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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당후곰'도 깨졌다…서울 청약 미달에 포기까지

수정 2023.11.03 15:18입력 2023.11.03 08:57

하반기 부동산시장 긴급점검
고분양가에 ‘이문아이파크자이’ 1순위 청약 성적 저조

4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최근 서울 동작구에 짓는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전용 84㎡ 청약에 당첨됐지만, 13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 계약을 고민 중이다. 이 씨는 "막상 당첨은 됐지만, 금리가 너무 오르고 대출도 쉽지 않아 계약할지 망설여진다"면서 "계약한다면 보유 중인 집을 팔고도 잔금이 부족해 입주하지 못하고 전세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당후곰(먼저 당첨, 후에 고민)’이라는 말로 표현될 만큼 달아올랐던 서울의 청약시장 열기가 가라앉고 있다. 수개월 만에 2~3억원씩 오른 고분양가에 하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장마저 저조한 청약 성적표를 기록하는가 하면 청약 당첨 이후 미계약이 속출한 단지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분위기에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면서 수요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1순위 청약에서 총 787가구 공급에 1만3280명이 청약해 평균 16.8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8월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79.1대1), 휘경자이 디센시아(51.7대1)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저조한 성적이다. 전용 20㎡·59㎡E·84㎡D·84㎡ 등 일부 평형은 1순위에서 모집가구수를 채우지 못해 2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 신규 분양이 완판 행진을 이어가면서 청약 불패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가 1순위에서 평균 242.3대1의 경쟁률로 청약자 수가 2만명을 넘겼으며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도 198.7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계SK뷰‘나 ’용산호반써밋 에이디션‘ 등 주요 단지도 세자릿수가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이 같은 공식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최초 분양 때 1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당첨자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해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개봉 호반써밋은 지난달 1·2순위 청약에서 110가구 모집에 2776명이 접수하며 흥행했지만 낮은 계약률에 무순위 청약이 진행됐다.


청약 시장 열기가 한풀 꺾인 데에는 고분양가가 주된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시중금리 인상과 대출 축소 분위기로 인해 주택시장 하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어 매수심리 위축을 가져왔다"며 "또 최근 대출금리 인상으로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다시 커지고 있어 당분간 같은 지역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에 따른 편차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같은 동대문구에서 나란히 분양한 이문아이파크자이와 래미안라그란데, 휘경자이디센시아의 분양가를 비교해보면 불과 두세달 만에 분양가가 수억원씩 뛰었다. 이문아이파크자이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13억229만원이지만 휘경자이디센시아는 전용 84㎡ 기준 최고 분양가격이 9억7600만원이었다. 래미안라그란데의 전용 84㎡ 기준 최고가격이 10억9900만원 수준이다.


’묻지마 청약‘ 분위기가 팽배했던 서울 청약 시장을 바라보는 수요자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당초 이문아이파크자이 59㎡에 청약하기로 계획했던 40대 나모씨는 "1순위 청약경쟁률을 확인하고 청약을 넣어야 하나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고분양가에도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수요자들이 주로 청약에 나서면서 청약 시장이 실수요자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경희 연구원은 "전매를 위해 분양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분양 시장 진입을 망설이고 있다면 이런 가수요들이 청약시장에서 빠지면서 오히려 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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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민 절규 들었다… 소상공인 저리융자 약 4조원 준비"
수정 2023.11.03 11:38입력 2023.11.03 11:38

尹 대통령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첫 참석
중기부 지원 예산 확대 언급… "고금리 부담 낮출 것"
재난지원금 환수금 전액 면제 및 가스요금 분할납부제 약속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소상공인들의)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리융자 자금 약 4조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들을 만나 자리에서 저리융자 지원 확대를 언급한 것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내년 예산에 편성한 융자(3.8조원) 지원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에 참석, "최근 대통령실이 수십 곳의 민생 현장을 찾아 어려운 국민의 절규를 들었다"며 이같은 정부의 지원 의지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소상공인대회는 2006년부터 매년 개최돼 올해로 18회째를 맞았다.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인식을 제고하고 소상공인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로 대통령이 참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 속의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주역'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소상공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우선 내년 예산에 저리융자 자금 약 4조원 편성을 언급했다. 올해 복합위기 등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당초 중기부가 준비한 3.8조원의 소상공인 융자 공급 규모를 좀 더 늘리겠다는 취지다.

코로나 시기 선지급한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는 8000억원의 환수금도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다뤄진 내용으로 당시 매출 정보가 없던 상황에서 긴급히 지원돼 행정청, 소상공인의 귀책 사유가 없던 점이 반영됐다. 대상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우선 지원한 1, 2차 소상공인 재난지원금(1인당 최대 200만원)이다. 국민의힘은 환수 면제를 위한 '소상공인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기에 늘어나는 에너지와 원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스요금 분할납부제를 실시하고, 노후화된 냉난방기 6만4000개를 교체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연중 상시 운영하는 전 국민 소비 축제와 온누리상품권 특별할인 행사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은행의 독과점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대출이나 가계대출은 대기업에 비해 오히려 부도율이 낮은데도, 소상공인에게 은행의 대출 문턱은 너무 높다"며 "소상공인 및 가계대출이 더 안정적인데 도대체 왜 이런 자세로 영업하느냐"고 질타했다.


직전 국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들께서 죽도록 일해서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소상공인 단체들의 대출이자 탕감, 원금 납부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 요구를 점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민생, 물가 관리에 최우선을 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수립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정부 운영 기조는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본 행사에 앞서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펫산업연합회 등이 운영하는 업종별 부스를 참관하고 소상공인대회 기간 중 펼쳐질 소상공인 기능경진대회 결선 참가자들에게 좋은 결과를 얻으시라며 덕담을 건넸다. 아울러 소상공인 발전에 기여한 공로자에게 훈·포장과 대통령 표창을 수여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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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원에 판 가면, 알고 보니 60억…"돌려줘" 소송
수정 2023.11.03 08:35입력 2023.11.03 08:35

19세기 중앙아프리카 가봉 팡족 제작
경매 관계자 "다빈치 그림보다 더 희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아프리카 나무 가면을 단돈 21만원에 팔았는데 알고 보니 그 가치가 수십억 원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의 팡족이 만든 뒤 프랑스로 넘어가 경매에 부쳐진 가면. [사진 출처 = 프랑스24 캡처]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남부 가르주에 거주하는 한 80대 부부는 2021년 9월 자신들의 별장을 팔기로 결심했다. 이에 별장을 정리하던 중 두 사람은 다락방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나무 가면을 발견했다.


이 가면은 20세기 초 식민지 시대 아프리카에서 총독이었던 남편의 할아버지가 소유했던 것이었다. 노부부는 중고품 상인에게 몇 가지 골동품과 이 가면을 150유로(약 21만원)를 받고 팔았다.


문제는 이로부터 6개월 뒤인 2022년 3월, 이들 부부가 뉴스에서 해당 가면이 익명의 입찰자에게 420만유로(약 59억 8000만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됐다.

신문을 보다 자신들이 헐값에 팔아버린 가면이 매우 희귀하고 가치가 높은 유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노부부는 당시를 "의자에서 넘어질 만큼 큰 충격에 빠졌다"라고 회상했다.


알고 보니 이 가면은 19세기 중앙아프리카 국가 가봉의 팡족이 제작한 것으로, 세계에서 12개만 존재할 정도로 희귀한 것이었다.


총길이 55cm로 열대 지방 푸마 나무를 깎아 만든 길쭉한 얼굴에 야자잎에서 채취한 식물성 섬유 라피아를 수염으로 만들어 붙인 점이 특징이다.


가면의 형태가 독특해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거장 화가들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경매 관계자는 이 가면을 두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보다 더 희귀하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매 카탈로그에 따르면, 총독은 1917년 '알 수 없는 경로'로 가면을 취득했다. 가봉은 1839년부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60년 독립했다.


부부는 중고품 상인을 상대로 '판매 무효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중고품 상인이 가면의 가치를 알고도 '부당한 가격'으로 구매했으니, 되팔 때 얻은 수익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 측 변호사는 "사람은 성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며 "가면이 이렇게 희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결코 그 가격에 판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중고품 상인은 자신 역시 경매에 부치기 전까지는 해당 가면의 가치를 몰랐다고 반박했다.


중고품 상인이 수익금을 부부에게 돌려줘야 하는지 여부는 오는 12월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재판에는 가봉 측 관계자도 참석했다. 가봉 측은 이 부부도, 중고품 상인도, 익명의 낙찰자도 모두 가면 소유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봉 측은 법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예술 작품을 빼앗겼고, 이러한 유물이 유럽에서 많은 이들의 배를 불렸다"며 "이 법정 소송은 총독의 손주와 중고품 상인이 벌이고 있지만, 둘 다 가면에 대한 권리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원하는 건 가면을 가봉에 반환하는 것"이라며 "법정에서 도덕성을 논하고 있지만, 우리의 문화재와 존엄성을 약탈한 행위에는 도덕성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선 후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문화유산 중 상당 부분이 프랑스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프랑스 박물관 소장품의 반환을 촉구했다.


그러나 외신은 "프랑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식민시대 아프리카에서 약탈한 문화재를 반환하라는 압력이 세지고 있지만, 반환된 문화재 대부분은 공공 소장품들"이라며 "개인이 소장한 경우 불법 취득이 입증되지 않는 한 반환을 강제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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