할 때 출장비나 교통비 등을 받지만 한국의 중개사는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며 "덕분에 부동산중개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최근에는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로 인해 중개사들이 고충을 겪곤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전쟁나면 귀국해 총 들었는데"…이스라엘 인재 수만명 '조용한 탈출'
수정 2024.10.07 15:17입력 2024.10.07 15:17

지난해 고급 인재 3~4만명 순유출 전망
"군사적 위험 안 줄면…상류층 빠져나가"

이스라엘 하이테크 산업의 원동력인 '인재'가 미국, 유럽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 이후 중동 여러 지역으로 전선이 확장되자, 이스라엘의 테크 엘리트들이 자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모양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엘리트들이 '조용한 출국'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1년간 이어진 하마스와의 전쟁에 이어, 헤즈볼라 등 다른 무장 테러 조직과도 분쟁이 확산하면서 이스라엘 경제에 멍에가 씌워진 셈이다.


특히 하마스가 납치해 간 인질 송환과 관련한 진전이 없다는 것도 불안한 점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아론 차카노베르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 교수는 "인질이 송환되지 않으면 그동안 이스라엘 사회를 지탱해 온 기본적인 사회 계약이 무너진다"며 "국가 전체에 재앙적인 결과르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멜라녹스 직원들과 만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미지출처=엔비디아]

실제 '가디언'은 홍보 컨설팅, 약국 등을 운영하던 세 자녀의 아버지 노암씨가 고향을 등지고 유럽으로 이주를 결심한 사례를 소개하며 "주된 이유는 자녀를 위한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 또한 지난해 3~4만명의 인재가 순유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이스라엘에는 인재 유출과 관련한 공식 통계가 없지만, 산업계에서 체감 중인 두뇌 유출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차카ㅗ베르 교수는 "우리는 이를 '조용한 출국'이라 칭한다"며 "비행기에 직접 타기 전까지 (인재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군용 차량들이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인접 지역에 집결해 있다. [이미지출처=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중앙통계국 자료를 보면, 이스라엘의 국가 총생산(GDP)은 올해 2분기 -0.3%를 기록해 역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전쟁 전 이스라엘의 2024년 경제 성장률을 3.4%로 전망했다가, 전쟁 후 1.6%로 대폭 하향했다.


아랍 국가들과의 거듭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이스라엘이 경제 부흥을 일궈낸 건 반도체, 의료, IT 등 테크 분야 덕분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은 북부 최대 도시 '하이파'를 중심으로 이뤄진 IT 산업 센터 '실리콘 와디'에 무수한 빅테크 기업들을 유치했는데, 만일 테크 분야 인재들이 나라를 빠져나가면 해외 대기업도 투자를 지속할 요인이 없어진다.


이와 관련, 우리 람 네게브벤구리온대 사회인류학 교수는 매체에 "(이스라엘의) 군사적 위험이 줄지 않고, 계속해서 국가가 포퓰리즘적 독재로 전환하면 두뇌 유출은 심각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상류 중산층은 자녀를 더욱 해외로 보내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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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370명 몰렸다…5분 만에 사망 '안락사 캡슐' 첫 가동 그후
수정 2024.10.07 15:04입력 2024.10.07 10:11

한 달 새 371건 신청 몰려…접수는 중단
스위스 당국, 캡슐 사용 관여자 신병 확보
"안전·화학물질 사용 기준 미충족한 제품"

캡슐 안에 들어가 버튼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한다는 '안락사 캡슐'이 처음 공개된 뒤 한 달간 신청 건수가 370건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캡슐 제조사는 현재 신청 접수 절차를 중단한 상태다. 해당 캡슐이 스위스 현행법을 위반했다는 정황이 나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탓이다.


AP뉴스 등 외신은 7일(현지시간) 일명 '안락사 캡슐'을 스위스에 도입한 조력 자살 업체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의 플로리안 윌렛 사장이 재판 전 구금 상태에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안락사 캡슐의 이름은 '사르코(Sarco)'다. 이 기계는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조력 자살 옹호 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에서 개발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하는 기기로, 더 라스트 리조트는 해당 기기를 스위스로 수입해 운영하기로 했다. 해당 기기는 지난달 23일 샤프하우젠주 한 숲속 오두막집에서 처음 가동됐으며, 최초 지원자인 64세 미국인 여성이 캡슐 안에서 사망했다.


앞서 조력자살과 안락사의 합법화를 옹호하는 국제 비영리 단체 '엑시트 인터내셔널' 설립자인 호주 출신의 필립 니슈케 의학박사는 2017년 네덜란드 디자이너와 함께 3D 프린터로 '죽음의 캡슐'이라 불리는 사르코를 만들었다. [사진출처=AP·연합뉴스]

문제는 당시 기계의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가동됐다는 것이다. 제보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사르코 사용에 관여한 기업 관계자의 신병을 확보했고, 이후 해당 지역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대상으로 형사소송 절차를 밟았다.

업체 측은 6일 성명을 내고 "현재 스위스에서 사르코 사용을 '신청 중'인 사람은 371명"이라며 "사르코의 첫 가동 이후 신청 접수 절차는 중단됐다"고 밝혔다.


사르코 캡슐은 엑시트 인터내셔널 설립자 필립 니슈케 박사가 만들었다고 한다. 3D 프린터로 제작됐으며 개발 비용은 100만달러(약 13억4400만원) 넘게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캡슐 안에는 사람 한 명이 누울 수 있는 등받이 의자가 마련돼 있으며, 의자에 앉은 희망자가 버튼을 누르면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밀폐된 캡슐 안에서 질소 가스가 분사되고, 캡슐 안의 희망자는 잠든 상태로 수 분 안에 사망한다.


엑시트 인터내셔널은 이런 죽음이 "평화롭고, 빠르고, 품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어디까지나 기업과 단체 측의 주장일 뿐 실제 희망자가 어떤 환경에서 죽어가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조력 자살을 허용하는 스위스에서 사르코가 불법인 이유는 해당 기계의 안전 요건 미충족 및 화학물질 관련 규제 위반 가능성 때문이다. 엘리자베트 바우메-슈나이더 스위스 내무부 장관은 "사르코 캡슐은 현행법을 준수하지 않았는데, 첫째로 제품 안전법의 요건을 충족 못 했으므로 시장에 출시할 수 없었으며, 둘째로 질소의 사용은 화학 물질법의 목적 조항과 양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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