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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살부터 의대반 간다"…광란의 영유아 사교육, 통계조사 착수

수정 2024.03.28 06:22입력 2024.03.27 10:53

'0세~취학전 영유아' 학부모 1.2만명 대상
각종 과외, 방문수업, 문화센터 비용 조사
사교육 아니지만 영어캠프 등 지출도 집계
시민단체들 "이번엔 통계결과 공개하라"


영유아 사교육비가 치솟자 정부가 본격적인 통계조사에 착수했다. 공식 통계가 없던 미취학 아동 사교육비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조사는 과외나 학원비뿐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어학연수 비용까지 포괄하는 대대적인 조사가 될 전망이다.


27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통계 조사계획서’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 20일 교육부로부터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대행해 달라’라는 의뢰를 받고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시험조사란 종래에 없던 통계를 만들 때 진행하는 사전통계구축 작업이다.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교한 통계항목을 선별하기 위해 본조사와 최대한 유사하게 진행한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통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었는데, 조사 시기와 방법, 대상 등은 함구해왔다.


한글 교육부터 영어캠프 비용까지 조사한다

조사대상은 ‘0세~취학 전 영유아’ 가구의 학부모 1만2000명이다. 내부에서 실효성을 이유로 0~2세 아동을 조사할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지만, 시범조사인 만큼 우선 포함하고 향후 결과를 분석한 뒤 본조사에 넣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조사 사전준비는 오는 7월까지 끝내고 실제 설문은 9월 말부터 18일간 진행할 계획이다. 통계 정리와 분석은 연내 마무리하고, 결과가 유의미하다면 내년부터 공식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항목은 ‘학부모의 사적인 수요에 의해서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밖 사설교육 기관에서 받는 모든 교육비’다. 종래에 진행하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처럼 개인과외, 그룹과외, 학원수강, 방문수업(학습지) 등이 조사 대상이다. 여기에 문화센터, 유료·인터넷 및 통신강좌 등을 추가로 조사한다. 영유아 특성을 고려해 한글 사교육은 별도로 구분해 표시한다. 시간제 사교육 외에도 가정양육 가구에서 주로 쓰는 ‘반일제 이상 학원’도 대상에 올랐다.

사교육비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는 지출도 조사에 포함했다. 대표적인 항목이 ‘어학연수’다. 이용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큰 만큼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취학 아동을 해외에 보내는 것뿐 아니라 국내 영어캠프나 영어마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용도 집계된다. 또 유치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방과 후 과정이나 어린이집 특별활동, EBS 교육방송 참여 현황도 살핀다.


다만 고액 교습료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어 유치원의 경우 통계조사에서 제외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조사 범위가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밖인 만큼 영어유치원은 (조사에) 안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세부터 학원을?…과열되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

이 같은 조사를 수행하는 배경에는 과열된 영유아 교육 시장이 있다. 사교육 시작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한 사교육 기업이 수년 전 자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영유아들은 평균 4~5세에 사교육을 처음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부 유치원이 의대반을 신설하는 등 조기교육 열풍이 더 거세지고 있다. 영어유치원도 가파르게 늘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영어유치원은 2019년 615개에서 지난해 842개로 4년 만에 36.9% 늘었다.


영유아를 기르는 학부모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수행한 ‘양육비용 및 육아서비스 수요연구’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답한 학부모는 전체 30.2%였다. 매우 부담된다고 한 학부모 9.8%를 합하면 40%가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월 소득이 299만원 이하로 가장 낮았던 학부모 중 27.1%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부담스럽지 않다(12.2%)거나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2.3%)는 학부모는 소수였다.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공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통계청은 매년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초·중·고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2017년 유아 사교육비를 시험조사 한 적이 있으나 이마저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본조사도 무산됐다. 이 때문에 영유아 사교육비는 육아정책연구소 등의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모를 짐작해야 했다. 연구소가 2017년 마지막으로 밝힌 영유아 사교육비는 총 3조7397억원이었는데,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도 본조사가 아닌 만큼 결과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단체들은 조사결과를 당연히 공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오는 29일 영유아 사교육비 통계조사를 촉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연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부모들이 느끼는 사교육 지출은 (기존 조사들보다) 훨씬 크다”면서 “통계청이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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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의료개혁 5대 재정 과감한 투자…2000명 타협 없어"(종합)
수정 2024.03.27 15:30입력 2024.03.27 12:09

성태윤 정책실장 브리핑
의료계 특별회계 신설
"필수의료 재정투자는
보건의료체계 초석"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실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7일 "필수 의료에 대한 과감한 재정 투자는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초석"이라며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등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을 발표하고, 의료계를 위한 특별회계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비롯해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등을 통해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고,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해서는 조정이나 타협 가능성이 없음을 재차 시사했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무너진 필수 의료 제대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접근을 뛰어넘는 과감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의료분야를 안보·치안과 같은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는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수의료 지원, 재정투자 중점 분야 첫 포함

정부는 내년 예산안 편성 절차를 진행 중으로, 국가재정법 제29조에 따라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예산안 편성 지침을 보고했다. 이 지침에 정부는 필수 의료 지원을 재정 투자 중점 분야에 처음으로 포함시켰다. 성 실장은 "의료 개혁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의 첫 단추"라며 "국무회의에 보고된 예산 편성 지침은 의료개혁을 위한 국가 재정 투자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성 실장은 "내년 예산을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 중심으로 편성할 것"이라며 "전공의 수련을 내실화하고 전공의들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절한 처우개선을 추진해 역량 있는 전문의로 양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5대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 의료 발전 기금 신설 ▲필수 의료 재정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 재원 확충 ▲필수 의료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등이다.


의학교육 질 개선, 적정면적 확보를 위한 교육 연구시설 확충, 교육 실습 기자재, 교수 인건비 등도 지원해 의대 증원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또 의대 정원이 대폭 증원된 지역 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장기 투자를 위해 지역의료발전기금을 신설하고, 어린이 병원 등 필수 의료 기능 유지를 위한 재정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재원 확충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성 실장은 "전공의 대상 책임보험 공제료 50% 국비 지원, 불가항력적인 분만 의료 사고의 보상한도 상향과 대상 확대를 검토하겠다"며 "미래 의료를 선도할 지역 거점 병원 등의 연구 기능 강화와 첨단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필수 의료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주 한국병원을 방문해 병원 심혈관센터장으로부터 심혈관센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필수의료 특별회계·지역의료 발전기금 재원 마련

아울러 중증 응급·소아·분만 진료 역량도 함께 강화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성 실장은 "지역 거점 상급 종합병원과 2차 병원 간 진료 협력 체계를 구축해 최중증과 고난도 시술, 희귀병 진료와 일반 중증·경증 진료 간에 효율적인 진료 분담 체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 의료 역량을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필수의료 특별회계, 지역의료 발전 기금과 같은 별도의 재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과도한 근로시간에 놓여 있는 전공의의 처우를 개선하고,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서도 원활한 수련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가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실장은 "의료 개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가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체감도 높은 개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의료계 협조를 당부했다. 성 실장은 "내년도 예산의 구체적인 사업과 내역이 앞으로 두 달 안에 큰 가닥을 잡게 되므로 예산 편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필수 의료 재정 투자를 위한 구체안을 마련하기 위해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할 예정이며,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00명 증원 타협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현재 2000명에 대해서는 이미 배정이 완료된 상황"이라며 숫자 조정은 없음을 재확인했다. 증원 철회 등 강경한 조건을 제시한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에는 "전제조건 없이 다시 대화에 나서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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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인터넷방송…가이드라인 무용지물, 법안은 폐기 눈앞
수정 2024.03.27 07:59입력 2024.03.27 06:59

사건·사고 부르는 일명 ‘엑셀 방송’
방통위 지침 무용지물…법적 강제성 없어
규제 강화 법안은 국회 소관위 계류

유료 아이템 후원을 부추기기 위한 자극적인 인터넷방송이 활개를 치면서 사건·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가이드라인은 존재하나 법적 강제성은 없어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국회에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이 제출돼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 일명 '엑셀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출처=아프리카tv 캡처]

27일 경찰에 따르면 인터넷방송 후원을 위해 무리한 빚을 내다 극단적 선택을 한 30대 남성 A씨 유족은 BJ와 방송 관계자를 사기죄로 지난해 11월 서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현재 방배경찰서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이른바 ‘큰손(거액 후원자)’으로 유명했지만 실상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자신이 좋아하는 BJ가 퇴출당하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방송은 일명 '엑셀 방송’으로 게스트 BJ들이 실시간으로 받는 후원금을 공개해 더 많은 후원금을 받아내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후원 순위가 낮은 BJ는 방송에서 퇴출된다. 아프리카TV는 후원금 한도가 있지만 아이디를 여러 개 쓰거나 대리결제 업체를 이용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엑셀방송은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BJ 임모씨가 생방송 중 극단적 시도를 했고, 119 구급대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임씨는 음주 엑셀방송을 진행하다가 다른 BJ들과 다툼이 벌어졌다. 당시 방송은 시청자가 후원금 5만원을 내면 BJ가 술을 마시는 규칙이 있었고, 후원금을 많이 받은 BJ가 높은 서열을 차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임씨는 모욕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말과 행동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윤동주 기자]

방통위는 2018년 인터넷 개인방송 유료 후원 아이템의 결제액 한도를 이용자당 1일 100만원 이하로 제한해야 하며 한도를 초과해 충전이나 선물이 진행되지 않도록 기술적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을 마련했다. 또한 미성년자에게 유료후원 아이템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한 경우 법정대리인 동의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인터넷개인방송 서비스 시스템 내에서 이용자 간 또는 이용자와 진행자 간 유료후원 아이템의 사적 거래 및 도용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사로부터 충전한 아이템으로만 선물할 수 있도록 조처해야 한다. 그러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데다 대리결제·우회결제 등이 가능하다. 과도한 결제를 부추기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난무하는 이유다.


국회에는 규제 법안이 발의돼있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21년 3월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터넷개인방송 사업자를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유형으로 분류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인방송 사업자에게 불법적 금전거래를 방지하도록 하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등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건전한 인터넷개인방송의 이용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지만 논의에는 진전이 없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통상 가족, 직장, 친구 등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단절되면서 인터넷방송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발생한다. 대리, 우회 후원 등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없다는 것 역시 문제”라며 "사회적 유대 및 규제 부족으로 인한 한국 사회의 왜곡된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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