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벌금 못 내 유치장 갈 뻔한 40대 가장…경찰관이 도왔다
수정 2023.10.08 20:17입력 2023.10.08 19:30
부산사상서 최한현 경위, 벌금 낼 돈 빌려줘
벌금을 내지 못해 유치장에 갈 위기에 놓인 40대 가장에게 경찰관이 선뜻 돈을 빌려준 미담이 뒤늦게 알려졌다.
8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사상구 사상역 인근에서 배달 대행 일을 하던 40대 A씨가 헬멧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당시 그는 충전식 헬멧을 충전하느라 헬멧 대신 일반 모자를 쓰고 일하고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서 적발된 A씨의 신분을 조회했더니 그는 과거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만원을 내지 않아 수배된 상태였다. 바로 5만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체포돼 유치장에 수감될 상황이었던 것이다.
부산 사상경찰서[사진출처=연합뉴스]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상경찰서 교통경찰 최한현(47)경위는 A씨에게 벌금을 납부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어려운 상황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이 혼자서 어린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며,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최 경위는 "A씨가 당장 5만원이 없어 유치장에 들어가면 그의 가족들은 쫄쫄 굶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렇다고 벌금 수배자를 보내줄 수도 없어 난감했다"고 진퇴양난이었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결국 최 경위는 A씨에게 자신의 돈 5만원을 빌려주기로 결심했다. 최 경위가 A씨에게 계좌이체를 한 돈으로 A씨가 벌금을 납부하게 한 것이다.
최 경위는 현장에서 A씨가 벌금을 납부한 것을 확인했으며, 이후 A씨는 다시 일하러 갈 수 있었다. 며칠 뒤 A씨는 최 경위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최 경위는 "비가 내리는 악조건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A씨의 모습에 마음이 울컥했다"며 "살다 보면 직업을 잃는 등 여러 사정으로 힘들게 살게 된 분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을 도와줄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그는 "5만원이 없다고 해서 생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 A씨의 어려운 사정을 들었다면 누구나 그 상황에서 선뜻 돈을 내어줬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웃을 살피며 근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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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텔아비브 9일 운항 긴급 취소
수정 2023.10.08 20:16입력 2023.10.08 20:00
대한항공, 9일 인천발 텔아비브행 취소
11일 이후 운항 취소는 추후 확정 예정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이어 대한항공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서 이스라엘로의 운항을 중단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 본토를 폭격하면서 승객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울 거란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는 11일 이후 계획된 항공편 운항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9일 오후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일 출발 예정이던 인천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항공편(KE957)을 운항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포탄(우측)과 요격 미사일(좌측) [사진출처=로이터 연합뉴스]국내 항공사 중 유일하게 텔아비브에 취항하는 대한항공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각각 1회씩 주 3회 이스라엘을 오간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현지 정세 불안으로 이스라엘 항공편의 비정상 운항이 예상된다'고 공지했다.
텔아비브 노선 운항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중단됐다가 약 2년 9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말 재개된 노선이다.
대한항공은 다만 이스라엘 현지 체류객의 귀국을 지원하기 위해 9일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의 안전을 확인한 뒤 인천행 항공편(KE958)은 출발 시간만 늦춰 운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 인천 출발 이스라엘 텔아비브행 비행기 결항 메시지 [사진출처=연합뉴스]독일 루프트한자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도 이스라엘행 항공편 운항을 취소하고 있다. 미국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이스라엘로 향하던 유나이티드항공 소속 여객기가 회항했고, 델타항공과 아메리칸 항공도 이스라엘 항공편 취소 결정을 내렸다. 독일 루프트한자 역시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대거 줄였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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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다이어리] 탕후루는 어디에서 왔을까
수정 2023.10.21 19:00입력 2023.10.08 08:00
한국에서 탕후루가 예사롭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는 듯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소환되는가 하면, 벌레를 부르는 설탕 부스러기와 처치 곤란 나무 꼬치 탓에 '노(No)탕후루존' 까지 생겨나고 있단다.
화제의 중심에 선 탕후루는 어디서 왔을까. 대다수가 알고 있다시피, 탕후루는 중국의 오래된 국민간식이다. 그 이름 자체도 애초에 중국어를 그대로 본 따 온 중국어로, 한자로 바꾼 독음은 당호로(糖葫蘆), 설탕 입힌 표주박이다. 동글동글한 표주박 모양을 닮아 그렇게 이름 지었다, 표주박같이 생긴 그릇에 설탕물을 끓여 찍어 먹어 붙은 이름이다, 여러 설이 있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서 한 탕후루 판매 상인이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김현정 특파원)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인 바이두에 따르면 탕후루는 1187년 재위한 남송의 3대 황제 광종 시절 탄생했다. 그의 애첩이던 황 씨 성의 귀비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병에 걸려 하루하루 말라가자, 초췌한 황귀비의 모습을 안타까워 한 광종이 그 병을 고칠 명의를 수소문했다. 그렇게 나타난 한 의원은 산사열매를 석당(설탕)에 끓여 식사 전에 5~10조각씩 먹으면, 보름 안에 병이 나을 것이라고 처방했다. 실제 이 방법으로 황귀비는 병이 나았고, 민간에 제조법이 퍼져 탕후루라는 간식이 탄생했다는 것이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유래다. 물론 정설이라고 판단할만한 공신력있는 문헌은 확인된 바 없다.
한국에서는 다디단 사파이어 포도나 샤인머스킷, 파인애플 등 다양한 고급 과일을 활용하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은 여전히 이 유래에서 등장하는 산사열매를 재료로 한다. 먹어보면 시큼털털하면서 약간의 단맛이 난다. 이 산사열매는 원래 소화를 돕고 만성 장염이나 설사, 복통, 구토 등에 쓰이는 약재로 잘 알려졌다.
중국 쓰촨성 러산의 한 재래시장에서 한 상인이 딸기 탕후루를 만들고 있다. 좌측 아래에 쌓인 재료가 산사열매다. (사진 출처= 김현정 특파원)중국 내에서 탕후루의 위상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국민'이란 이름이 붙은 것이 으레 그렇듯, 대중적인 인지도는 매우 높지만 뜨거운 인기와는 거리가 멀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딱히 고급 디저트도 아니면서, 아이들이 조르면 부모가 마지못해 사주는 불량식품과 비슷해 보인다. 직접 제조해 파는 가게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어딘가에서 도매로 사온 탕후루를 자전거에 태워나와 차도 옆에서 매연과 먼지를 맞으며 판매한다. 탕후루 자전거는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에 빠짐없이 등장하며, 재료에 따라 가격은 한 꼬치당 1000~3000원 정도다. 사실 베이징에서 1년 여 간 생활하면서 이 탕후루를 아주 맛있게 먹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중국에서는 그저 관성적으로 먹는 '아는 맛', '익숙한 맛' 정도의 존재감이다.
뒤늦게 밝히는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수의 문서에서 황귀비에게 탕후루를 처방한 의원을 '돌팔이 의사(江湖郞中)'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려오는 이야기가 사실에 기초했다고 가정하면, 2023년 대한민국에는 남송 시대 돌팔이 의사가 레시피를 개발한 설탕 간식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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