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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빅5 도약]韓, 日 제치고 '수출 5위' 진입 힘받는다

수정 2024.06.20 13:37입력 2024.06.20 11:38

올 목표 7000억달러
일본과의 수출 격차 지속 줄어
현재 7위서 2단계 상승 청신호

수출이 올해 들어 10%의 증가세를 보이며 한국 경제 성장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추세라면 연간 목표치인 7000억달러 달성은 물론 일본을 제치고 세계 수출 5위 국가로의 도약도 가능할 전망이다.


20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수출액은 1637억달러로, 이탈리아(1683억달러·6위)에 이어 세계 국가 중 7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수출 빅5(중국·미국·독일·네덜란드·일본)는 2008년 네덜란드가 5위로 진입한 이후 소폭의 순위 변동만 있을 뿐 국가 구성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독일은 2009년 중국에 최대 수출국 지위를 내줬고, 2010년엔 미국에도 추월당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 순으로 수출 빅5가 형성돼 있다. 한국은 2008년 12위에서 2010년 7위로 올라선 뒤 2015년 처음으로 6위를 기록했다. 최근엔 6~8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일본은 2019년 네덜란드에 추월당하며 2019년부터 5위를 기록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3년간 수출액이 매년 7000억달러를 넘겼고, 한국은 올해 70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수출 빅5 진입은 도전적 목표"라며 "다만 자동차와 선박,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이 고른 호조세를, 특히 반도체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수출 빅5 진입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액 격차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지난해 일본 수출액은 7173억달러로 한국보다 851억달러를 더 수출했다. 이 차이는 올 1~3월 48억달러에서 최근(1~5월) 23억달러로 좁혀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수출 실적으로 일본을 따라잡거나 능가하는 상황이면 산업계나 국민들이 다시 고삐를 다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여기까지 와 있나'를 자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기업들은 투자를 하며 장기 미래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수출은 국가 위상 제고는 물론 실질적인 경제 성장에 미치는 효과도 크다. 지난해 수출은 6322억달러로 전년 대비 7.5% 감소했지만,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발표한 '수출의 국민경제 기여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높은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했다. 조의윤 무협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한국 수출은 국민경제의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국내 경제 성장을 주도했다"며 "수출재화 고부가가치화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산업 육성 등 수출의 경제 파급효과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실질경제성장률 1.36% 중 수출기여도는 1.17%포인트다. 전체 경제성장의 86.1%를 수출이 담당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 비중도 지난해 35.7%로 2020년(34.7%)보다 1.0%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대 들어 최고치다. 수출의 부가가치유발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6.7%로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7.5% 줄었지만 수출 물량은 1.4% 늘었다. 조 연구원은 "수출액이 감소했으나 수출의 경제성장 기여가 높게 나타난 것은 수출 물량의 견고한 증가와 경제파급 효과가 큰 품목의 수출 증가에 기인한다"며 "자동차·일반목적용 기계 등 부가가치 및 취업 유발 효과가 큰 수출이 호조를 보이며 반도체 부진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증가세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 1분기 GDP 성장률 1.3%에서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0.8%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이는 점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을 2.1%에서 2.5%로 올리며 "성장률 전망 상향의 4분의 3은 순수출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기존 예상보다 수출은 좋았고, 수입은 줄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8개월째 증가세를 보인 한국 수출 호조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올해 1~5월 전체 수출액은 2777억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9% 늘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5월까지 누적 523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2.5% 증가했다. 5월 자동차 수출은 역대 1위에 해당하는 308억달러를, 선박도 15대 품목 중 가장 높은 수준인 54% 증가하며 102억달러를 기록하며 한국 수출의 우상향 흐름을 이끌었다. 무역수지도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가며 323억달러 흑자 규모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5월 669억달러 적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들어 1000억달러 가까이 개선 흐름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6월에도 수출 증가세와 무역흑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개월 연속 수출 플러스와 13개월 연속 무역흑자 달성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산업부는 연말까지 이 같은 호조세를 이어가기 위해 모든 가용한 역량을 집중해 민관 원팀으로 총력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수출 추가지원방안을 통해 올해 정책금융기관의 수출금융 규모를 5조원 확대해 총 365조원을 공급하고, 5대 시중은행의 수출 우대상품도 2조원 확대하는 등 총 7조원의 수출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나프타·액화석유가스(LPG) 및 나프타·LPG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0% 적용한다. 또 수출현장 지원단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기업의 현장 애로를 즉각 해소해 나가기로 했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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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폭탄 들고 왔냐던 주민들, 이젠 고맙다고" 국내 1호 그린수소 실증 현장 가보니[르포]
수정 2024.06.21 08:23입력 2024.06.20 12:23

행원 풍력발전 단지서 만든 전기로
물 분해해 그린 수소 생산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서 상용화
제주 2035년까지 그린수소 6만t 생산
연내 수소버스 20대 등 추가 도입

지난 19일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들어서자 커다란 풍력 발전기 여러 대가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힘차게 돌고 있었다.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진 스폿으로 잘 알려진 행원리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이곳에서 운영하는 3.3(MW)급 그린 수소 생산시설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린 수소를 생산, 상용화에 성공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제주 함덕 그린수소 충전소에 설치돼 있는 수소 압축기와 저장탱크. 이곳에서 200바(bar)의 수소가 두 단계에 걸쳐 900바로 압축돼 수소 차량에 충전된다. 사진=강희종 기자

행원리 그린 수소 생산시설은 인근 행원 풍력발전 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탄소는 전혀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린 수소'라고 불린다.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만드는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별도 포집 공정이 필요하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수전해 설비는 국내 기업인 수소에너젠(1MW급 알카라인 방식 2기), 한국가스공사(1MW급 고분자전해질 방식 1기), 두산에너빌리티(0.3MW급 고분자 전해질막 방식 1기)가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하루 최대 1.2t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SK E&S와 미국 플러그파워의 합작사인 SK플러그하이버스로부터 고분자 전해질막(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를 공급받았다. PEM 설비는 미국 플러그파워의 것을 들여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PEM 설비는 국내 기업인 엘켐텍, 선보가 함께 개발한 것이다.

제주 함덕 그린수소충전소 현정헌 소장이 수소버스에 수소를 충전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이날 가동하지 않고 있던 두산의 PEM 장비와 수소에너젠의 알카라인 장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강병찬 청정수소운영부장은 "PEM 방식은 알라카인과 비교해 장비 크기가 작아 효율적이지만 비싸고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반면, 알카라인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고 기술 성숙도가 높아 일장일단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수소 생태계에서 한국은 수소연료전지 등 수소 활용 분야는 앞서 있지만 수소 생산에서는 뒤처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 그린 수소 생산 시설은 실제 운용 경험을 통해 국내 수전해 기술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실증 시설이다.


특히 이 시설은 국내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상용화까지 성공한 첫 사례라는 데서 의미가 있다. 제주도에서는 지난해 10월23일 이곳에서 만든 그린 수소로 운행하는 수소 버스를 처음 상용 운전했다. 이전에 제주 한라 상명 풍력단지에서 그린 수소를 생산한 적이 있지만 상용화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3.3MW급 그린수소 생산 시설의 모습. 사진=강희종기자

실제 행원에서 생산한 그린 수소는 200바(bar·1bar=10만 파스칼)로 압축해 튜브 트레일러에 실려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함덕 그린 수소충전소로 옮겨진다. 함덕 충전소는 지난해 10월 수소 버스 상용 운전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다. 함덕에 수소 충전소가 들어선다고 하자 처음엔 주민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설명회 등을 통해 수소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고윤성 미래성장과장은 "버스 노선과 유동 인구 등을 고려해 함덕에 첫 그린 수소 충전소를 건립하게 됐다"며 "처음 주민 설명회를 할 때만 해도 '왜 폭탄을 우리 마을에 들고 오느냐'며 반대하는 분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린 수소충전소가 들어오며 마을 주변이 정비되고 교통이 개선되면서 관광객이 유입하는 등의 부수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행원에서 튜브 트레일러로 이동한 그린 수소는 함덕에서 900바로 다시 압축한 뒤 수소 버스 등 차량으로 충전한다. 수소 버스 한대당 약 30분, 넥쏘 승용차는 약 5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있는 그린수소 생산시설에 생산된 그린수소가 튜브 트레일러에 압축 저장돼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수소 탱크와 압축기가 설치돼 있는 공간은 3중 4중의 안전장치가 있다. 현정헌 함덕 충전소 소장은 "천장에는 가스감지기, 수소불꽃감지기, 초음파감지기가 설치돼 있어 누수를 즉각 탐지할 수 있도록 했다"며 "온도가 올라가거나 이상 압력이 감지되면 자동제어시스템을 통해 모든 설비를 셧다운할 수 있도록 자동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 5월 203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보다 15년 앞선 것이다. 그린 수소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함께 제주 탄소중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2035년까지 연간 6만t의 그린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대부분은 발전 용도로 사용될 예정이다. 제주에는 현재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이 LNG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우선 수소 혼소(혼합 연소) 발전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소 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제주가 올해 도입할 암롤 방식의 현대차의 수소 청소차가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이 열린 제주컨벤션센터에 전시돼 있다. 사진=강희종기자

수소 버스의 경우 현재 제주도에 5대가 운영 중인데 연내 20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제주는 올해 암롤 방식의 수소 청소차도 처음 도입한다. 수소 충전 인프라도 확대한다. 제주도는 하이스원, 천마 컨소시엄 등 민간과 함께 애월, 한림, 화북동에 수소 충전소 3곳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도두동에 이동식 충전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제주도가 도입 예정인 이동식 수소 충전소가 '2024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이 열린 제주컨벤션센터에 전시돼 있는 모습. 사진=강희종기자

앞으로 남겨진 과제는 경제성 확보다. 지금은 실증 단계여서 그린 수소충전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고윤성 과장은 "9월까지 그린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분석해 요금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초기에는 아무래도 정부의 인센티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수소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내륙에서 수소 충전요금은 kg당 8800~1만500원 수준이다.




제주=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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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70%는 파산한대요"…로또의 저주 믿습니까? [궁금증연구소]
수정 2024.06.21 07:53입력 2024.06.20 09:15

800만분의 1 확률? 마음은 "반반"
저주의 출처는 대부분 패가망신 뉴스
파산한다 불행하다는 연구도 허점 많다
최근 연구들 "삶의 만족도 증가"
돈=행복 비례않지만 돈=편리함은 비례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대략 800만분의 1로 본다. 서울 인구가 900만명이니 서울 하늘에서 돌을 던져 맞을 확률이다. 2㎏짜리 쌀에 700만개 정도의 쌀알이 들어있으니 쌀을 다 풀어 놓고 그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다. 그만큼 당첨 확률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또를 사는 사람에게 마음속 당첨 확률은 50%다. 1등이 되냐 아니냐 이 차이밖에 없다. 누구나 로또를 사면서 1등에 됐을 경우를 그려본다. 토요일 저녁(로또 추첨일)까지 행복한 상상이다. 여러 상상 가운데 하나는 "나도 혹시 로또의 저주를 겪을까"이다. 로또의 저주는 당첨금을 흥청망청 쓰면서 탕진한다는 것, 거액의 당첨금 때문에 가족, 친척, 친구 등과 원수가 된다는 것, 결국 몸도 마음도 다 망가진다는 패가망신한다는 것 등이다.


로또의 저주, 로또에 당첨되면 패가망신한다는 설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왜 그럴까. 출처는 세 가지다. 첫째는 당첨자와 그 가족, 주변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다. 거액에 당첨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거나 투자를 잘해 부를 더 키웠다는 것은 주목되지도 않고 당사자들이 나서지 않아 뉴스에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 남의 불행은 뉴스 가치가 높다. 2016년 70대 노모가 40억원의 로또에 당첨된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지 않는다며 1인 시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돈에 눈이 먼 패륜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머니와 살 집을 사둔 상태였고 여동생들이 당첨금을 나눠달라며 갖은 협박과 무단침입까지 해 막장드라마를 보여줬다.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돼 역대 두 번째 242억원(실수령액 189억원) 에 당첨된 남성은 주식, 부동산, 투자 등에 손을 댔다가 5년 만에 모두 잃었다. 빚까지 지고 사기를 치다 뉴스에 나왔다. 사업 실패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 로또에 당첨된 친구의 로또를 들고 도망갔던 친구, 남편이 돈 주고 산 복권인데 신분증이 없는 남편 대신 당첨금을 수령한 아내가 돌변했다는 얘기도 있다.


두 번째는 통계와 연구다. 국내외에서 단골로 인용돼온 것 가운데 "복권당첨자의 70%가 당첨 후 수년 이내 파산했다"와 "복권당첨자가 사고를 당한 사람보다 덜 행복하다"는 것이다. 하나는 거짓이고 다른 하는 허점투성이다. 미국서 인용돼온 ‘70% 파산 통계’는 2001년 미국 금융교육기금(NEFE)이 주최한 한 심포지엄서 나온 말인데 누가 말했는지 출처도 신뢰도도 없는 미신이다. 1978년 복권당첨자와 사고 피해자를 비교한 연구도 각각 22명, 29명만 조사해 표본 자체가 작고 허점이 많다.


믿을 만한 연구 결과는 어떨까. 결론은 복권에 당첨되면 행복하다는 것이다. 2019년 워릭대학교와 취리히대학교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상당한 금액(수천 유로에서 수백만 유로)'에 당첨된 617가구를 분석했는데 복권 당첨이 당첨자의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첨금이 더 많을수록 긍정적인 효과가 컸다. 스톡홀름대학교와 스톡홀름경제대학교, 뉴욕대학교는 2020년 스웨덴 복권 당첨자 3000명을 대상으로 복권 당첨 후 5~22년 사이의 심리적 웰빙에 대해 조사했다. 앞서 연구와 마찬가지로 연구진은 "복권 당첨자는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경험했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되었으며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는 증거가 없음을 발견했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시민들이 로또 구매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구진은 또 당첨자가 사치로 부를 날려버렸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대신에 수년에 걸쳐 상금을 천천히 소비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부분은 직장을 그만두지 않았지만 일을 덜 하는 경향이 있었다. 복권 당첨 후 여가 시간이 더 많아지고 질도 높아졌으며, 이러한 여가 시간의 향상은 행복감 향상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권에 당첨되는 것은 대개 매우 좋은 일이다. 횡재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복권 당첨자의 이야기는 대부분의 당첨자 경험을 대표하지 않는다.


세번째는 무수한 학자들이 말하는 "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거나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맞는 얘기다. 돈이 많아도 불행할 수 있고 돈이 적어도 행복할 수 있다. 오직 돈만 좇는 인생도 문제다. 문제는 편리함의 차이다. 돈이 없으면 불편한 게 많고 고려할 것이 많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로또는 1등에 당첨돼도 평균 20억원 정도의 당청금을 기준으로 하면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사면 끝이다. 인생을 바꿀 만한, 아귀다툼을 벌이고 패가망신할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도 많은 사람이 로또를 사니 당첨금이 이월되지도 않는다. 정부 말처럼 로또를 사서 얻는 행복한 상상은 면역력이 높아진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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