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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130경기 도둑 중계한 北…손흥민·황희찬 경기만 뺐다

수정 2023.11.04 11:48입력 2023.11.04 11:48

조선중앙TV, 일부 경기 녹화해 무단 방송
전문가 “배상이나 처벌 쉽지 않을 듯”

북한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경기를 약 130회 무단으로 방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선수가 등장하는 경기는 제외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4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며 “EPL과 북한은 이번 시즌 중계권(media rights) 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EPL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서 EPL 중계권을 가진 한국 방송사 ‘스포티비’도 북한에 대한 중계권은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VOA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EPL 2019-2020, 2021-2022 시즌 일부 경기를 녹화 방송했으며, 최근에는 2023-2024 시즌 경기도 방송하고 있다. 주로 전체 경기 실황을 녹화 중계하는 방식이고, 두 경기를 1개 경기 분량으로 편집하거나 하이라이트 득점 장면을 따로 모아 방영하는 경우도 있다.


손흥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PL의 중계권료는 3년 단위로 국내와 해외 중계권 계약을 한다. EPL의 중계권료는 경기당 중계료가 1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미국의 미식축구리그(NFL)에 이어 세계에서 중계권료가 가장 비싼 스포츠 리그다. VOA는 “일반적으로 경기당 1000만파운드, 미화 약 1238만달러가 책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2022년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EPL 경기를 방영한 횟수는 모두 129회에 달한다. 그러나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 황희찬의 소속팀 울버햄튼 원더러스의 경기는 방영하지 않았다. 하위권 팀들을 포함해 거의 모든 팀의 경기가 1번 이상 소개됐지만, 토트넘과 울버햄프턴의 경기는 모두 제외됐다.


VOA는 “현재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토트넘이 방송에서 제외된 것은 의도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PL는 과거에도 유튜브와 구글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유사한 사례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 사회의 사법 절차에 협조하지 않는 만큼, 실제 법적 조치를 통해 배상을 받아내거나 북한 측 관련자를 처벌하는 것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7월 2023 호주 여자월드컵 경기도 무단으로 중계한 바 있다. 중계권을 가진 FIFA 측은 지난달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여긴다”며 “저작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있다면 잠재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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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도 가계대출 3.6조 증가…주담대 증가 원인은
수정 2023.11.04 07:11입력 2023.11.04 07:11

50년 만기 주담대 중단했는데도 증가폭 늘어
'20~30대·아파트·중형주택'이 주담대 증가 원인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10월 주택담보대출이 올해 최대 폭으로 늘어났다. 신용대출도 소폭 증가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0월말 기준 가계대출은 686조119억원이었다. 전달보다 3조6825억원 늘어난 규모다.


가계대출은 지난 5월 이후 여섯달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10월 증가폭은 5월 이후 가장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까지 은행에서 판매 중단된 상황인데도 부채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주담대 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월 말 기준 107조94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6000억원 가량 늘어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시중 자금흐름 동향과 주요 이슈 점검' 보고서를 통해 '20~30대·아파트·중형주택'이 거래 증가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택매매거래건수는 올해 1월(2만5761건)과 비교해 8월(5만1578건)에 두배로 늘었다.

1월까지만 해도 20~30대 매매거래 비중은 전체의 25.5%였는데 8월에는 28.6%까지 올랐다. 보고서는 "특례보금라리론이 시작되면서 자금 마련 부담이 완화돼 20~30대 거래비중이 늘었지만 특례보금자리 일반형 상품이 사라지면서 앞으로 20~30대 거래비중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아파트 가격 하락 폭이 커진 올해 1분기 이후 저가 매수세가 증가해 아파트 거래 비중이 급증(1월 69.2%→8월 76.1%)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 하락에 따라 소형주택(60㎡ 이하)보다 중형주택(61~100㎡)의 거래 비중이 증가(41.4%→44.3%)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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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코드:마약중독]①"언제든 끊을 수 있을 줄 알았죠"…'치유 중' 청년 4인의 회복기
수정 2023.11.22 14:51입력 2023.11.04 09:00

경기도 다르크에서 만난 회복청년들
평범한 삶 꿈꾸며 '단약' 매진
"중독 후 끊기 어려워…시작조차 말아야"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 양주시 일대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그룹홈 형태의 마약·약물 중독 재활치유센터 '경기도 다르크(DARC)'에서 단약을 위해 노력 중인 20대 청년 4명을 만났다. 누군가는 호기심에,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누군가는 마약인 줄도 모르고 마약에 접했다. 단 한 번의 투약은 '딱 한 번만 더'가 됐고, 결국 매일 약에 취하게 됐다. 이들 중 그 누구도 처음부터 자신이 매일 약에 취해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진 않았다. 인생의 꿈과 목표가 마약에 잠식됐던 이들은 이곳에서 재활에 몰두하며 다시금 새로운 미래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마다의 이유로 접한 마약, "언제든 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민재원씨(21)는 경기 다르크 입소 후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건강을 되찾아나가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민재원씨(21·남)는 마약을 처음 접했던 19세의 자신을 다시 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한참 말을 꺼내지 못했다. 오랜 침묵 끝에 입을 뗀 그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통제가 가능한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면서도 "차라리 그때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앞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건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민씨는 고3 수능을 치기 전 이미 마약을 경험했던 전 여자친구로부터 처음 필로폰을 접했다. 민씨가 마약을 투약하게 된 것은 단순 호기심보다 ‘이게 뭔데 여자친구를 망가뜨린 거지’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는 “이때만 해도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마약을 그만둘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번 시작한 마약은 계속됐다. 마약에 취해 집에 들어가지 않는 날이 많아지고, 민씨를 찾는 부모님의 연락도 잦아졌다. 마약을 하면서 만난 친구들에게 “이제 그만 마약을 하고 싶다”고 얘기도 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단약을 시도했지만 계속 다시 마약을 하는 자신이 힘들어 ‘삶을 그만둘까’라는 생각도 했다.


주현성씨(25·남·가명)는 미국 유학 중이었던 2015년 마약을 처음 접했다. 주씨는 생일 축하 파티에서 한국 형이 건넨 대마를 받았다. 대마로 시작한 마약은 엑스터시, 필로폰으로 점점 범위가 넓어졌다. 2019년 한국으로 들어왔을 때도 마약을 끊지 못했다. 미국보다 마약 입수가 힘들어지자 직접 이태원으로 나가 구매하기도 했다. 그마저도 힘들어지자 온라인 메신저로 마약을 구매했다. 그 당시 주씨는 매달 받던 용돈의 전부를 마약에 썼다. 2020년 경찰에 마약 투약 사실이 적발되고도 끊기 어려웠다. 주씨는 "마약을 하는 기간 방 안에서 마약만 하고 지냈다"고 말했다.

이수정씨(28·여)는 함께 마약을 했던 주변 사람들을 잃었다. 열다섯살에 미국에서 만난 남자친구, 성인이 돼 만난 남자친구는 마약을 판매해왔다. 이씨와 함께 마약을 했던 이들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이씨는 "마약을 많이 하다 보니 정신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씨도 한창 환청에 시달리기도 했다.


남명우씨(27)는 지난 2월 경기 다르크에 입소해 8개월째 단약 중이다. 처음 입소 생활은 힘들었지만 지금은 마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고 한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남명우씨(27·남)의 경우 자신이 마약을 투약하고 있는지 처음에는 전혀 몰랐다. 남씨는 지난해 6월 토양환경 관련 회사에서 중장비를 운전하며 주로 2인 1조로 움직였다. 허리가 자주 아팠던 그는 같은 조 동료가 "이걸 맞으면 집중도 잘 되고 통증도 많이 사라진다"며 추천한 '비타민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실은 필로폰이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이미 중독된 후였다. 실제로 통증이 나아지는 듯해 하루에 2~3차례 이 동료를 통해 마약을 투약했고, 그렇게 한 달째가 되던 때 동료는 남씨에게 주사한 것이 마약이라고 고백했다. 남씨는 "처음에는 (동료를) 원망했지만, 약이 더 좋으니까 더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동료는 "약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아는 후배가 마약을 갖고 있는데 사려면 돈을 줘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남씨는 마약 구매에 빠지게 됐다.


마약 투약 사실을 직장에서 걸리게 돼 회사에서도 나오게 된 지난해 9월부터는 우울함, 불안함에 매일 마약만 하고 살게 됐다. 결국 남씨는 부모님 자택에서 체포됐다. 마약에 다시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지만 경찰 조사 이후에도 또 마약을 찾게 됐다. 결국 두 달 만에 일하면서 벌었던 돈은 다 쓰고 9300만원의 빚도 생겼다. 지난 9월 남씨는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5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남씨는 자신의 경험을 돌이키며 "(마약에 대해) 경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하지 말라'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마약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어떤 법적 처분을 받는지, 마약을 한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 같은 구체적인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아빠와의 약속"…평범한 삶 꿈꾸며 재활에 매진

마약을 접하게 된 계기는 4명의 청년 모두 달랐지만, 현재의 목표는 모두 같다. ‘단약(약을 끊는 것)’이다. 이들은 경기도 다르크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다시 자신의 중심을 찾아 나가고 있다.


주현성씨(25·가명)는 마약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이씨는 '빠삐(스페인어로 아빠)'와의 단약을 약속하고 이날이 입소 5일차라고 했다. 이씨의 어릴 적 꿈은 연예인이었다. 그러나 마약에 취해 꿈은 뒷전이었고 시간은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제 이씨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씨는 "떨어져 살다 보니 아빠로부터 전화를 자주 받았는데 그때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며 "아빠가 한국에 들어오시면 내가 챙겨드리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꽃을 좋아하는 이씨는 꽃과 관련된 장식품을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뭐냐고 묻자 낮고 엄한 톤으로 "하지마, 제발"이라고 말했다.


남씨는 지난 2월 입소해 8개월째 단약 중이다. 이전에도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정신과 외래진료를 다녔다"며 "낮에 병원을 다니면서 치료를 받지만 매일 가는 것도 아니고 밤에는 자유시간이 되니 통제할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는 동료들과 서로 통제해주고 규칙적인 생활도 이어가고 있어 단약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입소하고 3개월 동안 갈망(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와 ‘이곳을 어떻게 몰래 나가지’라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도 했다. 마약 후유증 때문이었다. 남씨는 "마약 후유증으로 사람들을 의심하고, 감시받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씨는 이곳에서 서서히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마약을 할 때 몸무게가 65㎏까지 내려갔지만, 지금은 80㎏으로 이전의 몸을 회복했다.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교육받고, 운동하고, 잠이 들기를 반복한 결과 지금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민씨는 마약을 매개로 알게 된 사람들과 연을 끊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이불 정리하기 등 다른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하는 규칙적인 생활조차 민씨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민씨는 "마약을 하면 신체 기능이 약화돼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운동을 하며 기능을 되살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활 9개월째인 주씨는 단체생활이 쉽진 않지만 '마약 없이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씨는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은 그것이 무엇인지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 한편의 '평범한 삶'에 대한 소망은 분명했다. 주씨는 마약에 호기심을 가질 누군가에게 "마약을 시작하면 아주 오랫동안 마약에만 빠져 살고, 그 후에는 마약을 끊고 정상적으로 생활하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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