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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불타오르네'…물냉면도 포켓몬빵도 크니까 재밌잖아

수정 2024.05.18 09:54입력 2024.05.18 09:00

펀슈머 트렌드 겨냥 초대형 상품 강화
식품업계, '거거익선' 점보 마케팅

식품업계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는 '펀슈머(Fun+Consumer·제품 구매로 재미를 추구하는 오락적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 제품보다 용량을 키운 초대형 상품으로 소비 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보는 재미와 이색 경험을 만족시키면서 일부 품목의 경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충족시켜 치솟는 외식물가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GS25 관계자가 초대형 콘셉트 '유어스세숫대야물냉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제공=GS25]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이 운영하는 삼립은 최근 빅사이즈 포켓몬빵 2탄으로 '거대해진 고오스 초코케익'을 출시했다. 기존 고오스 초코케익보다 중량 기준으로 다섯 배 큰 제품이다. 신제품에는 기존 띠부씰보다 사이즈를 키운 '메가진화 띠부씰' 53종을 무작위로 넣어 구매하는 재미를 더했다. 이 제품은 삼립이 지난 3일 선보인 '거대해진 로켓단 초코롤'의 후속이다. 거대해진 로켓단 초코롤도 포켓몬빵 시리즈 중 가장 인기 있는 '로켓단 초코롤'을 활용한 빅사이즈 제품으로 기존보다 중량을 다섯 배 키웠다.


삼립의 빅사이즈 제빵 시리즈를 연 제품은 지난 2월 출시한 '크림대빵'이다. 이는 SPC삼립을 대표하는 정통 크림빵의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생산한 한정판이다. 기존 정통 크림빵보다 중량 기준 6.6배 큰 대형 정통 크림빵을 콘셉트로 했다. 크림대빵을 선보인 뒤 MZ세대를 중심으로 구매 인증 영상과 '먹방 챌린지' 영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게시물이 수천 개 등록되며 인기를 끌었다.


삼립 브랜드 담당자는 "크림대빵이 펀슈머 트렌드에 따라 M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서 포켓몬빵 빅사이즈 제품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다양하게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삼립의 빅사이즈 포켓몬빵 2탄 '거대해진 고오스 초코케익'(왼쪽)과 정통 크림빵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크림대빵'[사진제공=SPC삼립]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는 여름철 인기 메뉴인 냉면을 가정간편식(HMR)으로 기획한 초대형 물냉면을 내놓았다. 중량 150g 안팎인 시중 냉면보다 8배 큰 8인분 용량의 '유어스세숫대야물냉면'이다. 이 제품은 초대형 콘셉트와 함께 재미 요소를 극대화하기 위해 세숫대야 크기의 국산 스테인리스 용기를 구성품으로 담았다. 소비자들이 냉면을 먹은 뒤 세척해 실제 세숫대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생성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신제품 가격은 1만7900원이다. 우리동네GS 애플리케이션의 사전예약 서비스로 세숫대야물냉면을 주문하고 GS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은 5000원 할인된 1만2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기준 대표 외식 메뉴 가운데 냉면 한 그릇 가격은 1만1692원으로 나타났다. 전문점 냉면 한 그릇 가격으로 8인분 용량의 간편식 냉면을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세숫대야물냉면은 GS25가 지난해부터 선보인 점보라면 콘셉트를 즉석식품 카테고리로 확장한 첫 상품이다. 라면 8개 분량을 한 패키지로 담아낸 팔도점보도시락, 공간춘, 오모리점보도시락 등 점보라면 시리즈는 1년 만에 3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며 유통업계에 대용량 붐을 일으켰다. 점보라면 콘셉트를 접목한 넷플릭스점보팝콘(스낵)과 넷플릭스 점보오징어튀김(안주), 카페25아이스아메리카노점보(원두커피) 등도 나왔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점보팝콘은 지난해 7월 출시 이후 GS25 전체 스낵 중 매출 1위에 올랐고, 자체브랜드(PB) 스낵 매출을 16배나 끌어올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초기에는 크리에이터나 SNS를 중심으로 대용량 제품이 소개되면서 호기심에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많았다"며 "고물가에 외식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빅사이즈 상품으로 실속을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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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형 외톨이 많은 日…직장인 고립에 집중한 이유[청년고립24시]
수정 2024.05.29 10:40입력 2024.05.18 06:31

<6> 세계는 고립 문제 어떻게 풀고 있나
②日 최대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
20·30대 직장인 고립 조사 공동 연구
사카타 아이·와카코 타치바나 컨설턴트 인터뷰
"기업이 외로움 해결 주체돼야"

"외로움을 느낀다고 대답한 20·30대의 70%가 직장인이었습니다." 일본 최대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지난해 11월 20·30대 직장인의 고립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마주해야 할 청년의 외로움'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발표와 동시에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은둔형 외톨이 '히키코모리'에 대해 다룬 연구는 많았으나, 가장 활발히 사회·경제활동에 나서는 젊은 직장인의 고립감에 대해 조명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자인 사카타 아이·와카코 타치바나 NRI 사회시스템컨설팅부 시니어 컨설턴트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들의 고독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단결근이나 은둔, 자해 등 가시적인 징후가 없기 때문에 일상 고립은 계속해서 관심의 대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이를 해결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두 사람은 "20·30대 직장인은 취업 지원이나 육아 지원 등이 아니라면 지방자치단체 서비스를 받을 일이 거의 없다. 하루 10시간 넘게 시간을 보내는 기업이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사회시스템컨설팅부의 사카타 아이(왼쪽)·와카코 타치바나 시니어 컨설턴트.(사진출처=노무라종합연구소)

-히키코모리 대신 20·30세대 직장인 고립에 초점 맞춘 이유는?

▲히키코모리는 학교나 직장에 나가지 않는 등 증상이 이미 나타난 단계라 볼 수 있다. 그간 히키코모리에 대한 대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그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일상 고립에 집중해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었다.

일본은 2021년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고독 담당 장관을 신설한 국가지만, 여전히 정책은 (고독사 등) 노년층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히키코모리와 노년층에 집중하다 보니 결국 20·30대 직장인은 고립 문제에서 정책 대상으로 잘 다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언론을 비롯해 대다수가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년들은 공적 지원을 받을 접점이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 담당자가 "기업에서 일하는 청년일수록 접근이 어렵다. 지역 행사에도 안 나오니 평소 무엇을 하는지, 어디에 모이는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일주일에 세 번 번화가에 나가 길가는 청년을 붙잡고 물어보는 게 유일한 실태 파악의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청년들은 더욱 외로움에 빠지기 쉽다. 연구 결과 '타인과 나를 얼마나 자주 비교하는가'라는 질문에 '항상 또는 가끔'이라고 답한 비율은 30대가 66%로 가장 많았고, 20대가 64%로 그 뒤를 이었다. 다른 연령대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률이 높은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58%는 일상적으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한마디로 이들은 고독에 빠질 확률이 더 큰 집단이라 할 수 있다.


20·30대 직장인은 가족, 친구보다 회사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기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했다. 모든 청년이 기업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업이 청년 고독을 해결하는 하나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젊은이 중에는 직장 내에서 굳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느냐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은 어떠한가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연령대가 내려갈수록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덜 중요하게 여긴다. 술자리나 체육대회 같은 직장행사도 줄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직장 내 연결은 더욱 느슨해지고 있다. 중장년층도 최근 '파워하라(power harassment·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괴롭힘)' 등을 우려해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꺼리고 있어 소통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가치관 차이도 단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력하면 부유해진다는 희망으로 일해 온 쇼와시대 출신 상사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장기불황 속에서 성장한 부하직원들은 서로 가치관을 공유하지 못한다.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관계 단절이 오히려 그들의 고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2021년 미국과 영국의 기업을 상대로 한 클라우드 기술 기업 차지파이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풀타임 재택근무를 하는 18~34세 직장인 81%가 '출근할 때보다 더 고립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청년들은 그냥 내버려 두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다', '관심을 받고 싶다', '소소하게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직장 내 청년 고립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첫 번째는 예방적 측면이고, 두 번째는 기업의 생산성 때문이다. 외로움은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서구를 중심으로 많은 연구가 실제로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의료서비스 기업 시그나의 조사에 따르면 고립감을 느끼는 직원들은 그렇지 않은 직원들에 비해 스트레스 관련 결근율이 높고, 연간 5일 이상 결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추산하면 연간 1540억 달러(약 212조원)에 달한다. 노동자 개인의 측면에서도 전혀 좋지 않다.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결국 이는 주변의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직장 내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직장 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나 강사 제도를 도입하거나, 상담소를 설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기업도 많다.

그러나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소소한 대화다. 설문조사 결과 고립감을 느끼는 청년들은 제대로 된 상담이나 조언보다 가벼운 소통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에는 '자이언스 효과'라는 이론이 있다. 같은 사람이나 사물을 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좋은 인상을 갖기 쉽다는 것이다. 진지한 대화는 오히려 상대에 다가가기 어렵게 만든다. 오히려 소소한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직장에서도 서로 친근감을 느끼기 쉬워질 것이다.


업무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 2018년 일본 광고회사 덴쓰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에서 잡담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보다 '한다'고 답한 집단의 활력도가 33% 정도 높게 나타났다. 화장품 기업 코세의 경우 코로나19로 심화된 직장 내 고립과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세컨드 홈’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다. 5명 내외로 나이와 직종이 다른 직원을 배치해 하나의 ‘유사 가족’을 구성해주고, 월 1회 온라인으로 가벼운 주제 하나를 정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기회를 갖도록 했다. 대화 주제는 신입사원이 직접 고르도록 했다. 이 덕분에 신입사원들의 직장 내 소속감이 크게 강화됐으며, 연차가 높은 직원들도 “젊은 직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는데, 좋은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보고서 발표 이후 일본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많은 사람이 20·30대가 외롭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와 관련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물론 아직 대부분의 기업은 시급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변화는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식품업체 베이스푸드는 회사 주방에서 직원들이 다 같이 점심을 만들고, 직접 준비한 식사를 나눠 먹는 식사 모임을 시작했다. 우리는 앞으로도 20·30대의 고립 문제를 무겁게 다뤄야 할 필요성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나의 외로움·사회적 고립 위험 정도를 확인하세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척도

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청년고립24시' 기사가 읽고 싶다면
<1>아시아경제가 만난 고립·은둔 청년들
① 나는 28세 고립청년입니다…"1인분 역할 못하는 존재"
② 취업이 만든 고립…온종일 한마디 안한채 보낸 하루
③ 육아보다 힘든 게 ’대화할 상대‘가 없다는 것…그렇게 우울증이 왔다
④ 3년간 햇반·라면 먹고 온종일 게임만…정서적 불안 심해지면 결국엔

<2>2024 고립 인식조사
① 10명 중 6명 "외롭다"…관계단절·박탈감 고통 호소
② "회사서 홀로 선 느낌"…직장인 2명 중 1명 "고립감 심해져"

<3>곁에서 바라본 고립·은둔 청년들
① 코로나 학번’이 위험하다...올해 빗발친 상담전화
② 고립의 끝에 남겨진 흔적들…"엄마·아빠 보고 싶다, 미안하다"

<4>고립의 이유와 사회적 비용
① 취업 안돼 친구도 없어…손에 쥔 건 스마트폰뿐
② 경제 손실만 11조원 이상…방치하면 국가도 ‘흔들’

<5>한국 정책 3無의 한계
① 컨트롤타워 없고 지자체 조례만 213개 ‘중구난방’
② 54만 고립·은둔 청년을 32명으로 해결?…예산·인력·연구 태부족
③ 일본 따라하기의 씁쓸한 결말…한국형 정책 호소하는 청년들

<6>세계는 고립 문제 어떻게 풀고 있나
① "스마트폰이 청년 망가뜨리는데 왜 대책 없나"…英 경제학자의 일침
② 은둔형 외톨이 많은 日…직장인 고립에 집중한 이유
③ [단독]WHO, ‘고립 문제’ 대응 위한 글로벌 지수 만든다

<보도, 그 이후>
①죄책감에 무너진 부모들…"살아있다는 게 감사하죠"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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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한국서 노포로 키울래요"[을지로터리]
수정 2024.05.18 09:00입력 2024.05.18 09:00

⑨을지로 첫 외국인 사장 이와사키 유카씨
"을지로는 상부상조하는 정 많은 동네"

"유카네에서 유카가 없으면 안 돼요. 유카네는 일주일 5일 문을 여는데 저는 항상 가게에 있습니다. '을지로 노포'로 남는 게 유카네의 목표입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낡은 인쇄골목 초입에는 일본식 술집 '을지로 유카네'가 있다. 이곳은 일반 이자카야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자카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식 조명 '초친'(ちょうちん)을 가게 입구에 달지 않았고, 목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정통 이자카야' 느낌을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카네가 일본 현지 분위기를 강하게 내뿜는 데는 사장 이와사키 유카씨의 역할이 크다. 우선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인 만큼 '현지 프리미엄'이 강하다. 유창하지만 말씨에 외국인의 억양이 묻어있는 일본인 사장과 손님의 '스몰토크'는 유카네만의 매력. 그가 '나이 비공개'를 요청한 것도 그의 나이를 맞추는 게 손님과의 대화 주제이기 때문이다. 음식 역시 일본 가정식을 재해석한 메뉴를 개발해 선보였다. 마요네즈 소스 하나에도 직접 조합한 비법 양념을 첨가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일본식 술집 '을지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이와사키 유카씨. 사진=윤슬기 기자@

18일 을지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유카씨는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곳은 '일본식' 답지 않다. 인테리어도 그렇고 스시, 덴푸라, 가라아게도 없다"며 "일부러 '일본스러운 요리'를 하지 않은 게 더 자연스럽게 현지의 선술집 같은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카씨는 일본에서 영양학을 전공한 요리 전문가로 2001년 유학을 계기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한국에 있는 일본계 레스토랑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을지로 유카네' 창업했다. "당시 첫 외국인 사장으로 을지로에 입성했다"고 말한 그는 당시 일본 현지 콘셉트를 한 가게도 유카네가 유일했다고 했다. 그는 "처음에 가게를 얻으려고 서울 강남, 압구정, 신사, 이태원, 역삼, 마포 등 많은 상권에 가봤다. 부동산도 몇 개를 갔는지 모를 정도 찾아다녔다"며 "우연히 지인 추천으로 을지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윤슬기 기자@
을지로 창업 6년 차 굴곡 있었지만…"주변 상인 덕 많이 봐"

유카씨가 을지로에 정착한 것은 올해로 6년째다. 외국인 사장으로서, 특히 일본 현지 느낌을 재현한 가게의 사장 입장에서는 더더욱 쉽지 않은 세월이었다. 유카네가 2019년 4월 창업한 뒤, 그해 7월부터 급격히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일본 불매운동이 번졌고 몇달 후에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유카씨는 "처음에 불매운동이 시작됐다고 해서 '뭐야?' 했다. 타격이 있을까봐 걱정했지만 주변에 계신 을지로 이웃들 덕분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오히려 힘들까봐 더 찾아주시더라. 코로나 때는 외국인이라 한국 정책 정보를 놓치거나 모르는 경우 많았는데 주변 상인들이 '유카씨 지원금 신청했어요?' 물어보며 챙겨주셨다"고 전했다.


최근 을지로에 일본풍 콘셉트 매장이 다수 들어섰지만 이들 가게를 경쟁자로 느끼지 않는 것도 상인들 사이 상부상조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변 사장님과 친하다. 경쟁 관계라기보단 이웃"이라며 "지난 15일엔 부처님오신날인 걸 깜빡했는데 쉬는 날이라 사람이 몰려 맥주가 동이 난 적이 있다. 다행히 다른 골목 사장님이 빌려주셔서 무사히 영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외국인이기도 하고 같은 음식점을 하니 배타적일 수 있는데 젊은 사장님들이 많아서 그런지 같이 가려고 하는 분위기다. 을지로는 정이 많은 동네"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같은 '을지로 구성원'인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을지로 유카네를 창업하면서 이와사키 유카 사장이 적은 경영 목표. 유카 사장은 손님-가게-거래처-을지로-거래처를 중심으로 유카네를 운영하는 것이 자신의 초심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윤슬기 기자@
자식 같은 가게…"을지로 노포 될래요"

유카씨는 '유카네'를 자신의 아이와도 같다고 설명했다. 유카네가 그의 인생에 차지하는 비율은 90% 이상. 그는 "가정에만 있었으면 몰랐을 사회를 유카네가 알려준다. 다양한 손님을 만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계가 고장 나는 문제를 겪기도 한다. 매일이 다르다"며 "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유카네를 운영해야 하니 밥도 먹고 체력을 기른다. 유카네를 제 아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이에게 배우고, 아이에게 가르치듯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카네를 향한 진심만큼 을지로에 대한 감정도 각별하다. 그는 "유카네가 을지로에 있으니 이 지역 상권을 오래도록 번창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며 "유카네를 열심히 키우고 을지로가 매력적인 동네도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몇십년 후에도 '아직도 있네'하는 그런 가게로 남고 싶다"고 다짐을 전했다.

편집자주을지로의 다른 이름은 '힙지로'. 오래된 건물과 골목 곳곳 재건축이 뒤섞여 혼란한 모습이지만 과거와 현재가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묘한 매력을 준다. 한때는 산업이 쇠퇴하며 위기를 맞았으나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을지로의 생명력이 되살아났다. 특유의 감성으로 입지를 굳힌 을지로, 그리고 이곳의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만나 도시의 미래를 조망해본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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