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인해 뒤집힌 밥상 물가
소 도축 늘자 육우 가격은 폭락 지속
채소·과일·소금 등은 추석 전후 급등
고급 육류의 대표 격인 소고깃값이 급락하는 기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반면 각종 채소, 소금 등 값싼 식자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 변화로 인해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추석 기간 소고기 가격은 전년 대비 더 저렴했다. 우둔살, 양지 모두 지난해보다 7%, 많게는 16% 가격이 하락했다.
소고기 가격 하락은 공급 증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추석 성수기 소 도축 마릿수는 약 11만마리로 지난해 추석보다 11% 늘었다. 도축 마릿수는 내년까지 늘었다가 2025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또 한국의 주요 해외 소고기 수입처인 호주에서도 공급량이 대폭 늘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금융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의 육우 가격은 올해 들어 60% 폭락했다. 호주는 세계 최대의 소고기 수출국 중 하나다. 호주산 소고기 가격 폭락은 각국 소고기 요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고급 육류'의 대표 격으로 취급됐던 소고기 가격은 왜 폭락을 거듭하고 있을까. 원인은 기후 변화에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는 기상 당국의 통계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건조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기온이 온난화하고 강수량은 줄어드는 '엘니뇨' 현상이다.
이 때문에 호주 내륙은 가뭄을 겪는 날이 늘었고, 소의 먹이가 될 풀을 기르는 목초지도 바싹 타버렸다. 목초 가격이 오르자 축산 비용도 폭등했고,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한 축산농가들은 기르던 소를 도축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다. 갑작스럽게 많은 양의 소고기가 시장에 유입되면서 고깃값도 폭락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는 식자재 물가에 양날의 칼이다. 고기 가격과 달리 과일, 채소류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추석 기간 대형마트 34곳의 배 가격은 추석 열흘 전 대비 32.4%, 사과 가격은 19% 상승했다. 여름철 폭염, 폭우가 과일의 생장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 가격 동향에 따르면 김치에 들어가는 필수 식자재인 배추, 고춧가루, 소금 가격도 각각 22.5%, 22.1%, 27% 뛰었다. 맘카페 등 온라인상에선 이른바 '김포족(김장을 포기한 사람들)'이라는 유행어도 만들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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