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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원에 면허증 위조 가능"…신분증·문서 위조사기 기승

수정 2024.01.15 14:38입력 2024.01.14 08:00

SNS로 위조 신분증 판매 범죄 이어져
"경찰 단속 불가능" 광고…실제로는 전산 확인 가능해
경찰 "신형·구형 관계없이 전산 정보로 확인"

"운전면허증은 의뢰자 증명사진에 다른 사람 명의만 덮어씌워서 만들어요. 경찰 단속에도 절대 안 걸려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운전면허증과 통장 등 위조 신분증과 사문서를 만들어 판매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타인의 명의를 도용해 신분증을 위조하는 정황도 포착돼 관련 범죄 확산이 우려된다.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분증 위조'를 검색하자 수백 개의 위조 업자 계정이 조회됐다. 이 중 한 업체에 연락해 운전면허증 제작을 요청하자 업자는 130만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업자는 위조 방식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2019년 이전 구형 면허증과 명의도용 두 가지 방식만 있으면 단속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말도 곁들였다. 2019년 이래로 발급되기 시작한 신형 면허증은 강화된 위·변조 방지기능이 탑재돼 있다.


이 업자는 구형 면허증의 경우 경찰이 단속 시 휴대용 단말기에 면허 정보를 입력해도 명의 주인의 증명사진과 신상 명세가 뜨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로커가 가져온 타인의 명의에 의뢰인이 증명사진을 덧대 신분증을 위조하면 경찰이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어 단속에 걸리지 않는다고 귀띔하면서 명의도용을 원할 경우 추가로 30만원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위조 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명백한 사기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신형과 구형에 관계없이 운전면허증에 기재된 면허 번호를 입력하면 전산에 등록된 면허 소지자의 신상 명세와 사진 정보, 범죄 이력까지 확인할 수 있다"며 "최근에는 면허를 소지하지 않아도 주민등록번호만 검색해도 단속이 가능하기에 이런 위조 방식은 실제 단속 시스템과 동떨어진 소리"라고 말했다.


위조 문서 판매자가 통장과 토익성적증명서 위조 견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은기자]

관공서에서 사용할 수 없지만 문서의 외형을 실제와 흡사한 형태로 위조해주는 업자들도 있었다. 한 업자는 "여권과 통장은 각각 100만원과 80만원에 위조를 해주고 있다"며 "브로커가 가져온 여권과 통장 커버에 의뢰자가 원하는 정보를 입혀주겠다"고 말했다.


이 업자가 견본으로 제시한 위조된 통장의 사진은 육안으로 진위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물과 흡사했다. 그만큼 신분 증명 과정에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현행법상 공문서위조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으며 사문서위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위조된 문서를 실제로 사용까지 했을 시 위조공문서행사죄도 적용된다.


문서 위조 사례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22년 경찰에 적발된 공문서와 사문서위조 건수는 각각 1999건과 7033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457건, 119건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상에서 발급한 위조 신분증으로 아직 추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신고는 아직 없다"며 "피해 사실이 접수돼야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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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박물관, 연구총서 ‘울릉도민 구술사 연구 2편’ 발간
수정 2025.08.05 10:21입력 2024.01.14 14:47

경북 울릉군 독도박물관은 2024년 1월 12일 독도박물관 연구총서 ‘울릉도민구술사연구 ②차원복’을 발간했다.

울릉군 독도박물관이 발간한 울릉도민구술사연구-차원복.

울릉도민 구술사 연구는 울릉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아온 지역민들의 구술생애사 채록을 통해 거시사에 기록되지 않은 주민들의 삶의 기록을 통해 지역사를 재조명하는 사업이다.


독도박물관은 2022년부터, 울릉도를 개척하고 발전시켜온 주민들의 삶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기존 문헌자료와 구술 채록 자료를 비교 대조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문헌자료에 기록되지 않은 생생한 울릉도민들의 삶의 기록을 수집했으며, 생활사의 범주를 점진적으로 확장시켰다. 이번에 발행되는 연구총서는 본 사업의 두 번째 결과물이다.


이번 연구의 대상은 울릉군 울릉읍 사동리에 거주하고 있는 ‘차원복 씨’로 그는 1934년 울릉도에서 태어나 평생 사동 3리에서 거주하며 농업, 어업, 새마을사업, 환경미화원 등 다양한 경제활동을 했다.


독도박물관은 그의 구술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 울릉도의 야학과 공립학교의 설립과정, 공출제도로 인한 일본인과 조선인의 차별, 울릉도 농업의 다변화 과정, 사동 3리 새마을사업을 통한 지역 발전사 등을 연구 도서에 담아냈다.

독도박물관은 2024년에도 울릉도의 사라져가는 가까운 옛날을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해 울릉도의 지역사에 대한 경험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을 선정하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에는 울릉도 개척·발전에 한축을 담당했던 여성들의 미시사와 문화를 조사해 구술사 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남한권 군수는 “자기 삶의 역사를 허심탄회하게 구술해주신 주민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지속해서 울릉도 지역문화 보존을 위한 다양한 연구사업을 시행해 풍성한 역사를 간직한 울릉도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영남취재본부 안경호 기자 asia-a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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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왜 350만원짜리 에르메스 샌들을 살까[송승섭의 금융라이트]
수정 2024.01.15 15:40입력 2024.01.14 17:25

연초부터 가격 인상 나선 명품 회사들
실적 주춤하는데 제품 값 올리는 이유
"비싸야 산다"는 베블런 효과 노린 것
부자들 소비 동기는 '효용'아닌 '자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주요 명품 브랜드 회사들이 새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안 그래도 비싼 명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죠.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올라도 되나 싶을 정도로요. ‘명품 업계가 배짱 장사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명품 회사들은 경제적 이론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을 선택한 것이죠.


실적 주춤해도 명품 가격은 계속 오른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올 초 국내에서 판매하는 신발제품 가격을 최대 40%가량 올렸습니다. 오란(Oran) 샌들 중 도마뱀 가죽으로 만든 상품의 가격은 245만원에서 352만원으로 43.7% 인상됐죠. 스위스 명품 시계 롤렉스는 국내 판매가가 약 8%씩 올랐습니다. 롤렉스 인기 제품인 데이트저스트(Datejust) 36mm 사이즈는 1142만원에서 1239만원이 됐죠.


명품 회사들이 올해에만 유독 가격을 올린 걸까요? 아닙니다. 프랑스의 또 다른 명품 브랜드 샤넬은 올해 초 주얼리와 시계 가격을 4~5% 정도 올렸는데요. 지난해에는 2월과 5월에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올리는 것도 아니고 여러 차례 가격을 올리면서 ‘N차 인상’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고요. 다른 명품 회사들도 마찬가지라 사실상 연초 가격 인상이 연례행사처럼 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명품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여전히 잘 팔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코로나19 시기 보복소비로 큰 수익을 올렸던 명품 회사들은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주춤하고 있습니다. 세계 1위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3분기 매출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9%입니다. 17%였던 전 분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죠.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장 자크 기오니가 “3년 동안의 눈부신 호황기가 끝났다”라고 말했을 정도로요.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요. 제품이 팔리지 않아서 수익률이 줄었는데, 가격을 유지하거나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린다니요. 제품의 품질에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았는데 가격을 올린다면 합리적인 소비자가 돈을 쓸 리가 없죠. 수요-공급 곡선과도 상충합니다. 가격과 수요량은 반비례 합니다. ‘가격이 낮으면 수요량이 증가하고, 가격이 높으면 수요량이 감소한다’는 건 아주 당연한 상식이잖아요. 왜 명품 회사들은 실적 위기에 가격 인상을 단행했을까요?


'부자들은 자랑을 위해 소비한다'…베블런 효과의 탄생

황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는 가격이 비싸질수록 더 많이 팔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베블런 효과’라고 합니다.


베블런 효과는 미국의 경제학자였던 소스타인 베블런이 1899년 출간한 ‘유한(有閑)계급론’에서 처음 제시한 말입니다. 베블런은 1857년부터 1929년까지 살았습니다. 당시 전 세계는 산업화를 통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이 끌어올렸습니다. 자연스럽게 천문학적인 돈을 번 사람들도 나타났죠. 베블런은 이 신흥부자들을 유한(한가롭게 노는 사람들)계급이라 불렀고요. 벼락 부자가 된 사람들이 ‘어디에 어떻게 돈을 쓰는지’ 살펴본 뒤 쓴 책이 유한계급론입니다.


1899년 저서 '유한계급론'을 출간한 미국의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베블런이 부자가 된 사람들의 소비 방식을 들여다봤더니 기존의 경제학 이론과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과시적 소비’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소비를 한다는 거였죠. 품질에 별다른 차이가 없어도 비싼 상품을 구매하는 식으로요. 소비의 동기는 효율성이나 합리성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에서 보내주는 부러움과 시기 질투, 사회적인 자의식 충족이 소비의 큰 목표였죠. 자신의 재력을 더 과시하기 위해 더더욱 비싼 물건을 찾았고요.


물론 자랑하고픈 마음에 물건을 사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니까요. 다만 베블런은 ‘모방적 소비’를 우려했습니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도 부자와 똑같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거죠.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비싼 소비나 여가생활이 사회 전반에서 유행하게 된다는 게 베블런의 주장입니다. 결국 과시적 소비가 사회 전체의 일반적 소비로 번지면서 지나친 소비행태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고요.


베블런의 분석이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과시적 소비나 모방적 소비를 한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좋은 재료와 장인의 손길이 녹아있는 훌륭한 명품을 합리적으로 소비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다만 명품을 구매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리며 기분이 좋아졌다거나, 유명 연예인이 착용한 명품을 보고 따라 샀다거나, 친구들에게 본인의 명품을 칭찬받아 우쭐했던 기억이 있다면 베블런의 분석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명품·오마카세·호캉스 따라해야 행복할까?
2020년 5월 명품 브랜드 샤넬이 가격 인상을 예고하자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베블런 효과에 입각한다면 명품 회사들은 돈을 벌기 위해 가격을 올려야만 합니다. 거꾸로 어떤 명품회사가 가격을 내렸다고 생각해볼까요? 많은 사람이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겁니다. 당장은 매출이 오를 수 있지만, 부자들의 발길은 끊어질 겁니다. 너도나도 가지고 있는 제품은 더 자랑할 가치가 없거든요. 부자들이 사지 않으면 어느 순간부터 일반 소비자들도 지갑을 닫습니다. 부자처럼 보이려고 명품을 따라 샀는데, 이제 부자들이 외면하는 브랜드가 됐으니까요.


그러니 가격을 올리는 명품 회사를 무작정 욕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업은 돈을 버는 게 목표고, 이를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니까요. 오히려 명품회사에 ‘가격을 좀 내리라’고 말한다면 ‘망해라’라고 외치는 것과 똑같은 말이겠죠. 게다가 돈이 많은 사람이 명품처럼 비싼 물건을 사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법적·윤리적으로 정당한 소비라면 본인의 재산에 맞춰 소비하는 부자들을 무작정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설사 허영심 때문에 물건을 산다고 해도 말이죠.


다만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통해 우리가 되돌아볼 만한 지점은 분명 있습니다. 베블런은 유한계급론에서 ‘상층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고 비판했습니다. 부자가 아닌데도 부자처럼 소비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겠죠. 남들이 고급 오마카세 식당에 간다고 따라나설 필요도 없고요. 호캉스에서 비싼 호텔 음식을 먹어야만 삶이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명품이 사람의 값어치를 증명하지도 않고요. 중요한 건 본인의 인생에서 진짜 행복함을 주는 값어치 있는 제품에 소비하는 합리성일 겁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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