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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동네 목욕탕 지킨 74세 점장의 마지막 영업날[일본人사이드]

수정 2023.10.28 09:21입력 2023.10.28 09:00

하코다테시 목욕탕 운영하는 74세 마츠쿠라 시게노부씨
인구감소·물가 상승으로 은퇴…시에서 이어받아 주목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물에 몸 담그면 피로가 싹 가시겠다 싶습니다. 요새는 공중목욕탕 찾기도 참 힘들어졌는데요.


목욕에 진심인 나라인 일본에서도 요즘 인구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공중목욕탕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지방에서는 동네에 목욕탕이 없어 먼 곳까지 목욕을 하러 나가야 하는 '목욕 난민'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얼마 전 NHK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시의 74세 목욕탕 주인 할아버지의 마지막 영업날을 보도했습니다. 50년간 마을 유일한 목욕탕을 책임감 있게 운영해오다가, 은퇴하는 날이었는데요.


점장인 마츠쿠라 시게노부씨는 1973년부터 50년간 이곳에서 따뜻한 목욕물을 지켜왔습니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마을 근처에 있어 마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고 하는데요. 이날 "마츠쿠라씨의 마지막 날이니까"라고 하며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마츠쿠라씨가 마지막 영업을 위해 목욕탕을 청소하고 있다.(사진출처=NHK)

마츠쿠라씨가 문을 닫게 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체력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방소멸이 심각해지면서 이용하는 손님 자체가 감소했죠. 이렇게 수입은 줄어드는데 연료비 등 물가는 오르니 경영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코다테시의 경우에도 40년 전에 80개 이상의 목욕탕이 있었지만, 지금은 20개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마츠쿠라씨는 마지막 날에도 늘 그렇듯 목욕탕 청소를 했습니다. 전날 오후 8시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 홀로 남아 목욕탕 청소를 마쳤습니다. 폐점을 결정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남은 손님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감사한 마음이었다는데요.


그는 "손님들에게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정말 고마웠다. 다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목욕을 하며 씻겨서 그런지, 다들 목욕 후 얼굴은 정말 다르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츠쿠라 시게노부씨.(사진출처=NHK)

목욕탕이 어르신들의 사랑방이었던 만큼, 그대로 문을 닫게 둘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하코다테시가 목욕탕을 이어받기로 결단을 내렸는데요.


이곳이 문을 닫는다면 마을의 어르신들이 갈만한 목욕탕은 2km 이상 떨어져 있고,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버스도 하루에 몇 대 없어 추운 겨울 어르신들이 떨면서 이를 기다려야 하는데요. 시에서는 이처럼 '목욕 난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욕탕을 이어받기로 했습니다.


새 목욕탕에서는 마츠쿠라씨가 앉아있던 카운터가 없어졌고 사용권 자판기가 설치됐다고 합니다. 이날 현장에 나온 시 공무원들은 "저희는 아마추어기 때문에, 마츠쿠라씨와 협력하며 목욕 난민을 없애는 방향으로 이끌어보겠다"고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렸는데요.


이처럼 목욕탕 하나에도 지역 주민들이 삶과 편의가 결정되곤 하는데요. 마츠쿠라씨의 이야기를 통해 일본과 마찬가지로 고령화, 지방소멸 문제에 당면한 우리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 같습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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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글돈글]中 진흙집 살다가 분양권 샀더니…디폴트 날벼락
수정 2024.01.09 16:05입력 2023.10.28 07:00

달러표시채권에 디폴트 선언
中 3·4선도시 중심으로 피해 집중
임금 체불에 미완공으로 거취 잃어
건설 노동자·서민 투자자 집단 시위

최근 국제기사를 유심히 본 독자라면 중국의 부동산 침체에 대한 소식을 자주 접했을 것입니다. 이중 유독 많이 언급된 회사가 비구위위안(컨트리가든)입니다. 컨트리가든은 유예기한 마감이었던 지난 25일(현지시간) 달러채에 대한 이자 1540만달러를 갚지 못해 이에 대한 디폴트를 선언했습니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는 시장에 큰 충격을 줬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민을 주거 위기에 몰아넣었습니다. 특히 컨트리가든은 다른 부동산 개발업체와 달리 중소 도시 위주로 활발히 부동산 개발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그러나 컨트리가든이 갚지 못한 이자 등 이들이 금융시장 입힌 손실 규모는 매일 외신에 오르내리지만, 서민들이 입은 피해는 좀처럼 자세히 거론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위기로 중국 서민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 이면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8월 완공된 중국 장쑤성 난징시의 컨트리가든 주거단지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임금 체불에 거취 잃어…서민·노동자 집단 시위

컨트리가든의 디폴트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18일이 기한인 1540만 달러 규모 달러채권(2025년 만기)에 대한 이자를 지불할 능력이 없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번에 이자를 지급한다 해도 고비를 쉽게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27일에는 4000만달러, 내달 7일과 8일에는 각각 4876만달러와 1788만달러 규모의 이자 지급 유예기간이 종료됩니다.


시장에서는 컨트리가든이 이른바 크로스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크로스 디폴트란 한 채무 계약에서 디폴트가 선언되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다른 빚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컨트리가든이 갚아야 할 부채는 역외채권만 무려 109억6000만달러입니다. 424억위안(58억1000만달러) 상당의 비위안화 표시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지난 8월 18일 중국 톈진에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컨트리가든의 건설 현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서는 컨트리가든의 채권 이자에 대한 미상환 문제를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은 일반 시민들도 채권자에 못지않게 막대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주택 건설 공사가 무기한 지연된 데 이어 집값이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큰 재산 손실을 본 시민들의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중국 산둥성 쥐예현에 거주하는 화이란이라는 여성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가 2021년 29만위안(약 5349만9200원)을 주고 컨트리가든의 주택을 구입했지만, 공사가 지연되며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화이란씨는 진흙으로 만들어진 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벽돌로 지어진 아파트를 사겠다는 일념하에 부지런히 재산을 모았습니다. 이후 전 재산을 쏟아 아파트 분양권을 샀지만, 그가 산 아파트는 완공되지도 못한 상황에서 가격이 25%나 떨어졌습니다. 이것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으니 그가 날릴 돈이 25%에 불과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도시개발에 대한 보상으로 주택을 받기로 했지만 컨트리가든의 공사 지연으로 오갈 데가 없어진 시민들의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저장성에서 200만위안, 한화로 3억6884만원을 들여 5층짜리 집 6채를 지은 톰 첸씨는 정부로부터 개발 사업을 진행해야 하니 집을 모두 철거하라는 명령을 전달받았습니다. 첸씨는 전 재산을 들여 지은 집을 허문 대가로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컨트리가든의 주택 6채를 무료로 받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입주 시기가 점점 다가오는데 아파트 건설이 중단되면서 첸씨는 오갈 곳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은 공사 중단으로 밀린 임금을 지불받지 못해 생활고에 처하게 됐습니다. 컨트리가든의 광둥성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 노동자들이 수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해 파업에 나섰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컨트리가든 측은 건설 근로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직후 현장직 근로자를 포함한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단번에 대량 해고했다고 합니다.


분노한 시민들과 건설 근로자들은 결국 컨트리가든에 공사 재개와 임금 지급을 촉구하며 회사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더우인에는 건설노동자와 재산 피해를 본 시민들이 당국에 컨트리가든이 임금을 지불하고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항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 시민과 근로자들이 과격한 행동을 보이면서 경찰의 감시까지 받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컨트리가든, 중소도시 중심으로 사업 확장…서민경제 타격 우려

중국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는 단순히 금융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수준을 넘어 중소 도시 서민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국 광둥성 포산시에 있는 컨트리가든 본사 [이미지출처=블룸버그]

컨트리가든은 헝다와 함께 중국 중소도시 위주로 건설 프로젝트를 확대하며 몸집을 불려온 기업입니다. 중국은 인구와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도시를 1~5선 도시로 분류하는데요. 1선 도시는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에 해당하며 3선, 4선도시는 인구 300만에서 500만명, 혹은 100만~300만명 사이의 중소도시에 해당합니다. 컨트리가든은 산업화로 신식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3,4선의 중소도시에 중소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이 짓는 신규 주택 물량의 60%는 이 3·4선 도시에 자리합니다.


컨트리가든은 이 같은 전략을 토대로 중국 3대 개발업체 중 하나로 거듭났지만, 당국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와 코로나19에 따른 주택 수요 감소로 휘청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자금줄을 조이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경기침체로 주택 판매 규모도 급감한 것입니다. 올해 상반기 컨트리가든은 주택 판매액(1월~7월)이 전년 동기 대비 35% 하락한 1408억위안에 그치면서 순손실만 한화 10조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소 도시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기업이 위기에 빠질 경우 3·4선 도시의 서민 경제는 직격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욱이 컨트리가든의 경우 헝다에 비해 4배나 많은 건설 사업을 보유하고 있던 만큼 디폴트에 따른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침체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시장이 컨트리가든을 시작으로 연쇄 디폴트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일고 있습니다.


특정 기업의 자금난 기사를 접한 뒤 이들 갚아야 할 막대한 규모의 채권 이자 액수를 세보고 있으면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피부에 잘 와닿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수개월째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건설 노동자와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소시민 등의 사례를 보니 부동산 위기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체감됩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개발 업체의 연쇄 디폴트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는지에 따라 향후 중국 경제의 명운이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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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가족 놀이동산 즐기려면 5천만원 든다…부모 등골 휘는 '디즈니월드'
수정 2023.10.28 10:10입력 2023.10.28 09:55

4인 가족 기준으로 일주일 동안 4만달러 필요
줄 안 서고 놀이기구 타려면 추가 비용 내야
올해 올란도 디즈니월드 방문자 15% 감소

세계적인 놀이공원 디즈니월드의 모든 것을 즐기려면 6박7일 동안 무려 4만달러(약 5000만원)를 써야 한다는 집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4인 가족이 6일 동안 미국 올란도 디즈니월드에서 여행하려면 최대 4만달러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디즈니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 위치한 디즈니랜드, 플로리다주 올란도에 위치한 디즈니월드에 두 곳의 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월드가 규모가 더 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처럼 많은 돈이 드는 이유 중 하나는 입장을 위한 기본 티켓 가격만 3600달러(약 460만원)에 달하는 데다, 줄을 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한 추가 비용이 또 들어서다.

인기 어트랙션의 평균적인 대기시간은 약 1시간으로, ‘다이내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동적 가격 설정) 방식에 따라 줄이 길수록 이를 뛰어넘으려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하루에 220(30만원)~340달러(46만원)를 지불하면 4시간 이상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어트랙션을 탈 수 있는 VIP 티켓은 가족 모두가 하루만 사용할 경우 6300달러(약 853만원)가 든다. 디즈니에 따르면 이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입장객의 절반 정도가 돈을 내고 있다.


디즈니랜드

이외에도 ‘스타워즈’ 시리즈에 나오는 광선검을 맞춤 제작하는데 한 자루당 250달러가 필요하며, 공주처럼 분장해주는 의상과 스타일링 패키지는 1인당 100달러에서 180달러로 책정돼 있다. 미키 마우스, 미니 마우스, 칩 앤 데일 등 디즈니 대표 캐릭터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캐릭터 다이닝’은 성인 1인당 35~60달러, 어린이 1인당 40달러이며 음료는 별도다.


가장 높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은 호텔이다. 디즈니 테마파크 안에 위치한 호텔의 고가 객실을 선택할 경우 1주일간 숙박비만 2만6400달러(약 3500만원)가 나온다. 테마파크 내에서 식사까지 해결한다면 일주일 치 식비는 3000달러(약 400만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4만달러는 가장 초호화 여행객의 예산”이라면서도 “무더위로 인해 비수기에 해당하는 8월 기준으로도 6일간 최저 비용(4인 기준)으로 음식, 숙박, 주차권, 테마파크 입장료 등을 합산하면 4280달러(578만원)가 나온다”고 밝혔다. 10배 정도 낮은 비용이지만 그럼에도 저렴하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이런 높은 비용이 미국의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디즈니월드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2년 동안 돈을 모으고도 부족해, 5000달러(약 700만원)를 대출받아야 했다는 한 44세 남성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유행이 지나긴 뒤에도 고객들이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올란도 디즈니 테마파크의 방문자는 15% 감소했다. 여행사들에 따르면 성수기 디즈니 테마파크의 티켓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두 배가 올랐다.


디즈니 경영진은 최근 수익 결산에서 높은 비용으로 인해 회사의 수익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사람마다 휴가를 보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좀 더 저렴한 옵션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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