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마약 의혹 '영화계 긴장'
제작비 수백억원 물거품 위기
"투자 위축될까 노심초사"
300억이 공중분해 될 위기에 처했다. 배우 이선균(48)이 마약 스캔들에 휩싸였다. 강남 유흥업소, 일명 '회원제 룸살롱'에 다니는 업소실장 A씨(29·여)와 여러종류 마약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다. 영화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극장가는 영화 관객이 줄면서 100만명을 모으기 힘든 불황을 겪고 있다. 팬데믹 여파에 일시적 보릿고개라 여겼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구책 모색에 한창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영화인들에게 배우 한 명이 일으킨 파장은 엄청났다.
프랑스 칸 영화제도 다녀왔다. 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이자 중요한 비즈니스의 장이기도 하다. CJ ENM은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감독 김태곤·이하 '탈출')을 투자배급했다. 2019년 '기생충'(감독 봉준호)의 황금종려상, 2022년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의 감독상을 안긴 데 이어 올해는 '탈출'을 비경쟁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데 힘썼다.
재난영화 '탈출'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다. 공항대교에서 연쇄 추돌사고가 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선균은 영화의 주인공이다.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차정원으로 분했다. 컴퓨터그래픽(CG)의 비중도 상당하다. 제작비는 185억원이 들었다. 개봉 과정에서 드는 홍보비용 등을 포함하면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기생충'으로 칸 관객에게 친숙한 이선균은 '탈출' 공식 상영 직후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아내인 전혜진과 두 아들도 객석에서 박수를 보냈다. 제작자인 김용화 감독과 배우 주지훈·김희원 등도 자리했다. 김태곤 감독은 '굿바이 싱글'(2016) 이후 7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었다. 김 감독은 생애 첫 칸영화제를 찾아 기쁨을 누렸다. 칸 현장에는 김 감독과 영화 '두사부일체'(2001) 연출부로 인연을 맺은 윤제균 감독이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로 자리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칸에서의 상영이었다.
하지만 '탈출'은 칸 상영 직후 극장에 걸리지 않았다. CJ ENM은 일찌감치 '더 문' 개봉을 8월로 텐트폴 시장에 못 박았던 상황. '탈출' 팀은 국내 개봉을 위해 후반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으면서 영화는 개봉 여부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자칫하면 200억원이 휴지조각이 되게 생긴 상황에 영화계 한숨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CJ ENM의 고민은 깊어졌다. 올해 '유령'을 시작으로 '더 문',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이 줄줄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이들 제작비는 100억원~300억 내외. 어림잡아 계산해도 손해가 막대하다. 게다가 제작비 200억원에 육박하는 '탈출' 마저 웹하드 신세를 면치 못하고 표류하게 됐다.
NEW도 울상이다. 제작비 90억원을 투입한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도 일찌감치 크랭크업하고 후반 작업을 해왔으나 모두 중단됐다. 주연으로 나선 이선균의 분량은 편집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제작비가 든 영화다. 마찬가지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선균이 주연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Dr. 브레인' 속편인 시즌2는 제작이 불투명해졌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첫 촬영을 앞두고 하차했다.
지난달 28일 첫 소환 당시 간이 시약 검사만 받고 귀가한 이선균은 4일 경찰에 재출석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를 받는 이씨는 당일 시약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이씨의 모발과 소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이씨의 혐의 인정 여부와 마약 투약 횟수 등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기에 상황을 지켜봐야 알 거 같다"면서도 "마약, 유흥업소 논란에 이미지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극장 영화 투자가 줄고 개봉 과정도 순탄치 않은 상황에서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극장에 걸릴지 미지수"라고 바라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 그래도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데 더 힘들 게 됐다"며 "부담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당분간 시장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마주한 영화 관계자 다수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주연배우 한 명이 영화계에 몰고 온 파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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