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내 공장, 포괄적 허가 방식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
최상목 경제수석 "통보 즉시 효력 발생… 최대 통상 현안 일단락"
韓 기업,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 "한미 양국 공감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공장에 대해 별도 허가 절차나 기한 없이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겠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대통령실이 9일 전했다. 그동안 중국 사업을 둘러싼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도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삼성과 관련 기업에게도 관련 결정이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결정은 통보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이는 미국 행정부가 최근 수출통제 당국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경제안보대화 채널을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우리 측에 밝힌 데 따른 결과다. VEU는 사전에 승인된 기업에만 지정된 품목에 대해 수출을 허용하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이다. VEU에 포함되면 별도로 건별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미국의 수출통제 적용이 사실상 무기한 유예되는 의미가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18나노미터(㎚·1㎚=10억 분의 1m) 이하 공정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로직 반도체 등의 미국산 기술·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다만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에 대해선 1년 동안 유예 조처를 내려왔다.
미 정부의 이번 조치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기적 투자·운영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은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공장을 두고 있다.
최 수석 역시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통상 현안이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 운영과 투자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고 장기적으로 차분하게 글로벌 경영 전략을 모색할 수 있게 됐다"며 "금번 성과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굳건해진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대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반도체 기업이 세계 메모리반도체 생산의 60.5%를 차지하는 핵심 공급자이자 장비 수요자"라며 "우리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주요성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감대도 금번 미국 정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한국 친환경자동차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우리나라 수출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전기차 구매 시 보조금(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제조에서 중국 등 우려국가의 배터리 부품과 광물을 일정률 이하로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1년이 지났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IRA 발효 1년 차인 올해 8월, 미국 내 우리 친환경차 판매량은 역대 최고치인 1만4000대를 기록했고,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10.9%까지 증가해 업계 2위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8월에 비해 판매량은 153%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은 2.9% 포인트 상승한 결과다. IRA 시행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는 한국 전기차가 아직 없어 우리 업계에 불리한 상황이었고, 실제 IRA 시행 직후 약 3개월 간은 우리 미국 내 우리 친환경차의 판매가 감소세를 보인 바 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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