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림동 고시촌은 이제 '생활촌'…강남 출퇴근 직장인 모여들어

수정 2023.12.04 15:51입력 2023.12.04 11:30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 생기면서 직장인↑
원룸 격으로 옵션을 완비해놓은 '미니원룸'도

지난달 30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촌 한 고시식당. 뷔페식으로 운영되는 이 식당에는 한창 점심시간임에도 사람들이 뜨문뜨문 앉아서 식사하고 있었다. 젊은이들 사이에는 중년남성 세 명도 숟가락을 들고 있었다. 10년 넘게 이 자리에서 고시식당을 운영하는 백모씨(67)는 "이전보다 매출도 많이 줄고 이곳 근방의 고시식당도 문을 많이 닫았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있는 한 고시원.[사진=황서율 기자]

대학동 일대 고시원 10곳을 찾았더니, 수험공부를 하는 학생들만 받는 고시원 두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양한 연령대의 세입자를 받고 있었다. 수험생활을 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직장인, 중장년층 등 고시촌의 수요는 다양해졌다. 고시촌에 있는 고시원에서는 계절학기를 듣는 학생 수요를 제외하고는 단기수요보다는 장기수요가 많다고 고시원 운영자들은 전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A씨는 "우리 고시원에는 20대보다 30~40대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시원 관계자 B씨는 "20대 후반에서 30대까지 수험생과 직장인이 섞여 있다"며 "계절학기 때문에 찾는 서울대생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장기거주다"고 덧붙였다.


2017년 사법시험 완전 폐지 이후 쇠락하던 고시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인근에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이 생기면서 강남 직장인까지 수요가 더욱 다양해진 것이다.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신림역까지 신림선을 타면 2호선을 타고 업무지구인 강남·선릉·삼성역까지 연결된다. 대학동의 올해 10월 주민등록인구에 따르면 10대 미만, 9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인구가 전년 동월 대비 증가했다. 특히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이후 감소하던 20대 인구는 역이 개통된 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기준 대학동 20대 인구는 6107명에서 올해 10월 6494명으로 증가했다. 30대 역시 2017년 10월과 올해 동월을 비교했을 때 382명이 증가했다. 고시원을 운영하는 C씨는 "역이 생기면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입소자의 40%는 되는 것 같다"며 "강남 방세와 물가가 비싸다 보니 이곳에서 방을 찾았다"고 말했다.


고시원 세입자를 구하는 광고문이 고시원 현관문 앞에 붙어있다.[사진=황서율 기자]

다양해진 수요에 원룸 격으로 옵션을 완비해놓은 고시원들도 있다. 한 고시원에서 3년간 거주하다가 새 고시원을 알아보는 중인 이모씨(34·감정평가사 준비생)는 "최근에는 일반인도 많이 들어오다 보니 풀옵션인 고시텔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고시원을 '미니원룸'으로 칭하는 곳도 있었다. 고시원 관리자 D씨는 "고시원은 방에 책상만 있다면 미니원룸 같은 경우 방 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다"며 "원룸보다 크기는 작지만, 보증금과 가격이 싼 이유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고시원은 작은 방의 경우 20만원대에서 큰 방의 가격도 최대 40만원 선이었지만, 신축 건물에 세탁기·건조기 등은 개별 방에 완비해놓은 한 고시원의 경우 월세가 최소 65만원부터 시작했다. 이곳 역시 30대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게 고시원 측의 설명이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서울의 봄' 관람 김동연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까지 났다"
수정 2023.12.04 07:22입력 2023.12.04 07:22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일 영화 '서울의 봄'을 본 뒤 자신의 SNS에 올린 글과 사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3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서울의 봄’을 본 뒤 사마천의 ‘사기’를 인용해 악행을 하는 사람이 천수를 누리며 잘 살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동연 지사는 3일 밤늦게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주말에 영화 ‘서울의 봄’을 봤다"며 "권력과 야욕을 채우기 위해 일으킨 군사 반란을 다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세력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하며 진정한 봄을 막는 것에까지 이어진다"며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까지 났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사기(史記) ‘백이열전’에는 저자인 사마천의 한탄이 나온다"며 "악행을 하는 사람이 천수를 누리며 잘 사는데 정작 고결한 사람은 힘들게 살다 요절하는 대목에서, (사마천은) 충절을 위해 굶어 죽은 백이와 숙제 그리고 희대의 도적인 도척의 예를 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 책은) ‘추운 계절이 되어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고 이야기한다"며 "세상은 어지럽고 경제는 어려운 데, 우리 사회에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시해된 뒤 그해 12월12일까지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군내 하나회 세력이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과 최규하 대통령을 윽박 해 정권을 찬탈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엄마, 나 요즘 걔 '리즈'에 빠졌어"…부모들 몰라 곤란해 했다는 '신조어'
수정 2023.12.05 11:15입력 2023.12.04 13:56

옥스퍼드 선정 올해의 단어 'RIZZ'
'이성을 잡아끄는 매력' 명사·동사로 활용
올해 Z세대 중심으로 온라인서 크게 유행

미국의 Z 세대 사이에서 올 한 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속어 '리즈(rizz)'가 옥스퍼드 사전이 발표하는 올해의 단어로 뽑혔다.


4일 옥스퍼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3년 올해의 단어로 '리즈'가 선정됐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올해 유독 인기를 끌었던 '리즈'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뜻보다는 숨겨진 매력이란 의미에 가깝다. [사진출처=yourdictionary]

젊은이들 사이에서 올해 유독 인기를 끌었던 '리즈'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잘생기거나 예쁘다는 뜻보다는 '숨겨진 매력'이란 의미에 가깝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리즈'가 있어"라고 말한다면, 반드시 외모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이성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묘한 매력이 있다(have rizz)"라든지 "(이성을) 유혹하다(rizz up)" 등 명사나 동사의 형태로 사용한다. 리즈의 어원은 카리스마(charisma)의 중간 부분을 떼 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주로 이성이나 성적 대상을 향해 나타나는 매력을 의미해 '로맨틱 카리스마'(romantic charisma)의 준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모와 교사들이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이 생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기 스트리머가 만든 신조어 '리즈'
리즈는 개인 인터넷 방송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인 카이 세나트(Cenat)가 2021년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출처=REDBUBBLE]

리즈는 개인 인터넷 방송 '트위치'의 인기 스트리머인 카이 세나트(Cenat)가 2021년 실시간 인터넷 방송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1세인 세나트는 유튜브 400만명, 인스타그램 500만명, 트위치 650만명 이상 팔로워를 가져 젊은 층에서 영향력이 상당하다.


리즈가 구체적으로 대중에게 퍼진 건 올해 6월 배우 톰 홀랜드가 인터뷰에서 여자친구인 배우 젠다이아와 만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며 "나는 '리즈'가 전혀 없다. 긴 과정을 거쳐서야 젠다이아와 만나게 될 수 있었다"라고 한 후다.


리즈와 함께 결선에서 경합한 단어들은 스위프티(swiftie), 시츄에이션십(situationship), 프롬프트(prompt)였다.


스위프티는 세계 최고 팝스타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수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테일러 스위프트는 특히 올해 들어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하며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시츄에이션십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이성 관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정서적이고 육체적 교류를 나누지만 배타적이고 헌신적인 전통적 연인임을 거부하는 만남을 뜻한다. 프롬프트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고리즘 등에 입력되는 명령어를 의미한다.


지난해 단어는 '고블린 모드', '리즈'처럼 정반대되는 뜻 가져
영국 옥스퍼드 사전을 비롯해 웹스터 등 다양한 사전 출판사 등이 꼽은 올해의 단어를 선정한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지난해 옥스퍼드 사전이 발표한 올해의 단어는 '고블린 모드(goblin mode)'였다.


이는 사회적 규범이나 기대를 거부하며, 뻔뻔하고 게으르며 제멋대로 구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고블린은 유럽 전설에 등장하는 요괴로 주로 집에 거주하며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한다. 고블린 모드는 팬데믹이 끝난 후에도 일상 회귀를 원치 않는 사람들을 뜻하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사회적 기대치나 틀에 짜인 생활을 거부하는 자유롭고 새로운 시대 정신을 잘 드러낸다는 긍정적 해석도 있다.


'옥스퍼드 랭귀지'의 사장 캐스퍼 그래스홀은 "팬데믹 이후 '고블린 모드'가 많은 사람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리즈'처럼 정반대되는 뜻을 지닌 단어가 전면에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라며 "팬데믹으로 어려운 몇 년을 보낸 후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을 열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자신감을 찾는 2023년의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터넷 문화에서 파생된 단어와 문구가 점점 더 일상적인 언어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국의 사전출판사 메리엄웹스터는 '진짜의', '정확한'이라는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2023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이는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가 범람하면서 '진실성의 위기'가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자동으로 다음기사가 보여집니다.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